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저는 역사과(정확히는 역사 교육과. 사범대)를 졸업한 사람입니다.
(굳이 가릴 필요는 없으니 말하자면 서울대 역사교육과입니다. 어차피 졸업한 지 20년 넘었는데 아무 의미 없죠)
아 그렇다고 교사거나 역사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이건 한 '일화'와 그에 따른 제 개인적 견해를 쓰는 글입니다.
혹시나 제목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들어갔다고
밑도 끝도 없이 원색적인 비난이나 비하를 하려고 들어오셨다면
그런 내용이 아님을 미리 알립니다.
제가 메갈/페미에 대해 악의와 악의에 기반한 이득 편취에 대해 매우 강렬하게 비판하고 경계하는 것 처럼
(오늘의유머 - 클량에서 콩밥 먹은 김에 오랜만에 놀러왔습니다 (todayhumor.co.kr))
같은 계열인 일베나 매국 성향에 대해서도 똑같이 대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글 시작]
제가 학부생 시절(저는 98학번이고 중간에 휴학도 여러번하고 이것저것하고 헛짓을 좀 해서 학부생 시절이 좀 긴 사람입니다)에
들었던 전공(역사) 수업 중에 교수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희 과의 교수님들은 정치적인 이야기는 굳이 많이 섞지 않으시는 데(학교에 따라 아예 강한 색채를 띄신 분도 있지만)
그날 '왕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이야기였죠.
즉, 교수님의 요지는 '노무현 대통령이 강하지 못했다' 이거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아끼는 분은 반발할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을 까려던 분은 이미 이 부분에 대해서만 해도
상상으로 갖다 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실텐데 양쪽 모두 참으시길 바랍니다.
[역사에서 왕권 간략]
역사, 특히 국사나 분량이 제일 많은 조선시대를 기준으로 '왕권'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의 '축' 같은 겁니다.
간단하게 해당 왕의 시대에 그 왕의 '왕권'이 강해졌나 약해졌나, 어떤 사건으로 왕권에 변동이 생겼나를 알면
수능 역사 정도의 내용은 정리가 끝난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요.
대충 떠올려보시면 알겠지만 XX가 있고나서 ㅁㅁ의 왕권이 약해지고 외척이 등장하고 어쨋다 뭐 이런 흐름 기억나실 겁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군이나 위업이 있던 '왕'의 기준으로 왕권이 강했던 것은 비단 조선이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도
거의 공통이라는 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다시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로 돌아와서]
교수님의 저 이야기는 이런 겁니다.
그게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아직도) '강한 왕권'에 기대고 있는 면이 있다는 거죠.
아닌데? 나는 아닌데? 싶은 분도 당연히 많으시겠으나 불행히도(?) 좋은(?) 실례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이 있습니다.
박정희(역사를 배운 입장에서 다까끼 마사오 대신 이 이름을 써주는 자체가 짜증나지만 얘가 주제가 아니니 넘어갑시다)와
독재 / 강함에 대한 추억만으로 표를 쓸어담으며 대통령직에 선출된 것 말입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그것이 [돈을 벌게] 거나 [부동산 값을 올려]거나 [XX를 해주시길 거야!]라는 믿음으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있겠습니다.
굳이 현 야권계열의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이건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명박근혜가 저지른 짓을 모두 청소] [해주실 거야]라는 믿음에 기반한 문재인 대통령도 궤가 같다고도 볼 수 있죠.
[리더와 보스]
인터넷에 친밀하신 분은 리더와 보스의 차이라는 짤 같은 거 기억나실 겁니다.
같이 나아갸냐 갈 길을 시키냐 뭐 그런 짤이었죠.
(물론 이 짤은 그러니까 우리 사회는 보스가 아니라 리더를 선택해야한다라는 의도가 담긴 짤이겠습니다만)
네, 회사나 사회 국가에 뭐가 낫냐는 가치판단을 떠나서 국민이 '보스'를 더 뽑는다는 겁니다.
그게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그 이야기가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장점과 언론 및 여론]
여기에서 슬슬 교수님의 말씀이 이미 어느정도 이해가 되죠.
(아, 이걸 동의하냐 안하느냐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대학생쯤 되서 교수님이니까 그걸 믿고 다 따라야한다라는 식이면 곤란하겠죠)
노무현 대통령의 장점에는 소통이나 친밀함, 속을 그대로 드러냄 같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을 비판하거나 욕해서 만족한다면 그걸로도 괜찮다고 했을 정도일테니까요.
그러나 언론이나 여론은 이 '유하다'라는 측면을 공격의 통로로 사용했으며
그게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나 '검찰의 조작 및 언론 짬짜미'로 쓰였죠.
쉽게 대비되는 장면이 박근혜 앞에서 공손히 손모으고 듣는 기자단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까불던 검사와의 그 장면 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행정부처 직원(검사)이 행정부 수장(대통령)에게 막나와도 받아주었다.
이 지점이죠.
[노무현 대통령이 강하지 못해 생긴 비극과 결과]
아마도 블랙리스트나 직접적인 지시까지 동원하던 박근혜였다면 저 검사는 옷을 벗는 것은 물론
이후에도 활동이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감내했고 그 결과는 검찰의 '자살시키기'까지 이어졌죠.
(이건 제 의견이므로 동의하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어차피 이 글의 주제도 아니고)
여기까지 왔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강하지 못했다. 강했어야한다'라는 의견에 대해서
사실상 맥락은 다 나온겁니다.
[대통령은 강해야하는가]
이게 바로 딜레마입니다. 강한 대통령. 누가 떠오르시죠?
Strongman과 그 딸. 독재자와 독재자의 딸.
강하다는 것은 불행히도 그 끝이 '독재'를 말합니다.
왕조를 민주주의에서 '선출'인 대통령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없는 짓이지만
왕의 권력이나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막강했다는 건 동서양 고금을 막론합니다.
즉, 민주주의 시대에서 [일정 선 이상의 강함]은 독으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때론 그것이 쿠데타(군부의 무력)이거나 내전, 시민에 대한 학살까지 이어지는 참극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금 미얀마를 보셔도 쉽게 알 수 있죠.
[어디까지가 그 선(경계선)인가]
이제 해결하거나 통상적인 이야기로는 매듭지을 수 없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오는 겁니다.
A에게는 거의 바닥까지 내려온 것이 그 선이며
B에게는 무릎까지
C에게는 머리 꼭대기까지
D에게는 보이지 않는 저 하늘 위까지가
그 선이기 때문입니다.
그 선이 바닥이나 무릎인 사람은 절대 박근혜나 독재 등과 관련된 그 어떤 선택도 못받아드립니다.
그 선이 머리나 하늘 위인 사람은 바닥이나 무릎에 있는 사람을 '낮게 봅니다'
그 선이 어디어야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지금의 현 시대에 대한 이야기]
본 글의 내용과는 결이 너무 달라서 굳이 미리 알림을 써야하나 싶지만,
이건 문재인 대통령이나 여당에 대한 지지나 비토와는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어쩔 수 없이 색은 드러나지만 누굴 지지하라,
어떤 것이 좋다라는 가치판단을 대신 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현 행정부에 대한 '약점과 '문제''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네요.
즉, 저 선을 계속 [내리는] 선택을 해온 부작용을 쎄게 맞았고
그것이 [선의에 기반하였던 이상에 기반하였던] 문제는 문제라는 겁니다.
간단하게 [일이 안됩니다]
다시 짤을 소환하여 보겠습니다.
리더가 내려와서 같이해준다는 건 민주주의 시대에서 꽤나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너무 선을 낮추다보면 내 뒤에 같이 끌어야할 사람들이 저 수레 위에 올라타서 [남이 끌기만]을 바라거나
[손을 놓아버린다]는 겁니다.
간단하게 사건 실례로 보겠습니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렬 총장의 대립이 바로 이런 겁니다.
박근혜 아래에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직속상관인 법무부 장관이 뭐하라고 하는 데, 검찰총장이 반대하거나 비토한다?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게 좋은 목적이거나 나쁜 목적이거나 시킨 일은 하고 싶었던 무서워서던 해서 굴러 갔을 겁니다.
언론에 대한 당근과 채찍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형광등 아우라]를 찾는 언론과 [시계 조작질]이나 하는 언론의 지형인가.
[강하지 못하고 너무 선을 낮춰서입니다]
독재하거나 보복하거나 뭐 안기부 시절처럼 해야한다는 거 아닙니다.
하물며 국정원 써서 뭐 오피스텔 쳐박혀서 여론 조작하라는 것도 아니에요.
[선이 낮아서 일이 안돌아가면, 선의가 무용합니다. 잠시 낮추는 걸 멈추고 돌아보거나 올려서라도 '일'은 해야합니다]
[잠깐 페미 이야기도 해볼까요]
제가 지난 글에서 여가부의 특정성별영향평가 법안이 악의 축에 가까운 걸 썼습니다.
이거 박근혜가 여성 대통령 타이틀을 자랑하고 각 여성단체를 휘하에 두기 위해 준 꿀입니다.
아주 쉽게 만들어냈죠.
그런데 현재 페미 이슈가 젊은 세대를 휩쓰는 동안 이걸 제대로 수정하거나 철폐하지도 못했다는 겁니다.
정확히는 이게 문제의 [근원]이라는 걸 알기나 하는 지 모를 정도로요.
수레에 앞장서서 [자 성평등을 위해 나아가자]라고 했는데,
그 목적지가 평등이 아니라 차별이니까 뒤의 젊은 세대 남성은 [다 손을 놓았습니다]
차라리 잠시 수레 위에 올라가서 어라? 멀리 보니까 저기가 목적지가 아니구나라는 걸
눈치채지도 못했고, 수레 방향을 틀어야한다는 것도 이해를 못하는 겁니다.
바로 등 뒤에 여성계가 착 붙어서 올라가서 보지 못하게 붙들고
저기 맞아! 맞다니까!하는 거나 듣고 있다는 거죠.
(역사에선 이걸 간신이나 외척이 보통했습니다)
뿌리칠건 뿌리치고 멀리 보는 걸 게을리한 탓입니다.
어차피 이 글의 주제가 페미 이야기가 아니니 이건 여기까지.
[레임덕과 1년. 외퉁수같아 보이는 국면에서 멍군을 칭 수 있어야한다]
그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이쯤되면 [왕권]이 약해집니다.
지지하던 자들은 다음에 모실 분을 궁리하기 시작하고,
반대하던 자들은 다음엔 내가 원하는 분을 모실 궁리를 하니까요.
이건 자연스러운 겁니다.
즉, 선을 내리지 않아도 내려가는 판국이라는 거죠.
그러면 현 행정부가 할 일은 아주 간단합니다.
선이 내려가서 일을 못한다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일을 해내면] 되는 겁니다.
잠깐 역사과로 글을 썼으니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하면서 맺겠습니다.
세종대왕의 재위는 1418년~1450년입니다.
우리가 모두 칭송하는 한글의 반포는 재위 28년 1446년입니다.
붕어하기 고작 4년의 직전에 이룩하신 위업이란거죠.
(전체 재위기간 생각하고 당시의 연구 방법이나 환경을 생각하면 정말 극적인 결과입니다)
즉, 레임덕이 오면 일을 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러나 반대로 일을 해내면 아무도 레임덕을 떠올리거나 왕권이 약했다고 못합니다.
이건 현 정부에 실망했거나 지지하거나, 또는 기대하거나 기대하지 않거나 모두에게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선을 낮게 보는 사람도 [일이 안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선을 높게 보는 사람도 [일이 안되면] 당연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말인 즉슨 일을 해내면 선 따위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도 않습니다.
[해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죠.
일을 못해내면?
그것이 비록 선의를 위해서였더라도 선을 낮춘 결과는 매우 반동이 큽니다.
그것은 위에서 썼듯이 역사가 이미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