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고등학생때였으니까...대략 4년? 5년? 정도 되었을거예요. 그날은 공부하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마냥 독서실에 있다가, 버스 막차시간이 다 되어가길래 부랴부랴 나와서 역 앞에서 마을버스를 탔어요. 독서실(역앞)에서 집까지는 제 걸음으로 삼십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거든요. 게다가 주변도 되게 어두워서 우범지역처럼 생겼어요.
아무튼 버스를 탔는데, 그때가 아마 열한시 사십분정도였어요. 제 앞자리에 어떤 취객 한분이 타서는 계속 기사아저씨한테 '차 언제 가냐'고 시비를 거시더라구요. 그 버스는 44분? 에 출발하는데, 그걸 기사아저씨가 말해도 '아 그래서 언제 출발하냐, 왜 안 가냐' 하는식으로요.
솔직히 그 취객 아저씨가 너무 시끄러워서, 그리고 기사 아저씨가 불쌍해서(아빠 친구중에 버스 기사분들이 몇분 계셨거든요) '아저씨, 지금이 41분이니까 앞으로 3분 뒤엔 출발해요. 배차시간때문에 어쩔 수 없는거니까 조금만 양해해주세요.' 했어요. 그랬더니 취객 아저씨가 아, 그래요? 하고 잠잠해지더라구요. 근데 잠깐 있다가 몇살이냐, 어디 사냐, 학생이냐, 무슨고등학교 다니냐 하고 계속 물어보는거예요. 난감해서 얼버무리고 적당히 대답하고 있었는데...
뒤? 에서 오빠 한 명이 '아저씨, 애 곤란해하잖아요.' 하면서 말려주셨어요. 그게 너무 감사해서 이름이라도 듣고싶었는데, 그날 그 취객이랑 그 오빠랑 몸싸움으로 번지니까 아줌마들이 저를 막 버스 밖으로 내리라고 밀어내셔서 이름도 못 들었네요.
그때 참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어서 그 버스도 일부러 그 시간에 자주 이용했는데 그 뒤로는 한번도 못 만났어요. 꼭 한번만 더 만나서 그땐 정말 감사했다고, 덕분에 살았다고, 혹시 그때 일로 경찰서 간건 아니냐고 말도 없이 내려서 죄송했다고 전하고 싶은데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겠죠..... 오늘따라 괜히 더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