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게시판은 처음이네요.
맨날 눈팅만 하다가 고민이 생겨 글 적어봅니다.
남편이 게임을 하는데, 저보다 아이보다 게임을 더 좋아하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어요.
연애할 때도 좀 더 같이 있고싶은데 게임해야 한다면서 초저녁에 헤어지고 그래서 섭섭한 적이 많았어요.
근데 결혼하면 게임 안한다는 말에 속아서 결혼했고, 계속 하고, 아이 낳으면 안한다길래 또 속고, 계속 속아요.
영어 시험을 준비하는 중인데 몇년 째 낙방하고 있어요. 학원비만 수백만원, 시험비도 수백만원 들었는데 시험 전날에도 늦게까지 게임을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생계를 놓고 게임을 하는 건 아니고 마지못해 설거지 정도는 가끔 하는데
집에 오면 그냥 방으로 직행해서 게임 쳐 하고 있어요.
그리고 자다가 옆에 사람이 없음 깨잖아요. 저도 그러고 애기도 그러는데 애가 저랑만 자고 있으면 이상하게 새벽에 깨서 막 짜증을 내거든요.
혼자 깰 때도 있고 애가 울어서 깰 때도 있는데 새벽 2, 3시에 깨보면 옆에 없어요.
잠결에 혹시 집에 안왔나 싶어 덜컥 걱정이 되어서 집 안을 남편 찾으러 돌아다니다 잠이 다 깨서 뜬눈으로 밤을 지샌 적이 많아요.
안그래도 잠 부족한데 너무 힘들어요.
본인은 그래놓고 주말이 되면 나무늘보처럼 잠을 자요. 저도 일 하는데..
어디 같이 나가자 해도 귀찮아하고 피곤해하고 코뚜레 한 소처럼 끌려다녀요.
그래서 요즘엔 아예 저랑 애만 나갈 때도 있어요.
전에 친정 갔다가 피씨방에 가서 새벽 4시까지 안 들어와서 제가 놀라서 전화했더니 피씨방이었던 적도 있고
그 때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이혼하네마네 얘기했는데 앞으로 밤 12시 전에는 게임 끝내고 자기로 했고, 안 그럼 이혼.. 이렇게 얘길 했는데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1년이 지난 지금도 밥먹듯이 새벽까지 게임을 해요.
평일엔 평일대로 그렇게 하고, 주말엔 3~4시까지 게임하고 낮엔 나무늘보모드..
진짜 저랑 왜 결혼했는지 모르겠어요.
남들은 같이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얘기도 한다는데, 저는 지금까지 그런 적이 한 손에 꼽아요. 아무리 얘길 해도요.
마치 저랑 제 아이가 잠들면 그때부터 자유시간이라는 듯이. 그렇다고 해서 제가 깨어있을 때 뭐 신경쓰는 것도 아니고 저는 저대로 혼자 책 읽다가 자거나 해요. 하루에 대화는 한 10분 정도?
취미 수준과 게임에 미친 수준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듯 한데 확실한 건 저보다 게임이 소중한 듯 합니다.
어제 또 그래서 새벽에 잠 못들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아무리 얘길 하고 호소해도 어 알았어 이러기만 하고 행동에 변화가 전혀 없길래 계속 얘길 했더니 어젠 소리지르고 발로 침대를 차고 내가 여깄는 거 다 뿌실까? 하면서 협박을..
그래서 자던 애가 깨서 멍하니 앉아있는데 안아서 재우고 너무 서러워서
눈물도 안 나오더라구요. 이젠.
객관적으로 알고 싶어요. 이게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인지요.
제 생각보다 양호한 거면 제가 예민한가보다 하고, 심각하면 앞으로에 대해 생각을 좀 해보려구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