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친구랑 아파트 독서실에 앉아 있다. 독서실에는 아무도 없다.
크리스마스인 탓에 다들 내일 하루는 가족과 보내기 위해, 혹은 그저 공부가 하기 싫어서일 터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독서실에서 밤을 새는 이유는 친구의 말 때문이다
우리는 평소 새벽 한 시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오늘 친구가 갑자기 내게
"야 내가 햄버거 쏠게" 라더니 롯데리아 홈써비쓰를 배달시키는 것이었다
녀석이 무언가를 쏘는 것은 처음이었으나 잠자코 얻어먹기로 했다.
우리는 아파트 놀이터 정자에서 햄버거를 나눠먹었다. 다 식어빠진 감자튀김을 먹으며 친구가 말했다
"오늘은 이거 먹고 밤 새는 거다"
어이가 없었다. 친구는 늘 잠이 많아 열두 시만 넘으면 꾸벅꾸벅 조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궁금해서 "왜 새야 하는데?" 라고 따지듯 물었다. 하지만 친구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합격 달라고 하자.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공부하는 거 보면 줄거야."
웃음이 나왔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친구와 내가 처해 있는 상황 때문이었다.
수시를 다 떨어지고 이곳에서 정시 실기 연습을 하고 있는 문예창작과 입시생인 나와
평소 늘 1등급이 나왔지만 실수로 등급이 한두 개씩 떨어져 재수를 준비하고 있는 내 친구.
우리는 산타할아버지를 믿을 만큼 간절하다. 그리고 절박하다.
우리는 지금 밤을 샌다. 다행히도 눈은 내리지 않는다.
친구가 한국사 인강을 듣는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더 처량해 보인다.
커피라도 한 캔 사다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