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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출퇴근 제한에 대한 생각.
게시물ID : military_614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oser
추천 : 10
조회수 : 1721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6/02/22 20:25:09

아래 출퇴근 관련된 글이 올라왔었더군요..이제야 봤습니다..  휴대폰 관련 글도 사실 답글을 달고 싶었는데 이미 들어와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베오베로 갔더군요.. 한창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진 뒤라.. 답글을 달 엄두가 안났습니다.. --;;

여튼.. 저도 출퇴근 제한이 좀 어이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먼저, 제가 군대(정확히 국방부)가  병사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뼈저리게 느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 1. 

2009년 쯤에 입대를 하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겁니다.

신종플루때문에 전군에 휴가 금지령이 내려졌었죠.

군대는 특수 집단이니 휴가 통제(실제로는 외박,외출, 면회 다 금지)를 통해 전투력을 보존해야 한다-> 그럼 장병들 휴가가지마???

이런 식의 로직이 아주 간단하게 성립했습니다. 진짜 전투력을 보존하고 싶다면 매일 출퇴근하는 간부들은?? 간부들은 태어날때부터 신종플루 면역인건가요.. (절대 제가 첫휴가를 신종플루때문에 밀려서 화내는건 아닙니다.ㅂㄷㅂㄷ)

간부들이 신종플루에도 불구하고 출퇴근을 정상적으로 했던데는 아무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냥 어쩔수없다라는 반응뿐..

정말 전투력을 보존하고 싶다면 전부다 부대내에 묶어두고 외부와 격리시켰어야죠.


사건 2.

 인원편성이 바뀌어서 병사들이 모두 해당 부서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해당부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20명도 안되는 부서인데 10명이 빠지는 거니까요.

결국 훗날 간부 2-3명이 충원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부서는 잘 굴러갔다고 하더군요.

간부는 병사들보다 5배나 효율이 좋아서 그랬던 걸까요? 아니죠..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동안 쓸데없이 반복했던 업무를 줄이고 '효율화'했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불필요하고 쓰잘데기 없는건 아무리 이야기해도 신경쓰지도 않다가 말이죠..


국방부 내 사고체계에서 병사는 같은 군인이 아닙니다. 동료의식, 전우의식 이딴것도 없어요. 그냥 병사는 미개하고 교육받지 않았으며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잠재적 사고유발자일 뿐입니다. 업무가 쓸데없이 많고 말도 안되는 지시가 있지만 그냥 병사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군대의 특수성을 백번 이해해도 최소한의 합리적 질문조차 허용하지 않고 할 생각도 안합니다. 그러니까 저렇게 단순하게 그냥 장병들만 휴가가지마 이런 대책을 내놓죠. 정작 출퇴근하는 간부들이 부대로 퍼뜨리면 어떻게 할껀데? 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대답할 생각도 없고 의지도 없는 존재들입니다. 그냥 보여주기식..

이전에 올린 핸드폰글과 같은 맥락에서 살펴보면.. 병사들의 출퇴근이 왜 차단되어있는 이유도 휴대폰을 금지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유랄것도 없죠. 그냥 문제 생기는게 싫은거에요. 나가서 혹시라도 문제생기는게 싫으니까 그냥 부대에다 묶어두는.. 자신들에게만 편리한 발상으로 기본권을 말도 안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대략 병사들을 출퇴근 시켜야한다는 주장을 하면 다음과 같은 반론이 들어옵니다.

1. 서울이 집인데 강원도에 배치된 병사는? 강원도- 서울 출퇴근하라는 거냐?

 출퇴근이란 기본적으로 업무/생활 공간의 분리를 뜻합니다. 일과가 끝나면 행동의 자유가 있음을 뜻하죠. 군대라는 특성상 도심지에서 근무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고 당연히 격오지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죠. 이런 곳에서의 출퇴근이란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근무지 근처에 위치한 별도의 독립된 생활공간에서의 생활을 뜻합니다. 미군기지를 생각하면 쉽죠. 업무공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면 개인숙소 돌아가서 쉬고.. 뭐 집이 비상소집시에 응할 수 있는 정도의 가까운 거리라면 뭐 집에 가도.. 미국이 아무리 천조국이어도 워싱턴 출신 주한미군 병사를 워싱턴 - 평택 직항 특별기를 띄워서 출퇴근 시키지 않고 주한미군 기지에 별도의 공간을 배정해서 생활하게 하는 것처럼요.

2. 6.25때처럼 기습당하면 어쩌냐? 대응은 누가하냐?

 이런 논리라면 간부들도 절대 밖으로 나가선 안됩니다. 휴전상태의 전시국가에서 어딜 감히 출퇴근을 논합니까? 새벽에 쳐들어올지도 모르는데요? 이런 경우라면 오히려 지휘체계 상 높은 곳에 있는 간부들이야말로 영내에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그 휘하의 국방부 장관부터 당장 청와대와 국방부를 벗어나면 안됩니다. 일이병이 뭘 알아서 대응을 하겠어요?

  선제대응을 할 수 있는 병력을 남기고 나머지는 쉬면 됩니다. 편하게. 편하게 쉰 사람은 쉬었으면 다음날 가서 비상대기하구요. 그냥 간부들이 당직서는 것처럼 생각하심 돼요. 근무계획을 짜서 출퇴근할 인원과 비상대기하다 초기대응할 인원만 구분해서 로테이션을 돌릴 기본적인 생각만해봐도.. 쓸데없이 항상 6.25같은 전면적 기습상황을 상정하고 생활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혹시 생화학탄이 날아올지 모르니 365일 24시간 방독면 쓰고 있어라'와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GP나 GOP도 출퇴근시키자는거냐? 이런 말도 나올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특수상황 자체는 어쩔수 없는 예외로 적용하되 임무교대 후에 연가를 훨씬 더 붙여주는 방식으로 적절한 보상을 하면 됩니다.(워낙 사례가 다양하니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것도 결국 의지문제입니다.)



전세계 징병제 국가 중 한국처럼 말도 안되게 병사들 자유를 제한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항상 중국에 먹히느네 마네했던 대만도 주말에는 병사들이 자유로이 집에 갈 수 있도록 보장했고, 사방이 적국으로 둘러싸여서 매일이 실전같은 이스라엘 군조차 보병의 경우 1-2주에 한번 꼴로 2-3일을 쉬도록 해줍니다.비전투부대원들은 매일 출퇴근하구요. 항상 실전같아도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해서 쉴 시간을 보장한다는 겁니다.(휴대폰 관련 글에 댓글로도 어떤 분이 달아주셨지만 이스라엘군은 휴대폰도 소지 가능합니다.) 이스라엘군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스라엘군 병사들은 전부다 대통령, 국방부 장관 아들인걸까요..? 항상 잡아두고 격리시키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가중시켜서 전투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겁니다. 계속 전투가 이어지니 항상 실용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수 밖에 없고, 총들고 싸울땐 스트레스가 가장 큰 적이라는 걸 깨달은 거죠. 

제가 올린 글들이 모두 병사/간부의 대립구도 관점에서 쓴 것같아 마음이 좀 그렇긴 한데.. 여튼 제가 바라는 건 병사건 간부건 구분없이 같은 전우라는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같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다는 의식만 공유해도 출발선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병사니깐 안된다'라는 생각을 할꺼면 차라리 합리적인 이유라도 좀 만들던가요. 만약 돈이 없으면 예산을 만들면 됩니다. 한국국방비는 물론.. GDP대비로는 이견이 있지만.. 절대적인 액수로는 세계적으로 비교했을 때 부족한 수준이 아닙니다. 돈이 없다라는 핑계만 댈게 아니라,  최소한의 기본권이라면 지켜줄줄 아는 상식적인 군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4/08/14/0601170100AKR201408140048000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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