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동료들에게 좋은 장면을 계속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내게도 득점 기회가 올 것이다."
득점 선두 김신욱(울산 현대)와 차이는 2골. 하지만 지난 5일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보여준 이동국의 플레이는 김신욱과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동국은 문전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은 보였지만 골대를 노리는 슈팅은 단 한 번도 기록하지 않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문전에서 팀의 공격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평가를 듣는 최전방 공격수의 모습과 살짝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슈팅이 없다고 해서 이동국의 플레이가 아쉬웠던 것은 아니다. 이날 2-0으로 부산을 물리친 전북의 득점자보다 더욱 빛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이동국을 경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로 선정할 정도였다. 이유는 하나였다. 이동국의 이타적인 플레이가 전북 공격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이동국은 전북의 2득점에 모두 관여했다. 전반 13분 이동국은 문전에서 헤딩으로 공을 떨어트려 이재성에게 연결해 선제골이 나오게 만들었고, 후반 2분에도 아크 정면에서 박스 오른쪽으로 침투하는 한교원에게 패스를 건네 추가골이 나오게 만들었다. 슈팅은 없었지만 이동국은 2도움을 기록하며 MOM이 될 수 있었다.
이동국은 자신의 슈팅이 없었다는 점에 개의치 않았다. 어느덧 만 35세의 베테랑인 만큼 더 이상 개인 기록에 연연할 이동국이 아니었다. 오직 팀의 승리가 목표였다.
이동국은 "(패스를 한 공이)골로 들어가지 않았지, 좋은 장면을 계속해서 많이 만들고 있다. 패스를 하다보면 오늘처럼 득점으로 연결될 때가 있다. 그런 장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주위 동료들에게 좋은 장면을 계속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내게도 득점 기회가 올 것이다. 그런 플레이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북은 이번 시즌 목표로 삼았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서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K리그 클래식과 FA컵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가 더욱 강하게 됐다. 우승 경험이 수 차례 있는 이동국도 우승 욕심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K리그 클래식과 FA 모두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이동국은 "훈련 때 A팀과 B팀을 나누어 해도 선수들의 기량 차가 전혀 없다. 어느 선수가 선발 명단에 들어가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후반기 좋은 성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