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딸만 셋인 딸부자집이에요 저는 그 중 첫째고 저의 막내 동생은 저랑 열세살차이, 둘째 동생과는 열한살 차이이며 늦둥이로 태어났어요 저희 동생의 이상한 이야기는 제 동생이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하던 때의 일이에요 제 방에는 하얀 옷장과 침대와 책상이 있었고 침대에서 한참 동생한테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자꾸 옷장 위를 멍하게 바라보고 손을 흔드눈 행동을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러다 자꾸 반복하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말도 잘 못하는 애가 '저 위에 오빠가 자꾸 놀재. 근데 싫다고 했어.' 이렇게 말하길래 너무 놀랐어요 우리 집은 딸 뿐이라 '언니'라는 말은 가르쳤어오 오빠라는 말은 가르친 적도 없고 말도 겨우 간단하게 할 때 였거든요 곧장 엄마한테 달려가서 이야기를 해드렸더니 엄마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아가들이 어디서 보고 따라하는 거라고 하시더라구여 그 때 저는 중학생이었고 혼자 방에서 잘 때라 너무 무서워서 한동안 방에서 안잤고 그냥 그 일도 잊혀졌어요 그러고 몇 년 뒤에 동생이 4살이 되었고 또 제 방에서 동생이랑 놀아주는데 동생이 또 옷장을 보면서 '싫어' 라고 말을 하길래 예전 생각이 나길래 물어봤어요
저: 옷장 위에 뭐가 있어? 동생: 언니 저 위에 파란 옷 입은 오빠 누구야? 저: 위에 아무도 없는데? 동생: 나보고 자꾸 놀자고 하잖아. 오빠가 올라 오래 저: 언니는 안보이는데 저 오빠 어떻게 생겼어? 동생: 눈이랑 코랑 입이 없어
전 너무 소름 돋고 무서워서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가서 엄마한테 울면서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도 깜짝 놀라시며 저한테 몰랐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저와 제 밑에 동생이 유치원을 다닐 시절에 엄마가 임신을 하셨었대요 근데 그 때 가정 형편이 안좋아서 엄마도 돈을 벌으셔야 해서 일을 하셨는데 아기가 자연 유산이 되었더래요 그것도 집에서요 그래서 엄마가 파란 천으로 감싸고 저희 집이 믿는 종교 예식에 따라 묻어줬다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엄마랑 저랑 펑펑 울었어요 그 아기가 저희 집에서 같이 살고 있었던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좀 무섭기도 했어요
그 후에 엄마랑 아빠랑 저랑 아기가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하며 지냈고 제 막내 동생도 다시는 그 오빠 이야기를 안했어요
지금은 그때의 제 나이가 되어있는 우리 막내한테 가끔 기억 안나냐고 물어보면 저한테 이상한 소리 한다고 하며 시크하게 대꾸하네요 ㅎㅎ
가끔 소름끼치게 무섭지만 딸만 있는 우리 집에 아들래미 있었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