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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동생을 떠나보낼 준비 중이에요
게시물ID : animal_1177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빈방있음
추천 : 6
조회수 : 4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2/09 23:15:24
올해 14살이 된 내 동생

늦게 태어났으면서 먼저 나이가 드는 내 동생

허리가 좋지 않아서 누워 생활한지 약 일년...

그래도 사람 오면 고개 번쩍 들어서 아는 척 해주고

밥도 주는대로 신나게 받아먹었던 게 얼마 전 같은데

이제는 자는 시간도 늘고, 밥도 안 먹으려고 하고,  

기력없이 생활하고 있네요...



 
언젠가 그날이 올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저도 그렇게 마음 누르며 괜찮은 척 웃고, 얘기하고, 댓글 달며 일상 생활 중인데

갈수록 그날이 가까워 오는 것 같아서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요



누워서 밥 먹을 때 밥 흘린다고 혼내지말걸

허리 덜 아플 때 산책 많이 시켜줄걸

넓은 세상 많이 보여줄걸
 
좋아하는 빵 원없이 먹여줄걸 

사진에라도 좀 더 많이 담을걸

동그란 머리 좀 더 쓰다듬어줄걸

사랑한다고 자주 자주 말해줄걸 

예쁜 강아지랑 똑닮은 새끼라도 낳게 해줄걸

 너무 많이 기다리게, 너무 많이 혼자있게 하지말걸...



누워있는 동생 이마 쓰다듬으면서 사랑한다고,

내 동생이라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있는데...

귀가 안 들린지는 오랜 일이라 마음이 전달될지 모르겠어요

아침이 오는 게 무서워요, 혹시 안 좋은 소식이 들릴까봐...

퇴근하는 게 무서워요,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 볼까봐...



내 동생,

2001년에 태어난 너

어떤 공장에서 태어난 활발한 너를 아빠가 가장 빨리 뛰어오는 놈으로

데려오셨지, 그때가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였나? 

우린 같이 끌어안고 몇번의 월드컵을 봤고

3번의 이사를 했고, 수없이 많은 계절을 함께 보냈네

겨울이면 춥다고 난리, 여름이면 덥다고 난리였던 너때문에

올 여름엔 어떻게 해줘야하지 걱정이 많았는데... 너 이러기야?

 누나 좋은 아이디어 생겼는데 그거 안 해볼거야?

밥 흘린다고 뭐라고 안 할게...

소변 패드에 물 흘린다고 뭐라고 안 할게...

목욕하고 닦을 때 꼭 쉬한다고 구박 안 할게...

못해준 게 너무 많잖아, 맛있는 것도 마음껏 못 먹고

좋은 것도 많이 못 보고, 맨날 집에만 있고...

다른 집에 갔다면 사랑도 이쁨도 많이 받고 건강하게 살았을텐데

누나가 너무 아무 것도 모를 때 너를 데려와서 니가 아픈 것도 모르고

아무런 상식도 없이 키웠던 것 같아

누나가 미안해... 우리 동생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우리 조금만 더 늦게 만날걸

내가 돈도 있고 강아지 상식도 있을 때 만날걸...

누나가 잘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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