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겐 '남자다움'을 강요하면서 여자에게 '여자다움'을 요구하면 성차별이 되는 시대에 살면서, '넌 남자니까!'라는 말은 희생에 대한 이유로 숱하게 들었고 '난 여자니까!'라는 말은 고생을 피하는 핑계로 수없이 들었다. 크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 감당할만 했으니까. 하지만 불합리하다는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고, 난 이게 그녀들의 잘못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난 이제 내가 수도 없이 들었던 말들을 반대로 그들과 그녀들에게 사용하고 있다. 남자들에게 '넌 남자니까!', '저 애는 여자니까!' 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걸리는 게 없었다. 남자들에게 '남자다움'을 은근히 요구하면서 여자에게 '여자다움'을 말할 때는 비교육적 이라는 생각에 멈칫거린다. 난 이미 물들어버렸다. 불합리하다, 불합리하다 생각했다지만 이미 내 행동은 그녀들과 같아졌다. 난 이제 비판할 자격을 잃은 것일까? 감당할만 하다고 불합리함을 넘긴 대가는 너무 컸다. 나 자신이 불합리한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앞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