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억이 흐릿해서 언제였는지 모를 작년즈음에 스킨푸드에 회원가입을 하고 어플을 설치했다. 바로 뜨는 메인 화면에 쿠폰 2장이 있음을 확인,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신규고객에게 주는 1만원 구매 시 3천원 할인권이었다. 당시엔 내 손에 이미 살 것을 사고 나왔기에 쿠폰사용을 잠시 뒤로 밀어두고 잊고 있던것이 내일까지 사용기간이기에 심부름을 가장한 쇼핑을 동생 손을 이끌고 나왔다. 우리 동네에 있는 작은 점포에는 적어도 내가 갈 때에는 알바생을 보진 못했고 친절하신 점주분께서 언제나 그랬듯이 자리를 지키고 계셨고 몇몇의 손님이 있었다. 그 전부터 사고 싶었던 제품을 보러 갔으나 정말 흔적도 찾을 수 없었기에 결국 열심히 영업을 하고 계시던 점주분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허나 내가 찾는 물건은 잘 팔리지 않아서 들여놓으시지 않았다고 하시며 예상했던 것보다 약간 더 비싼 제품을 소개해 주셨다. 그분의 미소와 나긋한 말투는 나의 소비계획의 철옹성을 무너뜨리기 충분했고 이미 장바구니엔 그것이 담겨 있었다. 약 2만원 어치를 구매하려고 왔으나 한 제품을 고르고 예상 금액의 반을 채웠더니별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옆에서 빨리 고르라고 재촉하는 까탈스런 여동생을 달래기 위해 선심쓰듯 가지고 싶은 것을 집어오라 했더니 얼른 후다닥 달려가서 섀도우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한 개당 2900원짜리 두 개를 사고 싶다고 말하더니 그렇게 하면 얼마인지 나에게 물었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는 녀석이 셈도 못하냐며 타박을 하는데 자기는 암산을 잘 못한다나. 내 그런 모습을 보더니 한없이 맑은 표정으로 "7800원!" 자신의 물음에 자기가 대신 대답하며 헤벌쭉 웃는다. 다행히 친절하신 점주분은 저 다른 쪽에서 영업을 하고 계셨기에 망정이지 이 멍청한 것의 멍청한 셈과 멍청한 웃음을 들킬 뻔 했다. 나는 그녀에게 경멸 반, 측은함 반을 섞은 눈으로 쳐다본 후에 계산을 정정해 주고 이전에 골랐던 물건들의 값까지 다 계산해서 알려주었다. 나의 계산이 의심스러운건지 아니면 머릿속에서 암산을 하는건지 모를 멍한 표정과 침묵의 공백은 나를 더 한숨짓게 만들었다. 이 맹한것은 후에 계산을 할 때에도 사인하는 것을 맡겼는데 확인버튼 대신 재서명을 눌러버리는 용한짓을 하였다. 볼일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의 쿠폰을 사용하였다는 문자를 보며 후련함을 느끼고 어플을 다시 켠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쿠폰을 2장 다 사용했는데 잔여쿠폰 1장이 남아있던것이다. 계산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나 되짚어보며 확인해 보았더니, 3만원 이상 구매 시 1만원 할인쿠폰이었다. 실로 얄미운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동생이 무시하라며 톡 쏘았지만, 내 지금 발을 담그고 글을 쓰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 오늘 썼던 쿠폰보다야 사용기한이 한참 더 짧고 그리 파격적인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이 가게의 쫌생이 같은 세일가와 작은 기회라도 주어졌을 때 일단 가서 욕구를 풀어야 하는 뷰게인으로서는 조건반사적으로 다음엔 무얼 사야할지 고민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