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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부
게시물ID : freeboard_12673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벤지풀
추천 : 2
조회수 : 2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2/13 11: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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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피부가 많이 예민하다. 좁고 허름한 욕실문이 열리면 뿌연 김과함께 새빨간 얼굴을 한 그녀가 나온다. 울긋불긋.
세수할 때 쓰시라고 놓아둔 폼클렌져는 무용지물이다. 뽀득뽀득한게 좋다며 언제나 비누로 벅벅. 머리는 수건으로 둘러싸고, 속옷만 입은채 전신거울앞에 쭈그리고 앉아 화장품을 요란하게 바르신다. 착착착착. 그녀의 등뒤에 있는 침대에 누워 나는 말을 붙인다. 전신거울로 서로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녀의 새빨간얼굴이 아주조금 돌아올때쯤 그녀는 불을끄고 침대에 와 눕는다. 내옆에 속옷만 입은채로 누운 그녀의 등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아 본다. 손끝에 그녀의 쳐진 뱃살이 느껴진다. 그녀의 피부는 아주 보드랍다. 20대인 나의 피부보다도 훨씬. 얇디얇은 보들한 피부밑에 주렁주렁 달린 뱃살이 나는 참 좋았다.

 그녀의 등에는 특이한 모양의 점이 하나 있었다. 원래는 동그라미였던 그 점이 나를임신하면서 두개로, 동생을 임신하면서 세개로 늘어나서 우리는 그점을 주택은행 점이라고 불렀다. 그녀의 어깨를 주무를때, 등에 파스를 붙여 드릴때 괜시리 꼭한번 어디있나 찾아보고 손으로 슥슥- 만져보았던 그 점. 사진이라도 찍어둘껄-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든다. 이제와서.

 그녀가 일하는 곳에서는 겨울이면 항상 기름난로를 켜 놓는다. 그녀는 그 난로앞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기를 좋아했다. 무엇 때문인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 난로때문에 겨울이 되면 그녀의 다리는 투명한 물고기 마냥 혈관이 다 비치곤 했다. 난로앞에 작작 앉아 있으라고 잔소리도 했으나 사실 지금은 그게 정말 난로떄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무심했다. 나름 효녀라고 하루에 열번씩 통화하고 아침에 눈뜨고 저녁에 눈감을때 항상 그녀의 생각을 하며 살았지만 그녀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무심히 넘겼다. 그래서 나는 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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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흐려지기 전에 조금씩 메모를 해둘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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