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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주의) 임고를 포기한 사범대졸업생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5918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木村拓哉
추천 : 1
조회수 : 136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2/15 21:07:17
 
 
 
 
3학년 말부터 고민하기 시작해서 4학년 초에 결정했어요.
 
전공 공부도 참 재미있게 했고, 학점도 그럭저럭 괜찮아요. 사실 임고 포기한다고 할 때 교수님들 주변 어른들이 많이 만류했어요.
 
제 과의 요즘 TO가 최고조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때 이 학교 이 과를 선택할 때 사실 처음부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 성격이 선생님이 될 성격이 아닌 걸 알거든요.
 
말도 차갑고 냉정해서 주변 사람들한테 상처도 많이 줬고, 기본적으로 남에게 신경을 골고루 잘 써 주지 못해요.
 
학창시절 이런 선생님에게 상처받아본 기억, 다들 한 번쯤은 있잖아요.
 
물론 선생님이 되면 어떻게든 고치려 노력은 해보겠지만 전 이게 제 천성인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구요.
 
그치만 전공 공부에 대한 애정과 제 노력으로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이 과를 선택했어요.
 
그렇게 3년이 흐르고 정말 진지하게 임고를 준비해야 할 때가 다가왔네요.
 
교생실습을 다녀왔고 애들과 함께 교실에서 수업하고 상담도 해보면서 점차 저는 결심을 굳혔어요.
 
임고를 관두기로 마음을 굳히고 나니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아있더라고요.
 
전공 공부를 계속할 것인지(대학원 진학), 혹은 아예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것인지.
 
전공 공부를 계속하는 쪽도 생각을 해봤지만 이건 너무 가망이 없더라구요. 저보다 훨씬 잘 하는 사람도 많고,
 
뭣보다 학벌이 그리 좋지 않아서(소위 SKY가 아니다보니) 제가 생계 걱정 안 하고 공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정 받을 지도 확신할 수 없었고요. (사실 졸업논문 쓰면서 아 이쪽은 안되겠구나 했던...)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기자 쪽으로 도전해볼까 하기도 했는데 이쪽 역시 현실성이 좀 떨어졌고...
 
그렇다고 공무원 시험이나 행시를 준비하자니 그건 제 적성과 너무 안맞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요.
 
과 특성상 집회도 많이 나가고 사회에 대한 분노가 충만한 곳이라(또 제가 좀 열심이기도 했네요) 나랏일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사실 다른 공부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생각났던 직업이 번역이었어요. 일본어 번역이요.
 
원래 일본어에 관심이 많아서, 한번도 정식으로 공부해본 적은 없었지만 소설책 번역은 취미로 하곤 했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장편 소설을 혼자 힘으로 번역해서 텍스트로 가지고 있는 게 다섯 권이네요. 원래 소설, 문학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국어 전공자가 제 번역을 보고 참 잘했다고 말해준 적도 있었고, 정말 번역할 때는 누가 돈주면서 시키는 것도 아닌데 진짜 열중하거든요.
 
물론 일본어 시장이 레드오션인 것도 알고, 전공자도 아닌 사람이 제로부터 시작해서 전문 번역일을 한다는 것도 매우 힘들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짧게 살고 가는 인생,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다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정말 열중할 수 있는 일이요.
 
같은 어휘도 한국어로 어떻게 옮겨야 할 지 두 번, 세 번, 다섯 번 고민하고, 수정하고
 
이 부분은 의역을 해야 할지, 직역을 해야 할지, 맞춤법은 이게 맞는지, 내가 이 문장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마저 행복해요.
 
그리고 전 제가 정말 잘 할 거라고 믿어요. 아니, 잘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졸업을 하는 올해는 제가 일단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내년에 일본으로 짧은 어학공부를 갈 생각을 하고 있어요.
 
(유학/워홀 준비를 위해 2015년 2차 JLPT를 봤는데 만점으로 N1을 합격했어요.
 
이게 백프로 제 일본어 실력을 인정해주는 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직감과 평소실력으로 푼 문제들이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해서 전 뿌듯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제 마음은 아랑곳않네요.
 
물론 불안정해보이는 것은 잘 알아요. 사범대 졸업한 사람이 교사나 공무원을 안 하는 것도 이상해보일 테고요.
 
절 아는 사람들은 저보고 딱 공무원 할 인상, 공무원 할 성격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제가 하고싶지 않은 걸요.
 
몇 번씩 마음을 독하게 먹다가도 주변에서 들어오는 한 마디, 두 마디 때문에 자꾸 힘들어져요.
 
제가 이 시장이 녹록치않은 걸 알아서 더하기도 해요. 전망도 그리 밝은 직업이 아니라는 걸 알고, 경력 쌓기도 힘들고,
 
웬만큼 독한 각오와 뛰어난 실력이 아니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걸 알아요.
 
나약해지면 안 되는 걸 아는데도 당장 부모님부터 '왜 영어가 아니고 일본어냐' 이런 반응이라 너무 힘이 빠지네요...
 
 
 
 
두서없는 넋두리 죄송해요. 글로 적고 나면 뭔가 정리되려나 싶어서 열심히 두드려봤는데 더 한심해지기만 하네요.
 
25년 인생이,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가 타인들에게 미리 염려당하는 현실이 서글픕니다.
 
취업 준비하는 여러분, 진로를 고민하는 여러분 2016년에도 우리 다 같이 힘내요.
 
저도 제가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힘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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