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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사랑의존재
게시물ID : panic_861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라
추천 : 12
조회수 : 158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2/10 18: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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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은 빛과 같았다. 찰나의 순간처럼 안개속으로 사라져 갔다.

"일어났구나.."

강한 현기증이 일었다. 마치 처음 숨을 만끽하는 갓난아이 처럼 심장의 고동소리가 새삼스레 낯설게 느껴졌다.

"여기는.."

"걱정마.. 네가 살던곳 이니깐 말이야..."

누군가의 따뜻한 음성이 들려온다. 오랜세월동안 덮어놓은 책의
첫마디가 떠오르는것처럼 따뜻한음성이 귀속에 들어와 그녀의 머리속을 맴돌았다.

간신히 눈을 떠보니 강한 형광등의 불빛이 눈앞의 시야를 가렸다. 눈앞에 검은 그림자가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깨어난지 얼마 안 돼서 눈이 아플꺼야..."

따뜻한 음성이 말했다. 

허리 부터 얕은 고통이 밀려왔지만 어떻게든 일어날수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빨리 일어서려 하지 않아도 괜찮아.."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손을 올려보았다. 허공에 머무르는 손을 따뜻한 음성이 잡아주었다. 

"누구?..."

"앞으로 너를 돌볼 사람이야."

"그렇게 말해도..."

따뜻한 음성은 서둘러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어딘가 나가는듯 문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드르륵 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 # #



깨어난지 얼마 후가 지나서야.. 이곳에 무엇이있는지 하나씩 살펴 볼 수 있었다.  
낡은 텔레비전, 누가 쓰다 버린 것 같은 커피포트, 파란색 책상위에는 몇 권의 책들이 펼쳐있었고 그 옆의 책장에는
제목이 적혀 있지않는 검은책들이 빽빽히 꽂혀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녀가 앉아 있는곳은 예전에 있었던 병원의 침상이었다.

기억이란 단어가 망각이란 단어가 머릿속에서 교차하며 맴돌았다.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 때마다 병상 옆에 부착된 녹색 버튼을 누르면 그가 달려왔다.

자신을 데이 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불렀어?"

"응.. 자꾸 귀찮게 굴어서 미안"

"아니야. 너를 돌보는건 내 의무니깐."

"있잖아."

"응."

"이제 제대로 걸을 수 있고 주위를 둘러보고 싶은데.."

"그건 안되겠는데... 아직 회복해야 돼.. 넌 소중한 사람이니깐 "

"그런 낯뜨거운 말 좀 하지 말아줄래?... 소중하다니."

"그렇다면 내가 너를 안고 밖으로 나가도 괜찮겠어?"

"그건..쫌."

"그럼 몸이 회복 될 때까지 참아."

유리 창문 밖으로 강한 햇살이 들어왔다. 커튼 하나 달리지 않은 초라한 병실이 갑갑하게 느껴졌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만 병상 옆에 놓인 버튼을 누르라고 했지만 그녀는 무료해질때마다 
버튼을 눌렀다.

그럴때마다 어김 없이 데이가 달려왔다. 

그녀는 그를 향해 미안한 마음에 베시시 웃었다.


이곳은 그녀가 깨어나기 전 기억 하던 곳과 같았지만 무언가 달랐다. 

무엇보다 주위에 아무것도 존재 하지 않았다. 

그 흔한 구름 한점 보이지 않았고 황량한 들판 위에 그녀가 기억하는 이 건물만 덩그러니 위치할 뿐이었다.

소중한 기억들이 뭉텅이로 없어진 기분이었다. 

데이의 말로는 오랜 수면에 깨어난 사람의 부작용이라고 했다.





# # #




데이는 그녀가 잠들어 있을 때면 파란색 책상에 앉아 무언가 적었다.

"뭐하는거야?"

어느날은 호기심을 참지못하고 데이에게 물어보았다.

데이는 의무적으로 대답하듯 그녀에게 말했다.

"치료제 개발을 위해 일지를 적는거야.. 프로그램이 실행된 이래로 몇번이고 적어왔으니깐."

"대단하네.."

그것뿐만 아니라 

데이는 식사시간이 되면 그녀를 위해 사냥감을 잡아와 요리도 하고 또 그녀를 위해 말벗이 돼주기도 했다. 

"네가 잠든 이후로 300년이 지났어."

"300년...이라 예상은 했지만 꽤 오래 걸렸네.."

그녀가 살던 시대에 몸속에 돌아다니는 병균의 치료제를 개발하기엔 기술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위대한 학자가 나타나 사람들에게 생긴 병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위대한 학자도 인류에 나타난 병은 쉽사리 고치기 힘들었다.

학자는 좌절했지만 포기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학자는 죽기전에 치료에 필요한 모든것을 준비하고 후대에 유언을 남겼다.

"...부디..다시 사랑할수 있기를..."

치료제 개발은 계속됐지만 치료 개발에 필요한 인력은 점점 줄어 나갔다. 

인구의 수도 마찬가지로 점점 줄어갔고 인위적으로 인구수를 늘려봤자. 한계가 있었다.

마지막세대의 학자들은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과 그녀를 포함해 영원한 수면이란 부르는 캡슐에 넣고 

자신들이 개발한 안드로이드에 인격을 주입해 치료제가 개발 될때까지는 기능을 멈추지 않게 프로그램했다.

그녀는 데이의 말을 듣고나서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하.. 깨어나 처음본 사람이 알고보니 안드로이드 였다니.."

"미안.."
 
"아니야.. 네가 미안할건 아니지 그냥 그렇다는 거야."

그녀는 머리에 두손을 얹은후 깊은 한숨을 쉬었다.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고 근심에 빠진듯 했지만 아직은 완치 증상은 아니었다.
데이는 그녀를 면밀히 관찰하기 위해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뭐..뭐야 갑작스럽게."

"놀랄것 없어 나는 단순히 완치를 위해 프로그램 대로 움직일뿐이니깐."




# # # 





그렇게 깨어난지 2년이 지나자 어느새 그녀는 미래의 세상에 익숙해져 있었다. 

만약에 데이의 힘이 아니었다면 지금 까지 적응하기 힘들었을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치료가 확인되기전까지는 나머지 안드로이드는 계속해서 치료제를 개발할뿐이었다.
 
"지금까지 고마웠어.."

"뭐야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떠나기로 결심이라도 한거야?"

"안드로이드가 그런 말도 할줄아는거야?"

"그러게.. 나도 네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이렇게 말할줄 몰랐는데. 아마 너한테 옮았나봐."

"이게!."

그녀는 데이의 머리에 주먹을 살짝올렸다. 

데이는 그녀의 근처에 다가와 있었다. 

데이는 프로그램대로 움직인다고 말했지만 그는 어느새 인간 처럼 말하게 되었다.



# # # 



3년이 지났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그녀와 데이가 결혼식을 올리는날 이었다.

간소하게 차려진 결혼식장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데이는 그녀가 수면캡슐에 있었을때 영화에서 보았던
보았던 결혼식 장면을 기억해내면서 말했다.

"하나의 존재 처럼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그녀가 대답했다.

"네."

이번엔 데이가 말할 차례였다.

"하나의 존재 처럼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데이가 대답했다.

"네."

그녀가 말했다.

"사랑해."

데이는 어느때보다 기쁜듯이 웃었다.

"나도"

그리고 데이는 기능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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