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백수다. 백수는 아름답다
그대여
불어터진 자유
불어터진 시간을 파먹으면서
오늘 하루도
약간은 참담하고 약간은 암울한 기분으로,
뒹굴
뒹굴
하루를 잘 굴리셨는가.
그대는
먹이를 포식한 봄날의 코알라
정오의 햇빛 속에 졸고 있는 칠면조
빈둥
빈둥
오, 만고강산에 나른하고도 권태로운
그대 인생의 중심부,
그런데도 그대는 행복하지 않은 표정이다.
그대를 지금까지 공짜로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입혀 주신
부모님들은 갈수록 주름살이 깊어가는데
사대육신이 멀쩡한 늠이
자알 헌다
자알 허는 짓이다.
그대 자존심을 생각해서
겉으로는 발설하지 못 하시지만
속으로는
한심한 시키,
라고 혀를 차실 것이다.
하지만 그대여,
야속하게 생각지 말라.
그대를 지금까지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입혀 주신
부모님으로서는 응당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대여.
앉으면 암울하고
누우면 참흑하리라.
눈을 뜨면 초조하고,
눈을 감으면 불안하리라.
동쪽으로 가도 귀인을 만나지 못하고
서쪽으로 가도 귀인을 만나지 못하리라.
사면초가(四面楚歌).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도다.
본좌에게 허심탄회하게 물어 보시라.
도대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본좌는
일찍이 초대 국제백수연합(國際白手聯合) 총 회장을 역임하고
세계백수자활대책위원회(世界白手自活對策委員會) 위원장을 거쳐
현재는
사단법인(私團法人) 백자방협(白自防協 . 백수자살방지협회) 이사장.
인터네셔널 화이트 핸드 그룹(International White Hand Griop) 총수
등의 중책을 맡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쓰면 작가 안 쓰면 백수로서의 양다리 인생을 개척하여
절망에 빠져 있는 모든 백수들에게
희망을 무료로 공급하고 있는 인물이다.
어느 기업 총수는 말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젠장.
세계가 넓은들 그대와 무슨 상관이며
할 일이 많은들 그대와 무슨 상관인가.
그대는 백수일뿐,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그대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는데
한숨은 갈수록 늘어가고
지갑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어쩌자고 햇살은 저리도 눈부시며
어쩌자고 꽃들은 저리도 화사한가.
잔인하다 세월이여.
동서남북 분주하게 이력서를 던졌건만
종무소식.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도
이제는 단물이 다 빠져 버린 츄잉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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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는 직업을 잃어 버린 사람이 아니라
직업을 선별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대여
두 손을 모아 간절하고도 간절한 마음으로
그대를 위해 기도하나니
백수.
그 무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이름 위에
부디 하나님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축북이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