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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지에 제 시가 실렸어요!
게시물ID : boast_159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花芽
추천 : 5
조회수 : 46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2/24 0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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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창살


너는 나를 볼 수 있고

나는 너를 볼 수 있다


네가 안에 갇힌 건지

내가 안에 갇힌 건지


공간의 분리는

곧 완전한 분리로 이어질까


문이 따지고 네가 내 쪽으로 오면

우리 둘 다 갇히게 되는 걸까

둘 다 자유가 되는 걸까


애초에 안과 밖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감옥은 평화고 밖이 전쟁터이므로


너와 나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죄수이거나 간수인 채로

영원히 겹쳐질 수 없을까


네가 늑대 인간으로 변신해 쇠창살을 뜯어내는 상상을 한다

그렇다 해도 나는 이성을 잃은 너에게 곧 물려 죽고 말 것이다


애초에 너와 내가 존재하기도 전에도 쇠창살은 있었고

삶은 로맨스가 아니다


그럼에도 쇠창살 너머로 너를 본다

마주 보는 눈빛만으로는 불충분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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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의 행복


가시가 가위에 잘려나가 아파도

비닐하우스 속 장미는 행복했다

날 사갈 사람이 찔려서 아파하지 않아도 될 거야


다 키워져 봉오리 맺힌 장미가 가위에 꺾어져

키워준 뿌리, 줄기와 이별해도 장미는 행복했다

곧 누군가 날 사가서 예뻐해 줄거야


풍성한 장미 다발이 아닌

가장 값싼 비닐 포장지에 혼자 싸여도 장미는 행복했다

한 송이 밖에 없으니 날 더 예뻐해 줄거야


성년의 날, 그가 장미를 사갔다

공강 시간에 성년의 날을 맞은 그녀에게 장미를 주며 고백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는 힘 없이 장미를 들고 집에 왔다

그는 장미를 책상 한 구석에 놔두고 오랫동안 봐주지 않았다


그래도 결국 장미는 행복했다

그가 말려진 장미 꽃잎을 소중히 간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죽을 만큼 아팠던 첫사랑의 증표가 될 수 있어서

그녀가 생각날 때면 그가 책갈피에 살고 있는 장미를 종종 꺼내봐서

장미는 정말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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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어


꽃집을 지나치지 못하고 정신없이 바라보는 너에게

내가 꽃인데 뭐가 더 필요하냐고 질투하고


'너'가 너라는 걸 네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시를 쓰면서 네 이름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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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을 떨어트리는 바람도 날리는 꽃들이다


땅을 뒹굴어 갈색으로 변한 바람을 보며

하얗게 질린 꽃은

흙으로 돌아가면 잎으로 다시 날 것을 모른다


꽃이 져야 열매가 맺히고

그 열매가 또 자라 꽃을 피울 것을 모른다


떨어지는 것은 바람에만 맡겨야 한다

팔이 없어서

그만 놓아버리지도 못 한다


차라리 누군가의 손에 꺾여 가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은 바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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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시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건 나는 게 아니고

펜으로 쓴 꽃과 바깥의 진짜 꽃 사이의 차이는 무한대인데

왜 시를 쓰는가


나의 펜, 그대가 읽는 문자 사이의 무한대의 차이

그로 인한 오해와 곡해에 비하면

우리의 물리적 거리는 이 얼마나 가까운가

펜을 놓고 그저 그대를 품에 안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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