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왠지 집에 혼자있기 싫어 쇼핑이나 할겸 밖을 돌아다녀보니 세상에.. 눈 내리는 발렌타인데이더군요. 눈 내리는 거리를 보고있자니 친구로 지내자던 그 친구가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충동적으로 편지지를 사서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펜은 깜빡했네요. 멍청멍청.. 알바분께 펜을 빌렸는데, 남아있는 게 네임펜뿐이라 얼떨결에 네임펜으로 편지를 썼어요.
어차피 보여주려고 쓴 편지가 아니라서 그런지 편하게 써지더군요. 다 쓰고나서도 편지지가 모자라 편지봉투를 뜯어다가 편지지 삼아 두장 더 쓰기도 했어요. 흰 종이에 제 감정을 담은 후에 눈 내리는 거리와 핸드폰에 있는 영화 한 편 보고 집에 갔습니다. 아니지. 집말고 동네친구와 술 한잔하러 갔었군요. 가는 길 지하철역 화장실 쓰레기통에 편지를 버리니 제 마음도 한결 가벼워 지네요. 건네주지 못할 편지라도 정성을 담는 그 순간만큼은 아련함과 잔잔함 그리고 격렬함에 취하는 듯해요. 그 과정은 항상 기분이 좋아요. 비록 버릴 편지라고 해도요.
저녁으로 짬뽕에 고량주 한잔했더니, 그게 원인인지 아니면 그 친구가 보고싶어서인지 자다가 깼어요. 잠에서 깨 혹시나하는 마음에 바라보는 카톡은 역시나 답장이 없네요. 연락 한 번오면 정말 좋을 텐데.. 나이 서른에도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그 친구가 정말 보고 싶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두서없이 글을 남겼네요. 편지나 한통 더 써야하나 봅니다. 다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