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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해야 좋을까.
게시물ID : gomin_11736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2JnZ
추천 : 1
조회수 : 14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8/09 04: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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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글 써봅니다.

전 올해 대학교를 졸업한 21세 여자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전 아버지가 무섭습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싫은 것도,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아버지 곁에만 있으면 육식동물 앞의 초식동물마냥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어렸을적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넘기지 않고 욕을 합니다. 그 상대가 누구든 관계없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욕을 하고, 매일 밤마다 술을 마시고, 분위기 자체가 식은땀이 날 만큼 날이 서서 누그러지는 날이 없습니다. 손찌검은 많지 않았지만 그 특유의 위압감때문에 재대로 울지 못해 언니와 방에 틀어박혀서 숨을 참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말은 큰 고함소리와 부릅뜬 눈으로 짓누르는게 전부였습니다. 한번도 대화를 재대로 이어 간 적이 없었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어떤 이야기를 하던 자신이 원하는 것과 맞지 않으면 일단 고함부터 치고 봅니다. 죽어도 굽히지 않습니다. 세어보면 끝이 없었고 생각만 해도 섬뜩했던 때가 많았습니다.

언니와 제가 어렸을 적 배운 음악으로 성적 잘 나왔으니 받은 상을 보여드렸다가 보는 그 자리에서 상장이 찢긴 적도 있었고,
학원을 보냈는데도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밤시간 내내 얼차려를 받은 경우도 있었고,
부모님이 운영하던 식당 뒤에서 만난 큰 개가 무서워서 가만히 있었다는 이유로 머리를 얻어맞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그 동네에는 미친개들이 많았던걸로 기억합니다.]

단지 자신의 눈 앞에서 두 시간 넘게 둘이서 컴퓨터를 했다는 이유로 던지고 부서진 컴퓨터만 한 손의 손가락 수를 넘고,
터진 모니터의 유리가 다리에 박혔는데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도 기억합니다.

아침도 아닌 새벽 이른 시각에 갑자기 깨워서, 알지도 못하는 잘못을 들이밀며 호통을 쳤고 그에 놀라 거품을 물고 혼절할 때도 있었습니다.
본디 사람이 기절했다면 놀라서 깨우려고 하거나 구급차라도 불렀을텐데, 발로 툭툭 치며 연기하지 말라고 했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습니다.

중학생 때는 미술이 배우고 싶어서 보내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말만 꺼내면 채 다 말하기 전에 묵살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빠, 저 학원..." "학원 뭐." "학원 공부 말고 다른데..." "다른데 뭐. 쇠가 빠지게 학원 보내주면 고맙게 생각할 것이지 다른데를 뭘?" 이런식으로요.
지금와서 '그때 제 이야기 왜 안들어주셨어요?' 라고 물어봤자 '니가 말을 재대로 했냐?' 라는 대답밖엔 안하십니다.

제가 중학교 3학년때는 결국 아버지와 틀어질대로 틀어진 언니가 차도에서 사고를 냈고, 하얀 병원에서 3달넘게 구금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울면서 전화하는 어머니와 같이 계셨는지 우는 소리 반대편에서 이런 말이 들려오더군요.
"병신같이, 씨발. 지가 뭘 잘났다고 차도에 뛰어들어가."

충격이 그런 충격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우느라 그 말을 못들었는지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언니한테는 말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아버지께 그 때 이런말을 했냐고 물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딸이 차도에 뛰어들정도면 얼마나 심한지 체감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었나요?
제가 아버지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겁니까?

어머니는 극심한 우울증, 언니는 정신분열증과 환각증세가 있으나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병원의 담당의께서는 아버지를 앞에 두고 욕에 가까운 말을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하셨죠.
하지만 이 사고를 기점으로 모든 화살이 저에게 날아왔다는 겁니다.

언니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까지. 저만 그 당시에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이유인지, 아니면 저만 그 병원에서 상담받지 못했다는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집안의 막내니까, 만만하니까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힘든 일, 사회생활중의 더러움, 누군가를 향한 욕, 한탄. 가족 내의 대화까지 제가 중간책이 되어 이리 나르고 저리 나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웃기는건 서로를 향한 욕까지도 다 제게 떠넘겨진다는거죠. 저는 그 덕분에 말 한번 뱉기 괴로울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식당을 그만둔 어머니는 부동산으로, 아버지는 막노동으로 일을 나가시고 언니는 현재 잘 취직해서 일을 다니고 있습니다만 저는 현재 집에 가만히 틀어박혀 있는 상태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했으면 취직 해야지 않느냐 하지만 전 낯선 타인, 불편한 자리에서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손이 떨리고 눈물이 쏟아집니다. 말도 떨게되고, 말소리도 크게 나오질 않습니다.

부모님이고 친척이고 취직 잘 되는 과를 나왔는데 왜 취직을 못하냐 성화인데다,
특히 아버지는 요즘들어 매일 눈만 마주치면 취직예기밖에 하질 않으십니다.

아버지에겐 비밀로, 3월부터 정기적으로 하얀 병원에 드나들고 있습니다만, 병원에서는 치료가 어려울거라 단정짓고 있습니다.

더, 뭔가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
조금있으면 아버지가 깰 시간이라,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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