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이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제 일 덕분에 깨달았습니다. 그놈 정신적으로 맛이 갔습니다.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문자로 누가 카메라로 나를 감시한다며 나 죽이러 온다고 횡설수설하더니 저한테 도움을 요청하더라구요. 처음엔 믿기지가 않았지만 그래도 갔습니다. 혹시나 해서 말입니다. 근데 집에 가니까 카메라는커녕 개미 한마리도 안 보이는거에요. 누가 스토킹하는건가 싶어 일단 그 집에서 잤습니다. 자기 전 그냥 멍하니 그녀석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요. 자기 몸에 이상한게 심어져있는데 그게 도청장치랍니다. 도청하는 이유가 자신을 조종하기 위해서래요. 그리고 도청하는데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자신의 부모님이란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답니다. 그래서 설날에 집에 박혀있었대요.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너 약간 이상하다고 말하니까 너도 나 안믿어? 너도 다 똑같다 나쁜자식 이러면서 쫓아냈습니다. 제가 그 녀석 가족도 아니고 보호자도 아니라 정신병원에 데리고 갈 수 없어 답답합니다. 일단 가족한테 연락을 해보고 정신병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눠 보아야 할것 같은데 방금전 그녀석 형한테 전화를 한번 해봤어요. 자기도 알고 있었더랍니다. 가족들도 다 알고 있는데 모른척 하는 이유가 기가 막힙니다. 형 말씀을 들어보니 어차피 헛소리 하는것 빼고는 이상 없고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뭐 정신병 이력 있으면 사람들 안 좋게 쳐다볼뿐더러 본인이 거부하는데 궂이 치료를 할 필요가 있냐.. 이상한 말 하는 그 부분만 빼고는 정말 정상적입니다. 그 녀석 소극적인 면이 있는건지 대인관계가 그리 원만하지는 못하고 친구도 저 밖에 없는걸로 알아요. 저도 오지랖 넓고 남의 가정사에 참견 많이 하는건 압니다. 근데 어릴때부터 같이 살다시피 한 녀석이 이상한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쓸수 있을까요? 솔직히 병원이 최선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본인이 거부한다는데 강제로 끌고 갈 수는 없잖아요. 그냥 자기가 만들어낸 환상에 남도록 놔두어야 할까요? 무엇이 최선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