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과 보호심으로 생겨난 감정도 사랑일까?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친모는 어디서 무얼하는지도 모르고 가정에서의 행복한 기억은 없었던 여자가 있었다.
할머니 손에 자라 아버지라는 성역할을 수행해줄 사람이 없었기에 나는 그 아이에게 아버지이며 친구이며 애인이 되어주곤 했다.
나는 한사람인데 그 아이에게 여러가지 역할을 수행하기가 벅찼었을까 나는 결국 그 관계를 포기하고 말았다.
아니, 사실 생각해보면 상대편의 부모가 올지 안올지도 모르는 그런 결혼을 하기 싫었던 나의 이기심때문이였던 것 같다.
그렇게 헤어지던 날 그 아이는 나에게 메달리며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나를 안으려고 했었고... 나에게 키스하려 했지만 나는 끝내 그 몸짓을 뿌리치곤 도망치듯 그 아이의 집에서 벗어나버리고 말았다.
힘든 가정형편뿐만 아니라 어릴때 부터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해 사랑을 주는 법을, 심지어 사랑을 받는 법도 몰랐던 그 아이에게
나는 잔인하게도 사랑이란 감정이 무엇인지 사랑으로 채워짐이 무엇인지 알려주곤 도망치고 말았다.
그 차갑고 무거운 문을 내 손으로 닫은 뒤에 들린건 내 마음속을 파고들던 울음소리..
세상 뒤편에서 무너진 채 모든 것을 놓아버린듯한 흐느낌은 평생 잊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사랑받지 못해 사랑을 주고 싶었다던 나의 잔인한 배려는 그 아이에게 평생의 상처가 되겠지..
그 죄책감이 오늘 밤 내 맘을 죄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