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몇개월 전만 해도 여기에 죽고 싶다.. 힘이 없다.. 이런 글을 적었다가..
댓글 보고 힘내고, 지우고를 몇번 반복했었는데요.
지금은 많이 힘이 생겨서 다시 글을 적어요.
저는 집에서 아빠랑 문제가 많았던 20대 중반 여자 사람이예요.
아빠가 아주 험악하고 나쁜 분은 아닌데..
아빠도 사랑을 못받고 자란 분이라 화가 나면 주체를 못하셨어요.
어릴 때 부터 욕설을 많이 들어서..
손목을 잘라버리겠다라던가..
애새끼들이 말을 안들어서 속에 천불이 난다... 라던가..
아버지 없는 셈 치고 살아라. 나도 너 없는 셈 치고 살겠다 라던가..
더러운 년이라던가..
음...
또 뭐 있었지.
아, 제가 반항하니까 돌로 내리 치려고 위협한 적도 있어요.
음....
제가 처음으로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고 싶다고 생각한게 11살 때였을 거예요.
그때도 아빠가 자신이 믿는 종교를 함께 믿지 않는다고 제게 욕을 하고 있었는데....
그냥. 뭔가... 다 부질없다고 느꼈던 거 같아요.
ㅎ
중학생때 손목도 그어보고...
음... 20대 초반에 먹고 토하는 습관도 생겼고...
그랬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잘 살아 있네요.
음............
암튼. 아빠랑 계속 부딪히다 보니까...
저도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더라구요.
뭔가. 밖에 나가서도 남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눈치보고, 미움 받지 않으려고 애쓰고....
실수하는 거라던가 혼나는 걸 지나치게 두려워 하고...
아르바이트 하면서도
'이 나이에 아르바이트 밖에 못하는 한심한 사람'으로 저 자신을 봤었어요.
사실 그런 시선은 아빠가 저를 보는 시선인데..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과 함께 사니까 가치관이 부모님에게 맞춰지는 거 같더라구요.
정신과 병동에 보름동안 입원도 하고,
그지같은 심리 상담가 2명 만났다가 속아서? 고생도 해보고,
가정폭력 상담소 가서 심리 상담 선생님 붙잡아 보고 얘기도 해보고...
심리 상담 팟캐스트에 사연도 써보면서...
어떻게든 제 무기력함과 우울에서 벗어나 보려고 노력했어요.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결국 저에게 가장 필요한 건 아버지와의 분리 였어요.
진짜 통장에 돈 4만원? 5만원? 있을 때 였는데,
엄마가 조금씩 도와주시는 10만원 20만원 가지고
워크넷 보고, 이상한 회사인지 아닌지 검증도 하고,
면접보러 다니고....
심사숙고 해서 이력서 10군데 뿌려서 3군데에 합격도 하고..
친구에게 독립 자금 300만원도 빌려보고..
같이 살 친구들 2명도 모으고...
함께 살 집을 아는 분에게 소개 받고...
이 집에 빚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법원에서 등기부등본도 발급받고...
그런 과정을 스스로 노력했어요.
진짜 순간순간이 너무 힘들었어요.
취업준비 하면서는,
'이 학교가 어디 있는 학교예요?'
'결혼은 언제 할꺼예요?'
'자격증이 이게 다예요?'
이런 말들... 진짜 자존심 상하는 말들도 많이 들었는데...
그래도
저를 좋게 봐주는 회사가 있었다니 다행이었어요.
진짜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오랜만에 이력서랑 자기소개서 써보니까 .. 막상 해보니까 자신감이 붙더라구요.
친구에게 돈 빌리는 것도...
친구가 그만큼 저를 믿어준 게 너무 고마웠어요.
사실 친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인데...
저를 믿어줬단 사실에.... 헛살지 않은 거 같아요..
같이 살기로 한 친구들도, 제게 자신이 살던 집을 소개해 주면서 각종 생활용품들(그릇, 청소기, 스팀청소기,......등등등)을 준 지인들이
선물 같았어요.
무기력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좋은 사람과의 인연 놓지 않으려고 애썼던 과거의 제가 현재의 저에게 준 선물 같았어요...
부모님께
밖에 나가서 살겠다는 얘기 꺼낼 때..
취업 성공한 이야기랑, 친구에게 신뢰를 얻은 이야기, 집 얻은 이야기, ...
앞으로의 계획...
이런걸 대사도 써서 프린트 한 다음 3시간동안 설득을 했어요.
저를 응원해 줄거라 믿었던 친오빠는 징징거리지 말라면서 시끄럽다고 짜증난다고 했지만...
오히려 아빠가 '허락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어쩌겠냐.'며 300만원을 빌려주셨어요.
곧바로 친구에게 돈도 돌려주고..
지금 살고 있는 집 보증금을 낼 수 있었어요.
이제 독립한지 한... 5개월 정도 되가요.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친구와 싸워본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왜냐면 제가 마음을 연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항상 내가 이 사람에게 버림받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많이 두려웠던 거 같아요.
그치만 이제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라는 생각을 가졌고.
인간관계는 항상 50:50의 책임으로 결과가 나오는 거다 - 는 생각이 드니까.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기분 나쁘거나 오해했던 점들을 솔직하게 말했어요.
처음에 이런 불편한 얘기 할 때는 진짜 긴장 많이 했는데,
처음이 힘들지 나중엔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기분 나쁘기 않게 내 감정을 잘 전달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진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건
내 감정을 잘 전달하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는 거였는데...
왜 저는 그동안 단지 학벌이 딸린다고, 나이가 많다고, 외모가 뛰어나지 못하다고 저 자신을 과소평가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예전에 저의 두려움?으로 소원해졌던 친구들 다시 만나서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 친구 덕분에..
제가 학벌이 어떻든, 외모가 어떻든, 돈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환영받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독립한 초기엔 편입을 해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인정받고 싶단 생각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오히려 아르바이트 하면서 시간이 좀 더 여유 있으니 그 친구와 함께 지내니 치유가 된 거 같아요.
그 친구의 친구들과도 친해져서
일반적인 사회 분위기에선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도 즐거웠어요.
진정한 음악은 무엇인가-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의 추세-
세월호 사건과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
이런 주제들도 얘기도 하고..
음악하는 친구들은 각자 자기 노래도 들려주고..
다 같이 밥해서 나눠먹고, 청소하고.. 밤새서 이야기하고..
이런 경험들을 태어나서 다 처음 해보는 건데 정말 행복했어요.
진짜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치유 받는다는 게 맞는 말인 거 같아요.
예전엔 다른 사람이 뱉은 말에 정말 쉽게 상처받고,
저는 그 사람에게 아무 말도 못했는데..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제 감정에 솔직해 진 거 같아요.
물론 지금도 가끔 어두운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페미니스트들의 생애나..
우울증으로 평생을 힘겨워 하던 아티스트들의 삶을 보면...
'결국은 다 평생 괴로워 하다가 자살로 마무리 짓는데.. 나도 똑같을 거야.. 그럴 거면 그냥 지금. 고통을 하루라도 덜 느끼고 싶으니. 지금 죽어버리고 싶다.'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페미니스트들은 힘들 수 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왜냐면 여성의 인권이 향상된 역사가 짧으니까...
그녀들의 인생 자체, 모든 시간들이 투쟁으로 채워졌을 거라 생각하니 삶이 고될 수 밖에 없었겠단 생각이 들어요.
음..
제가 열심히 살아야 겠단 생각이 들어요.
제가 여자니까.
여자로써 살면서 부딪히는 여러가지 문제가 비단 개인의 에로사항이 아니라
모든 여성이 느끼는 문제라면,
한국의 많은 20대, 30대가 공통의 고통을 느낀다면,
우울증을 겪는 젊은이들이 많아진다면ㅡ
이건 개인이 우울증 약 먹고, 힐링 책 읽고 치료할 문제가 아니구나ㅡ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이 공부하고,
연대하고 싶고,
활동하고 싶어요.
비록 지금은
나만의 작은 공간을 쓸고 닦으며 나의 내일을 준비하고,
건강한 음식들을 준비해서 먹고,
빨래를 제 때해서 내일을 불편하지 않게 하고,
속옷은 삶아서 건강을 챙기고,
설거지는 쌓이기 전에 해치워서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지만...
그냥.
어릴 때, 성장기에 겪어야 했던?
자립심을 이제야 기르는 구나ㅡ 하고 생각하려구요.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면 ...
시급 5500원 받기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 같은 고통, 허벅지와 종아리가 퉁퉁 부은 거 같은 고통을 견뎌야 하다니....
이런 생각이 들면서 피곤과 울적함이 밀려올 때도 있는데요...
음...
그래도...
이런 제 마음을.
정제되지 않고 뒤죽박죽인 제 마음을 차분히 들어줄 친구들이 생겨서 그래도 든든해요.
아ㅡ 진짜 쓰면서도 진짜 횡설수설한다 싶은데요.
제가 요새 진짜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기쁨들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저처럼 우울하고 힘들었던 분들에게 이야기 해 주고 싶고,
또, 저 참 잘했다고 칭찬도 받고 싶고 그래서.
그래서 막 막 쓰고 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6시간씩 주 5일 나가면서 한달에 70만원 남짓 받는데요.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맨날 신세지던 엄마에게 한정식과 케이크도 사들릴 수 있었구요,
매번 제게 공연, 영화, 좋은 책 보여주던 친구... 에게 맥 립스틱도 선물할 수 있었구요..
좋아하는 친구에게 '오늘은 내가 밥 사줄게.'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었구요.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티셔츠도 살 수 있었어요! 비록 지하상가표 현금가 18000원짜리 옷이긴 했지만,
저에겐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지금의 저를 빛내주는 옷이라 마음에 쏙 들어요.
아..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과일을 제가 고르고, 내가 노력해서 번 돈으로 사고, 스스로 손질해서 먹는 이 과정이.
정말 벅찬 기쁨이더라구요...
만약에 제가 계속 아르바이트 밖에 못하는 상황이라거나..
어디 한군데 아파서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거나.. 한다면 ..
가난의 굴레에 빠진다면...
진짜 다시 우울해 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기쁘네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것들을 사줄 수 있는 기쁨.
이걸 느껴서 좋아요 ㅎ
이제 슬슬 저축도 하고,
제가 어떤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고 싶은지 계획도 짜고..
그래야 할 거 같아요.
아직 많이 휘청거릴 때도 있지만,
예전엔 매일 우울하고- 나에게 미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죽어야 깔끔하게 한번에 죽을 수 있을지 궁리하던 제가.,
미래를 계획하고,
사람들을 믿고,
희망을 가지고,
일상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거 자체가 장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 잘 살게요. 여러분.
ㅎ
혹시 지금 많이 힘든 분 계시다면.
횡설수설하고 복잡한 제 글이지만...
읽으시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말이 많이 길었네요.
이만 줄일게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