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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가 좋더라니
게시물ID : cyphers_1324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muomu
추천 : 8
조회수 : 42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2/21 21:25:54
이날이야말로 트와일라잇서 원딜러 노릇을 하는 이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와이존에 들어와 깔짝거리는 다이무스를 전광판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하여 행여나 적팀 딜러가 혼자 라인을 밀고 돌아다닐까 하고 레이더를 켜고 어정어정하며 다니고 있다가 마침내 노티인 듯한 바니바니 엘리를 전광판으로 보내버릴수 있었다.

첫 한타에 삼전 광, 둘째 한타엔 사전광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판동안 더블킬 구경도 못한 이첨지는 소심한 제압부 어시스트 세 개, 또는 붉은개로 우연히 먹은 킬 한 개가 점수판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오죽 죽어 성장도 버거운 이 판에 이 200원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일 티를 더 입는 것은 무리여도 소심하게 서생원 링 하나는 더 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탱커가 14렙으로 겨우 티 두장 바지한장 사고는 1신으로 40렙 딜러에게 맞고 쿨럭거린지는 오래 되었다. 탱에게 립을 주려면 못 줄 것도 없을 것이로되 이첨지는 딜러가 빨리 커야 판이 흥한다는 본인의 신조에 충실하였다. 그래도 이첨지가 오래간만에 트루퍼를 잡느라 저쪽 철거반 무리를 먹으라고 핑을 찍어 주었더니, 오라질년이 천방지축으로 레이지런으로 찍었다. 마음은 급하고 엘보는 닿지 않아 채 죽지도 않은 것을 그 오라질년이 평타로 누가 빼앗을 듯이 처박질하는 걸 길 가던 적 탄야가 툭툭 쳐서 포탑에게 빼앗겨버렸기로서니, 보라색 독을 달고 돌아와 눈을 홉뜨고 지랄을 하였다. 그때 이첨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년, 이래서 노장노모는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병, 먹어서병, 어쩌란 말이야! 왜 스킬을 바루 쓰질 못해!"
 
하고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홉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이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탱커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아서, 계속 아까부터 저기 탄야가 있다며 먹고 싶다고 핑을 찍으며 딜러를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노티 피터도 못 먹는 년이 탄야는. 또 처먹고 지랄병을 하게."

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잡아 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탄야를 잡아 줄 수도 있다. 앓는 탱커에게 어시를 주어서 허리도 하나 사게해줄 수 있다. ---호아호신부를 찍은 이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호랑이는 도핑을 잔뜩 하여 혼란한 와중에도 적 딜러를 간신히 셋 물어가지고 바닥에 팽개쳤다. 그런데 이첨지가 핼프핑을 찍으며 뒤를 돌아보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으리라. 늘 정겹던 아이작의 굿핑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 같은 침묵을 깨뜨리는, 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거리 그윽한 소리, 우리팀 노티 호타루의 핼프핑 소리만 들릴 뿐이다.
 
혹은 이첨지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물어오자마자
 
 "이 난장맞을 딜러들아, 내가 물어왔는데 왜 아무도 없어."
 
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 버리려는 허장성세인 까닭이다.
하여간 이첨지는 전광판을 왈칵 보았다.
 
 "이년아, 딜을 해, 딜을! 세계수는 어디 가 붙었어, 이 오라질년!"
 "……"
 "으응, 이것 봐, 아무 딜이 없네."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보이."
 
그러다 급하게 달려오는 다이무스에게 서생원을 찍어보는데 허망하게 바닥을 치는 것을 보며
 
 "이 스킬! 이 스킬! 왜 쟤들을 똑바루 치질 못하고 바닥만 바라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이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하랑은 다이무스의 질풍베기를 맞으면서
 

"똥만 싸다 간신히 딜러를 잡아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심ㅡ심
각색이지만 어제 비슷한일이 있었는데 한타 늦게 참여한 하랑 잘못입니다 이 나쁜놈아 반성하자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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