우리 엄마는 아는 게 굉장히 많으십니다.
일화로 고등학교 때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선생님이 도서실 출입금지를 시켰을 정도로 문학소녀셨대요.
어렸을 때는(지금도) 엄마한테 물으면 거의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해주셔서 엄마를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으로 여기고 좋아하고 그랬어요.
엄마랑 얘기하다보면 그 생각의 깊이에 감탄합니다.
어디서 읽거나 듣고 얘기하는게 아니라 엄마 입에서 나온 말들 중에 몇 가지 추려보자면
1.
나 : 엄마 미국은 유럽에서 건너간 애들이 세운 나란데 왜 유럽보다 미국이 더 청교도적인(보수적인) 국가인거야?
엄 :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했어. 유럽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자신들의 대륙에서 치른 나라야. 그렇기에 그동안 그들이 믿어왔던 신의 존재를
믿고 따르기 보다는 사람에 집중하기 시작했지. 그래서 유럽이야말로 개방적이고 진보적인거야. 이를테면 마약허용이나 동성결혼허용 매춘허용.
그리고 복지말이야.
2.
나 : 엄마 박정희가 516쿠데타를 하면서 당시 혼란스러웠던 사회를 잠재운다고 했잖아.
엄 : 419혁명이 성공하고 각계각층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서 사회가 혼란스러웠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 동안 억압당해온
역사를 생각하면 그 혼란스러움을 극복하고 이겨냈어야만해. 박정희(울엄마는 박정희혐오론자임. 아빠는 박정희 빠돌이..)가 집권하면서
그 목소리들이 묻히고 억압당했어. 그러다가 문민정부 들어서고 국민의 정부 들어서면서 그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왔지. 박정희때는
찍소리도 못하던 고엽제전우회나 기타 여러 단체에서 왜 김대중 노무현때 그렇게 목소리들을 냈다고 보니? 그 동안 억압당해왔기 떄문이야.
그 밖에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단 추리자면 이 정도에요.
어디서 보거나 들은 게 아님에도 스스로 생각을 해서 도출해낸 결론을 보면 참.. 대단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