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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사격장
게시물ID : panic_76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랭크램파드
추천 : 11
조회수 : 177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0/09/25 18:49:18
제가 일병 시절 야간 사격이 있던 날입니다.

여름 장마철 중간을 지날때 즈음 이었습니다.

군대에서는 일부러 장마철이 되면 실탄 소비겸 또 화재 예방겸 사격을 집중 실시하도록 상급부대에서 

지령이 내려오곤 하는 모양입니다.

역시 장마철이라 그런지 오후 내내 어둡던 하늘이 저녁 배식이 끝나고 나서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비를 

뿌리기 시작하더군요.

"아 씨발 옛날 생각나는구만."

분대별로 사격자세 훈련장에 비를 피해 모여 앉아 저녁을 먹던 도중 소대 최고참인 김병장이 신경질적으로 

한마디 내 뱉더군요.

"아 그거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냐?"

"그러고 보니 그렇지 말입니다."

같은 분대 심상병이 거들고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저야 당시 짬밥이 바닥을 칠 때라 소대 왕고와 초실세 상병의 대화에 의문을 제기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때였죠.

"진짜 그 때 생각하면...."

저는 그냥 묵묵히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밥만 퍼먹고 있었죠.

"소대장님. 오늘 완전 그날하고 똑같지 말입니다!"

저만치 비를 피해 탄피를 분류중인 소대장을 향해 김병장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들었는지 잠시 멈칫 하더니, 씨익 웃어보이고는 이내 하던일을 하더군요.

"야 쟤도 말야 막 임관하고 나서 어리버리 했지. 그 때 이등병 새끼처럼 허둥지둥 하는거 보고 사실 

웃기긴 했는데....어디 웃을 수 있었냐.."

이야기인 즉 이랬습니다.



초실세가 이등병이고 왕고가 일병이던 시절...

그 때도 장마철이었고, 이 맘 때쯤 이라고 했습니다.

야간 사격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저녁밥을 먹고 이어지는 사격연습 해가며, 사격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네요.

야간에 비까지 오는지라 사격 진행이 굉장히 더디게 진행되었답니다.

그 때문에 밑에 쫄병들은 PRI(사격술 예비훈련)를 무한 반복 하느라 죽을 맛이었다죠.

아직 군대 안 가본 남자들은 이 이야기를 아마 사격장에서 회상해 볼것이라 255% 장담합니다.

그렇게 피터지고 알배기고 이갈리는 사격술 훈련을 반복하며 영원할 것 같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실세와 왕고의 순서가 왔답니다.

그 때가 대충 10시를 넘어선 시간.

원래의 일정대로라면 이미 대대에 도착해 정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죠.

총기 검수대에서 10발이 들어간 탄창을 두개씩 지급받고 어깨에 총을 올린채 사로에 입장하여, 먼저 

들어간 조의 사격이 끝나길 기다리던 때 였답니다.

이상 징후는 바로 그 때 부터 시작이었다죠.



"그 때 중대장이 에프엠 중에 에프엠이었지. 미친놈이 왜 저러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깐 뭔가 

눈치 챘던거야."

왕고가 미간을 약간 찡그리고, 말을 이었습니다.

먼저 입사(사격을 하기 위한 구덩이에 들어가 있는 상태)한 앞 조의 사격을 기다리며, 뒤에서 무릎앉아를

하고 있던 도중에 익숙하지만 왠지 어색한 소리가 사격장 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답니다.

'에에에엥~~~'

"앞으로 사격이 시작될 예정이오니 근처에 있는 민간인은 모두 이곳에서 신속히 이동 대피 해주시길 

바랍니다."

'에에에엥~~~'

메가폰의 싸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예의 그 틀에 박힌 멘트가 사격장안에 울려퍼졌다네요.


"니들도 알지? 사격전에 한 번 예의상 경고 때리는거."


"잘 알지 말입니다."


"근데 이 미친놈이 사격 중간에 한 번더 키는거야. 이런데 민간인 같은게 어디있다고...것도 야간에..."

그렇게 경고 싸이렌을 울리고 나서 사격 지휘탑에서 메가폰으로 사격 시작을 알리는 예령(10개의 사격 사로

가 있고 그것을 반으로 나눠 좌선 우선으로 지칭 합니다. 양 5개의 사로가 준비가 되면 좌선 우선 사격 

준비를 보고하게 되어있죠)이 울리자 각 사로 보조를 하는 병사들에 의해 준비가 끝남이 알려졌고, 

좌선 우선을 각기 지휘하는 소대장들의 준비 완료(좌선 우선 사격 준비 끝)이 보고 되면 바로 중대장의 

사격 명령에 의해 사격이 시작될려는 차례였다네요.

그런데 사격 명령이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더랍니다.

급기야 좌우선 소대장들이 중대장의 눈치를 살피고, 1사로에 있었다던 왕고는 눈치를 보며 지휘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네요.

"딱 보니깐 중대장이 존나 고민하고 있었어.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데 느낌은 진짜 확실했다."

이윽고 짬밥이 되는 우선에 선 소대장이 지휘탑으로 올라갔고, 약 2분 정도 후에 아래로 내려와 지휘를 

하기 시작했다는군요.

"좌선 사격 준비 보고."

다시 한 번 준비 보고가 이루어 지고 좌우선 사격 준비 끝 보고가 올라가자 중대장은 사격 명령을 

내렸답니다.

"사격 시작!"

'탕! 탕! 타탕!!'

사격시작의 신호가 울리고, 그와 동시 비까지 오는 야간이라 총 소리가 굉장히 긴 여운을 남기며 사라져 

갔다는군요.

그렇게 10개의 사로에서 불규칙적으로 총소리가 엉키다가, 이내 끝날때 즈음하여 늦게 쏜 여발의 총소리가 

한 두 발씩 들리던 그 때 였답니다.

"씨발 그 때 존나 이상한 소리가 나는거야. 분명히 총소리긴 한데...태어나서 처음 들어봤어 그런소리는..

사람 목소리로는 절대 흉내 못낸다."

하면서 왕고는 휘파람을 가늘게 불듯이 소리를 내 보이더군요.

"무슨 여자 우는 소리 같은게 휘히힝 났는데, 거깄던 사람 다 소름 돋았을 걸? 나도 닭살이 쫙 돋더라고."

그렇게 일반 탄환 10발을 전 사로가 다 사용한 듯 각 사로에서 좌우선 사격끝이라는 보고가 이어지고 

중대장의 지시가 이어질 차례였답니다.

그러나 금방 이어질 것 같은 지시는 내려지질 않았고, 사로안에 들어가 있는 병사들의 웅서거림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했습니다.

"방금 들으셨지 말입니다?"

"너도 들었냐?"

하는 식의 대화가 말이죠.

그렇게 웅성거림이 멎을 무렵 중대장은 다시 한 번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답니다.

"각 사로 부사수 우상탄 확인 후 사수에게 탄창인계."

남은 10발 사격을 마저 끝마치려는 모양이었답니다.

지시가 떨어지고 사로 밖에서 탄피를 받는 부사수들이 탄창을 인계하자 여기저기서 철컥 하는 탄창 결합 

소리가 들렸고 좌우선 사격 준비끝 보고 까지 마치게 되었답니다.

"준비된 사수로 부터 사격!"

'탕! 타탕! 탕!'

중대장의 사격 지시가 떨어지자 바로 총탄음이 이어지며 붉은 섬광들이 전방에 유성처럼 빗발 쳤더랍니다.

"그때 정말 볼만했지. 군생활 하면서 예광탄 써본게 그때가 처음이었거든."

예광탄이란 야간에 쓰는 탄알로 사용하게 되면 빛꼬리가 붙어 어느쪽으로 날아가는지 가늠할 수 있게끔 

하는 탄알입니다.

그렇게 그 불빛들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탄성을 지르고 있을 무렵 메가폰으로 당황함이 역력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답니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중대장의 다급한 사격 중지 지시가 떨어지고, 그 와중에도 계속 되는 여발에 완전히 침묵하는데는 

수십초가 걸렸답니다.

양사로 지휘를 맡은 소대장이 사격중지를 확인하고 중대장에게 보고 하자 중대장은 소대장들을 불러 

지휘탑으로 올라오라 지시했다더군요.

소대장들이 올라가고 한참이 지나서도 내려올 생각을 안하자 사로에 있는 병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나는 예광탄 날아가는거 신기해서 그거 보느라 몰랐는데, 사격 하던 고참들은 다 본 모양이더라고."

"뭘 봤더랍니까?"

그 때까지 침묵을 지키던 윤상병이 대뜸 묻더군요.

"뭐겠냐?"

"........."

"니들도 대충 들어서 알잖어?"

그랬습니다.

소문으로만 들어오던 사격장 괴담을 체험자에게 직접 듣게 되었던 겁니다.

"지금은 전역해 없어서 너그들은 모를텐데...최병장이라고 겁대가리 존나 없는 똘아이가 하나 있었어. 

어느정도냐면 다른 소대 밥 비리비리한 고참은 건들지도 못하고, 왕고쯤 되고 말년쯤되야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었거든. 덩치 존나 크고, 힘이 얼마나 쎈지 지보다 고참도 낙오 할라치면 그 인간이 막 다그치고

그랬었다."

그야말로 중화기에 딱 어울리는 남자가 연상이 되었습니다.

"근데 그새끼가 막 뭘 봤다고 큰 소리를 떠드는거야. 내 앞에 옆에 있는 사로에서 쐈거든. 나 그새끼 

그렇게 벌벌 떨던거 처음 봤다. 세상에 무서울거 한개도 없을 것 같은 새끼가 벌벌벌 떠는데 괜히 나까지 

소름이 돋더라고. 분위기 존나 살벌했지..."

그렇게 웅성거리는 중에 지휘탑에 올라갔던, 소대장 한명이 내려왔고 중지된 사격을 마저 끝내겠다는 말을

한 후 다시 사격은 진행이 되었답니다.

잔탄이 몇 발 안남은 상황에서 사격은 금새 끝이 났고, 이제는 왕고의 차례가 되어 입사로를 준비하는 

도중 뒤이어 들어올 사격조가 입장을 했답니다.

"3소대장!"

지휘탑에서 중대장의 메가폰 소리가 들려왔답니다.

"오늘 사격 여기까지니깐, 밑에 탄피 점검 마치면 애들 정렬시키고 대기하도록. 2소대장은 지금 올라온 

애들 돌려보내."

그 말을 듣자마자 왕고는 속으로 앗싸 싶었답니다.

아직 반도 못 끝내서 부대 복귀하면 또 새벽별 보고 잠들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도 못한 조기종료로 한시간이나마 더 잘 수 있겠거니 생각하니 무척이나 기뻤다죠.

그러나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사격장의 분위기는 정말 엄청나게 무거웠답니다.

"고참들도 다 기뻤을 텐데 맘대로 기뻐할 분위기가 아니었지. 나는 짬밥도 안되는데 쳐 웃다간 

뒤지는거지...뭐 그럴 틈도 없었어. 중대장이 사격 빨리 끝내고 튈려고 한건지 그 때부터 진행을 빠르게 

하더라고."

입사 후에 사격을 하기 위해 탄창을 건네받고, 사격 준비가 끝나자 중대장은 좌우선 보고도 없이 사격 

명령을 내릴려고 했더랍니다.

그런데 그 때..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중대장의 더더욱 다급한 목소리가 메가폰을 통해 울려퍼졌답니다.

"미친놈이 사격을 시작도 안했는데...막 중지하라고 소리치는 거야. 사격 기껏 빨리 할라는 거 같이 

설레발 치더니, 시작도 않은 가격을 중지 하라고 떠들어 댄거지. 크크...그 땐 나도 몰랐지..."

메가폰 소리가 들리는 지휘탑을 쳐다보다 사격 타겟이 놓여진 앞쪽을 바라보니 자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사실 야간 사격 때 타겟은 안 보입니다.

그냥 어둠속에 대고 쏘는 꼴이죠.

그런데 고참이 앞을 바라보았을 때, 저 만치 사격 타겟위치쯤에 투명하긴 투명해도 그 색이 굉장이 선명한

흰색 천 같은 것이 사람이 쪼그리고 앉은 모양으로 너풀거리고 있더랍니다.

"저게 뭐야 씨발......."

자기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고, 고참이 들었을 까봐 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이미 고참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더랍니다.

"고참이랑 나랑 저게 뭔가 하고 한참을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그거더라고...."

그렇게 모두 다 넋을 놓고, 있을 무렵 갑자기 총성이 한 발 들렸답니다.

'탕! 피유후우~~~~훙~~~!!

그리고 이어지는....

'히히히히히히히히히'

그야말로 미친년이 히히 거리는 그 소리가 총소리 메아리에 뒤이어 선명하게 온 사방에 울려퍼졌더랍니다.

그소리 때문이었는지 여기저기서 사격이 시작되었고, 사격은 중대장의 중지 명령이 여러번 퍼진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는군요.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험악하다던 고참이 얼떨결에 그 허연것에 대고 쐈다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난리도 아니었지...나도 덩달아 쏠 뻔 했어. 그 후가 아주 작살이었지."

그 난리가 있고 나서 약 10초 후엔가 총성이 그 메아리마저 다 사라졌을 때쯤 또한번 그 웃음 소리 같은 

것이 온 사방에 퍼지기 시작했답니다.

'히히히히히히'

"미친년 웃음소리가 딱 맞지. 테레비에 가끔 나오잖어. 눈 허옇게 뒤집어 까고 침흘리며 웃는 미친년들. 

딱 그소리였어. 얼마나 소름 돋던지...그 때!"

그 소리가 스피커를 꺼 버린듯이 여운도 없이 딱 사라지더랍니다.

동시에 앞에 있던 그 허연것이 너풀너풀 사격장 위를 미친듯이 펄럭이면서 여기저기 막 날아다녔다고 

하는데....

"중대장이 개난리를 쳤지.....메가폰으로 너는 뭐냐 누구냐 막 이러는데...지금 니들이 들으면 웃기지? 

씨발 그 상황 되봐라...난 오줌 쌀 뻔 했다. 다 얼어가지고 소리치는데 지금 저기 쏘가리(소대장)목소리가

젤 크더라 크크크. 존나 쫄아가지고는...."

그렇게 고참은 한참을 큭큭 거리며 웃더니,

"니들도 알지 이 이야기는?"

그 말에 일동은 수긍을 해 보였고, 말년고참의 다음 이야기는 아직은 제대로 들어본적이 없는 이야기를 

해 준다고 마치 자기만 아는 모양으로 우리에게 집중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난리통 겪고 나서 중대장도 쫄았는지 사격 중지 하고 일단 철수 시킬려고 했지. 하일라이트는 그 때

부터였어."


중대장이 메가폰 들고 거기서라고 미친놈 처럼 사격장으로 막 달린거야. 뭐 저런 병신이 있나 싶었지. 

그랬더니 애들 다 벙쪄가지고 뭐라 하지도 못하고...그 때!!"

김병장은 그 순간을 잊지못한다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야!! 뭐해!! 저 여자 얼른 잡지 않고!!"

중대장이 메가폰으로 고래고래 사방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답니다.

저 여자를 잡으라고...도대체 뭘 잡으라는 건지.....보이지도 않는데...

그 때는 이미 그 허연것도 사라진지 오래였답니다.

"씨발...존나 쫄았지...어느새끼라도 한 발짝도 못 움직였을 걸..."

김병장은 얼굴에 실실 웃음을 띄우며 말을 하긴 하는데, 눈빛은 그날을 보고 있는 듯 반짝반짝 빛이 

나더군요.

말그대로 제대로 실감했을 때의 그 표정이었습니다.

"그럼 그 때 사격장안에서 막 소리지르고 한게 그소리 였습니까?"

"그렇지. 중대장이 미친건지 겁대가리 없이 사격장 안에서 이리뛰고 저리뛰고...우리 총에 실탄 다 

들어 있었잖어. 누가 쏘기라도 하면 좆되는 거였지. 그 때 중대장은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러다가 지 풀에 지쳐갖고는 사로 안으로 다시 오더라고. 그러더니 쏘가리들 부르더라고...난 그 때 

딱 들은거야...내가 있던 1사로 뒤에 와서 이야기 했거든."



"1소대장..."

"예."

"2소대장."

"예. 말씀 하십시요."

"너희들 어떻게 생각하냐?"

"예 뭐 말입니까?"

눈치 없는 신임 2소대장이 반문 하더랍니다. 그게 바로 저놈이다 하고 왕고는 고개짓으로 탄피 확인을 

하고 있는 저만치의 소대장을 가르키더군요.

"뭐긴 니들이 본 지금 그거지."

"그..그건....."

고참 부사수와 당시 일병이던 왕고는 아무것도 못 듣는 척 입사로에 서서 옆에 무릎 앉아 자세로 각각 

뒷 쪽 이야기에 집중을 하고 있었답니다.

"너희들 위에다가는 오늘일 절대로 보고 하지 말아라."

"예..."

"알지? 괜히 헛소리 했다가는 우리다 대대장님이 군장돌리고도 남을거다. 특히 너 2소대장."

"예!"

"임관하고 얼마 안되서 파악이 안될 것 같으면 그냥 조용히하고 있어."

"예...."

"나도 이런일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군생활 10년 넘게 했는데도 이런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

"특히 너희 둘. 복귀하면 여기 본 애들 입단속 시키고. 괜히 쓸데 없이 말 새나가면 알지? 어떻게 

되는지?"

"예."

"우리가 본 건 민간인이야. 알았지?"

"........"

앞에서 조용히 듣던 왕고는 어떤 미친놈이 그걸 민간인으로 보겠냐고 속으로 기가 차더랍니다.

"존나 불합리하지 간부 새끼들은...무조건 교본대로만 할려고 하는데, 어떤 미친놈이 그걸 사람이라 

생각하겠냐? 니들이 앞에 이야기 밖에 모르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쉬쉬하고 그냥 넘어간거지. 그런데 

그게 쉬쉬 한다고 될 일이냐? 크크크. 니들이 모르는 결정적인 이유는 거기 사람들 거의 대부분

제대하고 나랑 2소대에 유말년 있지? 걔 밖에 겪은 사람이 없는거라서 그래. 그 때 그거 쉬쉬한다고 

쏘가리가 특박 보내주고 한게 다 그랬던 이유지."

"그 날 거기 있던 사람들 다 특박 받으신 겁니까?"

"너 모르냐?"

"알고 있지 말입니다. 그 땐 왜 단체로 특박 나가나 싶었는데 그게 그래서 였습니까?"

"그렇지."

"잡으셨지 말입니다."

"그랬지."

"근데 그 이야기 이후는 없습니까?"

"왜 없갔어. 니 모르냐?"

"잘 기억은 안납니다. 이등병 찌끄레기 였을 때라 PRI 하기도 빡셨지 말입니다."

"하긴...."

왕고는 그날 일이 그걸로 끝이 난게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습니다.

"그대로 사격 계속 할건지 말건지 셋이서 아주 중대 고민을 하더라고. 결론은 사격을 계속 하긴 했지..."

그렇게 되었을 때라나요?

갑자기 비가 엄청 오더랍니다.

"1소대장. 밑에 탄 얼마나 남았지?"

"아직 많이 남았을 겁니다."

"그렇겠지...?"

"대대장님 지시로 최소 반 이상은 소모해야 할텐데 어떻게 하실 겁니까 중대장님?"

"........"

"비도 많이 내리는데 철수 하는게 괜찮지 않겠습니까?"

"얌마 핑계가 안돼. 대대장님 성격 모르나?"

"그건 그렇지만....이미 아까 중대장님이 이번조가 마지막이라 말씀 하셨고 삽탄됐던 것들 다 정리 

했을 텐데 사격 계속 할려면 시간도 많이 걸릴겁니다."

"지금 몇시지?"

"11시 입니다."

"음....대대장님께서도 12시까지는 복귀하라 하셨으니, 일단 이번 조만 사격 하고 복귀하는 걸로 하자."

"예 알겠습니다."

"2소대장은 내려가서 애들 갈 준비 시키고, 1소대장은 양 사선 통제해."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사격은 시작 될 모양이었답니다.

"근데 중대장님...아까 그거...."

"......."

"보고는 안 한다 해도 사실 저게 믿기십니까?"

".......우리는 민간인을 본거야."

"......."

1소대장과 중대장은 서로를 한참이나 바라 보고 서서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더랍니다.

"내가 못 봤다면 그냥 무서운 이야기니 하는 걸로 알고 넘어가겠는데 어쩌냐...난 다 봤는데."

이윽고 사격 통제탑에 올라선 중대장의 메가폰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앞으로 사격이 실시될 예정이오니 전방에 있는 민간인이 있으면 즉시! 그곳에서 다른 곳으로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에에에에엥~~~~'

이야기를 들으니 민간인이라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 이세상에 믿지 못할 것은 없다. 그건 누가 봐도 민간인이다.'

라는 최면 말이죠.

"그래서 어케든 사격이 시작될려고 했지...초탄 이미 장전되있어서 그냥 명령만 내리면 끝이었거든...

근데 말여..."

사격이 막 시작 될려는 찰나 였다네요.

이번엔 왕고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답니다.

"5사로 표적 하고 6사로 표적 사이에 허연게 스물스물 피어오르더라고. 안개라고 생각되었겠냐? 

응? 씨벌....그게.....누가 봐도 안개긴했지. 그런데 안개가 갑자기 생길리가 있겠냐고...?"

"그러면 뭐였습니까...?"

"여름에 진지공사 할 때 아침에 떼 뜬다고 가다보면 땅에서 김 모락모락 올라올 때 있지?"

"김처럼 말입니까?"

"뭔 김이여! 씨벌 여튼...."

그 야밤에 안개 같은게 보일리도 없거니와 있다 해도 그냥 안개지 안개구나 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설명을

해오는데, 그 말이 딱 맞더군요.

여러분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안개가 많이 깔려 있다면 안개가 끼었네 생각하는 정도지 저것이 안개인가 

라고 새롭게 느껴지진 않을겁니다.

그 정도로 뭔가 이질적인 것이 스물스물 피어나더니 표적 위에 뭉치기 시작하더랍니다.

"표적 위에 딱 뭉치더니 색깔이 완전 하얗게 찐해 지는거야. 그 때 씨벌...간 떨어진다는 말이 딱 

그거지. 표적 있잖어. 그게 앞으로 퍽 하면서 쓰러지는거야. 뒤에서 찍은 것처럼. 그 소리가 존나 

커서 총소리랑 완전 똑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히히히히히히히히. 이런 씨발.."

고참은 완전히 몰두해 있었습니다.

어제 일 같이 생각 하는 듯한 표정이었죠.

그 후로도 표적지는 계속 앞으로 쓰러지고 일어나기를 반복 하면서 '쾅쾅' 

소리를 내고 있었더랍니다.

"저기서 땅에 박힌 표적이 지 혼자 막 움직이고 있으면 무슨 생각 들것 같냐?"

고참은 손을 들어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힘을 주어 덜덜 떨리는 모습을 보여 줬네요.

"손이 이래...힘이 안 들어가 그냥 덜덜이야. 근데 더 죽이는 소리는 쾅쾅 소리도 소린데 이히히히히히힉 

하는 미친년 소리가 작살이었지. 너 밑에 있을 때 소리 하나도 못 들었냐?"

"전 PRI 하느라 정신 하나도 없었지 말입니다. 왜케 안 내려오나 미치는 줄 알았지 말입니다. 

근데 이 소린 들었습니다. 점사 소리 말입니다."

"크크...그 소린 들었나 보구만."

"전 그소리 듣고 짭밥 안되는 새끼가 점사질 해서 이제 뒤지겠구나 싶었지 말입니다."

"...그거 누구 소린 줄 아냐?"

"누구였습니까?"

"중대장이었어."

"예?"

점사란 소총이 격발 형식으로 단발과 점사 연발이 있는데 점사는 3발씩 따다당 하고 끊어서 발사되는 

격발 방식입니다.

사격장에서는 무조건 단발이죠. 점사로 쐈다는 건 무개념의 이등병들이 주로 격발 방식을 잘못 놓고 

사격을 할 때 발생되곤 했습니다.

"들어봐....."

고참의 말에 의하면 표적지가 혼자 쾅쾅 소리내면서 엎어졌다 섰다를 반복하자 지휘탑에 있던 중대장이 

뛰어내려와서는 바로 앞 사로에 있는 병사의 총을 뺐어 들고는 미친듯이 앞으로 뛰어나가더랍니다.

"야이 개새끼들아!!! 소리지르면서 점사로 후려 갈기는데 난 그 양반이 그런 모습이 있나 싶었서 존나 

놀랬지. 완전 람보였어. 거깄던 사람 다 바짝 얼어서 그거 보고만 있었거든. 중대장이 사격장 표적지로 

뛰니깐 표적지가 

완전 미쳐가지고 더 빨리 쾅쾅 바닥에 찍히는 거야. 생각해봐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 혼자 좆도 

막 쳐 움직이는데 그게 안 무서울 인간 있겠냐? 거기다 중대장까지 그렇게 돌아버리니깐 무서워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2소대에 예전 그 바지 오줌싼 고참 있지? 그 새끼 그때 6사로에서 있었거든...

이해해줘야돼. 밤에 근무선다고 나가다 하우스 문만 씨발 혼자 끼익 거려도 쫄아버리는데...."

전 그 이야길 들으며 저 멀리 뭔가가 혼자 움직이면서 소릴 낸다면 얼마나 살벌할까 생각하는 

도중이었습니다.

"그게 다가 아녀. 이게 죽여줬지. 중대장 혼자 미쳐가지고, 총들고 돌격앞으로 할 때 아마 그거 보면서 

다들 쫄아서 중대장만 따라 보다가...."

거기까지 이야기 하곤 고참은 어깨를 들썩이며 스스로 감싸안으며 양팔을 문질렀습니다.

"어후 씨발 소름돋아. 그 앞에 뭐가 있었는 줄 아냐?"

고참은 한참이나 뜸을 들이다가 저쪽 사격장을 한참 쳐다보더니,

"중대장이 존내 달려나갔잖어? 다들 그거 보고 있었고...우리도 그거 따라보다가 봤지. 저 앞에 말야..."

중대장이 미친듯이 총쏴대며 달려나가는 그 앞에 표적지가 미친듯이 요동을 치고 있었고, 어두워 거리 

분간은 잘 되진 않았다지만 한 10미터 정도 뒤에 누가 봐도 아까 그 하얀 것이 사람형체를 하고는 

너풀너풀 뭔가를 흔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딱 중대장을 손짓으로 부르고 있는 모습이었답니다.

"귀신한테 홀리는거 짬밥없다. 기억해둬라...."

그렇게 홀린것처럼 달려나가던 중대장에 허리로 격하게 달려든 것이 있었는데, 바로 1소대장이 달려나가던

중대장을 테클로서 저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힘이 얼마나 세던지 소대장을 허리에 달고 앞으로 미친듯이 나아갈려고 했더라죠. 

그에 소대장은 한참이나 실갱이를 하다가 뒤늦게서야 달려든 2소대장이 다리쪽을 팔로 묶어두고서야 

중대장을 저지 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타다다다당!'

"그 깡다구 고참 있지? 그 새끼가 같이 홀린 건지 거기다 대고 총질을 한거야. 만약에 중대장이 그대로 

달려나갔으면 바로 뒤졌을지도 몰라. 하긴 중대장만 갔겠냐? 소대장도 줄초상 치를 뻔 한거지. 

존나 살벌한 순간이었다. 딱 그렇게 총소리 들리고 나서 나도 정신 차리고 보니깐 앞에 아무것도 없더라. 

표적도 안 움직이고..."

그렇게 소동은 마무리가 되었답니다.

중대장도 완전 정신이 나간 표정으로 지휘를 소대장들에게 맡기고, 저만치 앉아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있었다고 하더군요.

소대장들은 총을 쏜 깡다구 고참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얼차려를 엄청 시켰다고 하네요.

"사격장안에서는 구타 허용되는거 알지? 그놈 그날 엄청나게 까였다. 복귀해서는 한동안 야간 근무 빼 

달라고 3부소대장 한테 빌더라고. 끝내 빠지긴 했는데, 그새끼 그 때 이후로 센맛이 약간 좀 

덜해지더라고...

"중대장은 어떻게 됐습니까?"

"중대장?"

"예."

"말도마라...나는 간부들 군장 싸고 연병장 타이어 끄는 거 첨봤어. 쉬쉬 하고 넘어갈려고 한건데 저 

어리버리한 쏘가리 새끼가 따 꼬발랐나 보더라고. 하여간 병신새끼야 저새끼도..왜 그딴걸 말해서. 

대대장 완전 노발대발 

해서 중대 해체하니 뭐하니 어후 씨발 것 때문에 한달동안 중대 단독 구보하고 일주일에 한 번 군장 싸서

선점 지름길로 찍기 하고, 인북천에(대대앞에 흐르는 천)잠수하고, 밥 매일 꼴지로 먹고, 분위기 살벌 그 

자체였지."

이야길 들으니 상상만 해도 오바이트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인북천 잠수 그런건 아무것도 아닌데 선점(높은곳에 위치한 경계 중대)을 지름길로 찍는 다는 건 엄청 

빡센 일이었거든요.

거짓말 더 보태서 경사가 60도가 넘는 길을 속보로 찍는 것이었거든요.

얼차려 정규 코스 같은 것이었죠. 한 번 받고 나면 정말로 전투력이 올라가곤 했습니다.

두 번 다시는 받기 싫은 고문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중대장은 어떻게 된겁니까?"

"뭘 어떻게 돼...그런데 좀 빨리 가긴 하더라고. 소문에 의하면 그일로 대대장이랑 면담 했다고 하더라.

여튼 빨리갔어. 여기서는 너랑 나 정도밖에 모르니깐...근데 나도 들은 이야긴데..."

왕고는 1소대에서 이제는 전역한 한 고참이 해준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1소대장이 짬밥이 좀 되잖어. 그래서 중대장은 뭔일 있으면 1소대장이랑 자주 이야기 했거든. 아마 

중대장 전출 가기 몇일전 이었나봐. 내가 한 상병 3호봉? 정도 일때니깐 1소대에선 지 소대장한테 직접

들은 애들도 있을거야. 그러니 그 고참도 내게 말해줬겠지."

이야기인 즉...

중대장이 그 날 사격을 지휘하는 도중에 왠 사람인 듯한 뭔가가 저 앞에 풀숲서 지나 가는 것 같았답니다.

스스로도 말이 안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사격 진행을 계속 할려다가 너무 꺼림직한 느낌에 사격 

도중 경고 사이렌을 한 번 보냈다는 거죠.

당연하게 생각했던 민간인에 대한 걱정없음이 왠지 어색하지 않아 더욱 꺼림직 했다고 하는군요.

그렇게 다시 사격을 진행했고, 첫 번째 사격중지를 외쳤던 그 때 소대장들을 위로 불러올린 그는 분명 

사람이 저 앞에 있는 것 같다고 두 소대장에게 말을 건넸답니다.

이대로 사격을 진행할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그만 할지...

하지만 두 소대장은 대대장의 명령도 있었고 여기에 민간인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하자 중대장 

스스로도 쓸데 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거란 생각을 했다는군요.

이에 다시 사격은 개시될려 했고, 그 진행중에 깡고참의 오발과 함께 이어지는 기이한 소리에 중대장은 

저만치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를 분명 보았다고 했더랬죠.

그래서 당장 끌어낼려고 지휘탑에서 튀어 내려와 사격장 안으로 달렸다는 것 이었답니다.

그러다가 자신이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건가 물음을 던질려는 순간 뒤를 돌아보니 이미 사격장 안으로 

반은 뛰어올라 왔다고 하는 것이었다죠.

너무나 기이한 일에 정신도 없었고, 어리둥절 소대장들을 불러 모아 의견을 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조율이 필요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켠 말도 안되는 의문이 계속 피어올랐고 1소대장의 질문에도 민간인이라 딱 잘라 

말했지만서도, 점점 더 커지는 피어오름은 마침내 확신으로 딱 들어찬 순간을 맞이 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재사격을 실시 할려는 찰나...중대장은 분명히 보았답니다.

자신에게 손을 흔들며 오라고 손짓하는 여자의 앞에 칼을 들고 서 있는 괴한의 모습을....

그에 반사적으로 그 여자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해 총을 들고 뛰었다는 것이었죠.



"죽이지 않냐? 중대장은 벌써부터 홀렸던거야 사격시작 할 때 부터. 중대장이 말한 괴한이 왠지 난 그 

표적이 아니었을까 싶다."

"........"

"씨발 너거들도 홀려봐라....아마 지 혼자 퍽퍽 대는 표적이 중대장이 본 괴한이 확실하다...."

"그런데 김병장님 그 표적은 어떻게 됐습니까?"

"뭐가 어떻게 돼. 니들 사격하러 올라가면 볼건데."

"안 바꿨습니까?"

"왜 바꿔?"

"........."

"군대가 이런데야 씨발...너거들도 얼릉 짬쳐먹고 제대해라 크크크크. 나는 먼저 갈텐게~"




























[원본 출저 : 웃대 공포게시판 공포게시판 님의 실화입니다 ] 


- 매끄러운 연결을 위해 수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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