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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전쟁 억지력, 그리고 사드
게시물ID : sisa_6608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1대병신왕
추천 : 0
조회수 : 107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2/10 03:14:51
원글출처 - cogito의 진보적 생각
http://andbut77.blog.me/220622469695
양질의 글이 많습니다. 한번 구경오세요ㅋㅋㅋ
 
 
<핵, 전쟁 억지력, 그리고 사드>
 
#1.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혹자는 위성에 불과하기에 우리가 과민 반응한다고도 말한다. 허나 북한의 이번 실험은 미사일 실험, 특히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기초 실험으로 생각해야 정확하다. ICBM에 필요한 기술은 거칠게 말해 두 가지이다. 첫 번째로 일정한 고도에 올라갈 수 있는지의 여부. 그리고 두 번째가 해당 고도에서 목적지로 떨어질 수 있는지의 여부.

 
 

이번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첫 번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테스트라 보면 된다. 우선 인공위성이라는 광명성으로부터 어떤 신호도 잡히지 않는다는 점.1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실험 성공을 자축했다는 점이 바로 인공위성 실험이 아니라 미사일 실험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누군가는 북한이라는 체제특성상 인공위성으로서의 기능에 실패했다더라도 이를 자축했을 수 있으며, 고로 북한은 정말 인공위성을 실험한 것이라고 말한다. 허나 이전에 북한은 광명성 3호의 발사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어 그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2


#2.

북한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쓴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미사일 실험 이후의 우리나라와 미국의 대응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북한의 미사일 실험 직후 그 동안의 외교 행보와는 다르게 사드(THAAD, 종말고고도지역방어체계) 배치를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그 동안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며 사드 배치에 몸을 사리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일찍이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제안을 거절하면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 KAMD를 독자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저고도에서 방어하는 계획을 추진한 것이다. 다시말해 KAMD는 종말 단계의 방어에만 치중한 시스템인데, 거칠게 설명하자면 북한이 우리나라를 향해서 쏘는 미사일만 방어하고 주일미군이나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미사일은 방어하지 않는 미사일 방어 체계인 것이다. 


그러면 의문. 미국의 MD는 거절했으면서, 왜 혼자서 또 미사일 방어 체계(KAMD)를 따로 만든 것일까? 그리고 왜 저고도 방어에만 치중한 것일까? 이것을 설명하려면 핵과 전쟁 억지력 이야기를 해야 한다.


#3.

핵무기는 개발 이래로 강력한 전쟁 억지력 수단이 되어왔다. 핵무기 개발 이래로 핵무기가 있는 국가들끼리는 단 한번도 전쟁이 발발한 적이 없다. 더 나아가 상호확증파괴조약은 핵의 전쟁 억지력을 배가시켰다. 핵무기 개발 초기에는 핵'폭탄', 즉 폭격기에 핵을 실어 나르는 형태로 무기를 운용했었다. 그러나 폭격기는 적의 대공망에 쉽게 포착되어 파괴된다는 단점이 있어 우주개발과 함께 핵폭발은 핵미사일로 진화된다. 그리고 강대국들의 격납고에 쌓여둔 핵무기들은 전쟁억지력을 충실히 발휘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를 들고 나오면서 판은 달라진다. 날라오는 핵미사일을 내가 파괴할 수 있다면, 핵미사일이 전쟁억지력을 가지고 있긴 한건가? 당연히 아니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중국이 미사일 방어 체계에 학을 뗀 이유는 물론 자신들을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의 설치 탓도 있지만, 핵무기의 전쟁 억지력이 감소되는 상황에 대한 경계심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에 쉽사리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미사일 방어 체계는 본질적으로 100% 성공률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따라서 요격 미사일은 여러 장소에 설치되어 여러 차례 요격을 시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미사일이 날아 온다면 우리나라에서 한 차례 요격시도를 하고, 일본에서 한 차례 더 요격시도를 하고, 태평양에서 한 번 더 요격시도를 한 뒤 마지막으로 미국 본토에서 패트리엇트로 요격을 끝내는 것이다. 이렇게 수 차례의 요격시도로 방어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었다. 이렇게만 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핵무기는 전쟁 억지력을 상당 부분 잃게 된다. 힘의 균형이 무너진다는 것은 동북아시아에서 일대 파란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우리나라는 그 동안 미사일 방어 체계 참여에 소극적이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내정간섭에 가까운 반대도 한 몫했지만.


#4.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하던 KAMD는 종말 방어 체계, 즉 북한이 우리나라에 쏘는 미사일만 방어할 수 있는 체계다. KAMD로는 주일미군이나 미 본토가 공격당하더라도 그저 바라만 보는 것 이상의 행동을 취할 수 없다. 허나 최근 설치가 논의되고 있는 사드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이므로 주일미군이나 미 본토가 공격당하는 것을 방어할 수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대사를 불러 전격 항의했다고한다. 당초 중국의 주요 불만사항이었던 사드의 레이더 탐지 범위 2000km를 1000km로 줄였음에도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2000km 탐지 범위 레이더로 중국을 감시하는 게 주요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요 목표는 1000km 레이더로 우리나라 상공 위에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중국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중국의 핵 억지력을 봉쇄하는 것이 주 목표이기 때문에 2000km든 1000km든 그것은 큰 의미가 없는 숫자다. 핵심은 중국의 미사일을 우리가 요격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 점이다.

고로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은 단순히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함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국토를 이용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의 MD 참여라고 볼 수 있다. 아직은 미사일 방어 체계 성공률이 100%가 아니기 때문에 당장 중국과 러시아의 핵억지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곧장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도 못한다. 그러나 언젠가 MD가 그 성공률을 완벽에 가까운 정도로 완성된다면, 사실상 동북아의 정세는 카오스로 뒤덮일 수 밖에 없다.3 전쟁이 난다고해도 사실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다.4 그렇기에 더더욱이 우리는 사드 배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작년만해도 중국과의 밀월 관계에서 사드 배치는 절대 없을 것이라던 우리 정부의 입장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바뀐 것을 보면 정말 신중하게 결정을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사드는 포대 하나에 1조원 가량의 돈이 든다. 한번 설치하고나면 -물론 매몰비용은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 경우는 매몰비용이 세금이기에- 매몰비용이 너무나도 커서 쉽사리 철거하기 어렵다. 그 어느때보다 박근혜 정부에게 신중함이 요구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1.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0&cid=1035758&iid=49100827&oid=001&aid=0008175574&viewType=pc
    미국 언론 "북한 광명성 4호 위성, 상태 불안…제기능 못하는듯", 연합뉴스, 20160209
  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112&aid=0002288992
    北, 웬일로 광명성 3호 실패 시인?, 헤럴드경제, 20120413
  3. 미사일 방어 체계의 성공률이 100%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것은 냉정하게 말해서 시간 문제다. 백지에서 시작된 미사일 방어 계획이 현재 성공률 80% 단계까지 와있다. 물론 군산복합체가 무기 판매를 위해 수치를 과장해서 잡았을 수 있지만 초창기 미사일 방어 체계보다 성공률이 증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미사일 방어 계획이 요격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참고로 사드는 계획에서부터 실전 배치까지 약 30여 년이 걸린 작품이다. 현 상황대로라면 뭐든지 시간에 관한 문제다. 기술적 가능과 불가능은 그닥 중요한 지점이 아니다.
  4. 물론 중국과 미국이 워낙 경제적으로 밀착되어 있어 전쟁이 일어나기 쉽지는 않지만, 세계 대전 직전 영국과 독일도 경제적으로 상당부분 밀착되어 있었다. 이른바 미중 패러독스 시대다.
출처 http://andbut77.blog.me/220622469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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