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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861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슬이참이슬
추천 : 14
조회수 : 218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2/11 00:26:05
저희 집은 딸만 셋인 딸부자집이에요
저는 그 중 첫째고 저의 막내 동생은 저랑 열세살차이, 둘째 동생과는 열한살 차이이며 늦둥이로 태어났어요
저희 동생의 이상한 이야기는  제 동생이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하던 때의 일이에요
제 방에는 하얀 옷장과 침대와 책상이 있었고 침대에서 한참 동생한테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자꾸 옷장 위를 멍하게 바라보고 손을 흔드눈 행동을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러다 자꾸 반복하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말도 잘 못하는 애가
'저 위에 오빠가 자꾸 놀재. 근데 싫다고 했어.'
이렇게 말하길래 너무 놀랐어요
우리 집은 딸 뿐이라 '언니'라는 말은 가르쳤어오 오빠라는 말은 가르친 적도 없고 말도 겨우 간단하게 할 때 였거든요
곧장 엄마한테 달려가서 이야기를 해드렸더니 엄마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아가들이 어디서 보고 따라하는 거라고 하시더라구여
그 때 저는 중학생이었고 혼자 방에서 잘 때라 너무 무서워서 한동안 방에서 안잤고 그냥 그 일도 잊혀졌어요 
그러고 몇 년 뒤에 동생이 4살이 되었고
또 제 방에서 동생이랑 놀아주는데 동생이 또 옷장을 보면서 '싫어' 라고 말을 하길래
예전 생각이 나길래 물어봤어요

저: 옷장 위에 뭐가 있어?
동생: 언니 저 위에 파란 옷 입은 오빠 누구야?
저: 위에 아무도 없는데?
동생: 나보고 자꾸 놀자고 하잖아. 오빠가 올라 오래
저: 언니는 안보이는데 저 오빠 어떻게 생겼어?
동생: 눈이랑 코랑 입이 없어

전 너무 소름 돋고 무서워서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가서 엄마한테 울면서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도 깜짝 놀라시며 저한테 몰랐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저와 제 밑에 동생이 유치원을 다닐 시절에
엄마가 임신을 하셨었대요
근데 그 때 가정 형편이 안좋아서 엄마도 돈을 벌으셔야 해서 일을 하셨는데
아기가 자연 유산이 되었더래요
그것도 집에서요
그래서 엄마가 파란 천으로 감싸고
저희 집이 믿는 종교 예식에 따라 묻어줬다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엄마랑 저랑 펑펑 울었어요
그 아기가 저희 집에서 같이 살고 있었던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좀 무섭기도 했어요 

그 후에 엄마랑 아빠랑 저랑 아기가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하며 지냈고
제 막내 동생도 다시는 그 오빠 이야기를 안했어요

지금은 그때의 제 나이가 되어있는 우리 막내한테 가끔 기억 안나냐고 물어보면
저한테 이상한 소리 한다고 하며 시크하게
대꾸하네요 ㅎㅎ

가끔 소름끼치게 무섭지만 딸만 있는 우리 집에
아들래미 있었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드네요

글쓰는 재주가 없어서 그때의 제 감정과 경험이 잘 전달되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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