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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라는 책 아세요?
게시물ID : readers_118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니파우치
추천 : 0
조회수 : 4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2/11 02:28:08
거의 2년전쯤에 그 책을 토대로 제가 소설을 썼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봤더니..재밌어요..!
원래 독일에서 쓰여진거라 배경이 독일이겠지만 이 틀을 대한민국으로 들여와서 주인공 황야의 이리를 한 대학의 강사였던 사람으로, 수기를 읽은 사람을 대학생으로 바꿔서 같은 하숙집에서 만났다 라는 식으로 풀었거든요.
근데 쓰다가 그만둬서 너무 아쉽네요...다시 쓰긴 써야되는데 이제는 책 내용도 가물가물..다시 쓰려면 다시 읽어야해요...;

주인공은 오지언이라는 자칭 황야의 이리고요 이 사람의 수기를 읽은 대학생은 김종찬이예요.
세 편을 썼는데 그 중 마지막꺼를 올려볼게요. 원작을 읽으신분은 더 재밌을수도..

[3. 오지언의 수기(미친 사람만 볼 것)]

그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지나갔다. 생명이 다해가는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하루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두 손으로 그 하루를 죽이고 말았구나.
콧등까지 흘러내린 안경을 다잡으며 도서관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바라봤다. 비스듬히 비춰오는 빛은 서가까지 닿아 고서의 제목을 반짝이 빛나게 했다. 서가 앞의 먼지들이 일렁여 마치 우주의 은하 같았다.
주위를 둘러본다. 30대로 보이는 몇몇이 의자에 앉아 서로 멀찍이 떨어져 그들만의 전념을 하고있다. 나는 내 앞의 고서를 덮고 있던 자리에 꽂아놓았다.
도서관을 나와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 뒤로 해가 넘어가는 중이었다. 이제는 입김이 나왔다. 외로웠다. 타는 낙엽 냄새를 느낄 수 있음은 이제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여민 옷 속으로 바람이 들어와 심장까지 냉기가 통했다.
 
‘외로움은 과욕이야. 이 황야에 내버려져 음습하게 떠돌기나 할 운명임에도 단 한번 맛본 따뜻함. 그래 어미의 품속이 그리워 가지는 감정이다. 넌 평생 쓰레기같은 몸뚱아리를 질질 끌며 오늘도 어제처럼 그저 참아내겠지’
 
나의 이리가 속삭인다. 나직이...그러나 확실히 그 더러운 이빨로 나의 곳곳을 물어뜯는다. 나의 정신은 쇠약하나 몸은 말라비틀어진 벌레의 시체처럼 삐거덕 거렸다. 내 다리는 성치 않아 불시에 찾아온 벌떼 몇 십마리에게 물어뜯기는 듯 아프기 일쑤였다. 입안으로 약을 털어넣어도 이제는 내성이 생겨 그저 아픔을 감내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소연을 하고싶었다. 그러나 나의 이리는 나무라듯이, 타이르듯이 말하며 나의 머리, 가슴, 손가락마디 하나하나마다 이빨자국을 남겼다. 그럼 나는 초연한 나로써 돌아와 더욱 우울해져 이집 저집 술집을 돌아다니고 얼큰히 취했을 즈음 누구도 모르게 내 방으로 돌아가 엄마의 뱃속에 있는 태아처럼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잠드는 것이었다.
 
“어, 자네 오교수 아닌가”
 
생각으로 골똘히 빠졌을 때 나를 아는 누군가와 마주쳤다. 기억을 되돌려 보건데 한 때 동양 철학으로 담론을 주고받던 교수였다. 당시 강사직으로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한적 있으나 그건 2년전 이야기고 이제는 그만두어 교수라 불리는 게 부끄러운 처지였다. 그러나 교수는 동양 철학에 대해 나눈 나와의 이야기를 통해 크게 감명 받았었다.
그러나 나는 내 방으로, 나의 소굴로, 나의 안식처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이리라면 뿌리쳤겠지만 그 알량한 내속의 인간이 나를 가로막았고 거짓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그래 잘 있었지. 요즘에 어떤가”
“여기 근방의 E대학으로 옮겼다네. 왔다면 연락이라도 주지 그랬나”
“미안허이. 그러나 내가 여기 온 것은 얼마 되지 않고 또 금방 떠날 예정이라네”
 
내가 이곳에 온지는 6개월이나 지났고 하숙집의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는 떠날 생각이 없었으나 나는 그저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구먼. 그럼 오랜만에 우리 회포를 푸는 게 어떻겠나. 내 아내의 요리를 맛본지 오래 되지 않았는가”
 
스멀스멀 느껴진다. 나의 오른쪽 다리는 화기가 돌기 시작했다. 찌릿찌릿한 고통의 전조가 시작되었다. 이리의 이빨이 내 뇌에도 내 다리에도 있구나.
 
“그거 좋지”
 
‘좋긴 뭐가 좋아. 이 염병할 교수같으니라고’
 
누가 말한거지
 
“그럼 오늘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싶구만. 여기서도 보이는 S건물의 뒤쪽 아파트라네. 거기 202호야. 7시에 보기로 하세.”
“그러세”
 
7시가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연락처에는 교수의 번호가있기 있기에 전화로 대충 둘러대어 약속을 취소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준엄한 법률과 약속을 잘도 지켜내는 한 마리의 사람이었다. 방에 도착하여 절규하는 몸뚱아리를 침대에 뉘인채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창밖을 바라보았다. 방안을 가득 채운 시곗바늘 소리를 내 뇌속에마저 가득 채우고 마지못해 일어나 까끌까끌한 수염을 정리한 후 말끔한 정장을 입고 나갈 채비를 하였다.
 
밖은 이제 어둑하여 가로등이 켜지고 있었다. 가로등의 전구는 수명이 다해 가 온전히 켜지지 못했다.
그러다 팍! 하고 불시에 어둠이 찾아왔다. 결국 가로등은 다시 켜지지 않았다.
왠지 이 어둠속에서도 내 눈만은 야광 빛으로 일렁이지 않을까. 고양이과의 동물이 인간의 방문을 짐짓 불편해하며 날 선 시선으로 바로보는 것처럼. 단지 상상이겠지.
멀리 보이는 가로등을 따라가며 밤이라 낯설어 보이는 골목을 걸었다. 그 때 어느 대문 앞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청보라색의 대문에는 하얗게 전단지가 붙어있었다.
 
[마술 극장. 아무나 입장할 수 없음. 미친...사람만...입장할 것]
 
“미친 사람만...”
 
나는 그 글자를 되뇌며 다시 읽어보았다. 그 때 문이 열리고 사람 한명이 나왔다. 그는 나를 쓰윽 처다보더니 가방을 뒤적이며 작은 책자를 주었다.
 
“관심 있어요?”
 
책자를 준 그는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러나 그 시선은 묘하게 비껴가 몇 초 쳐다보더니 심드렁하게 내 뒤로 걸어갔다. 나는 책자의 제목을 읽고 일시의 정전기가 통하는 작고, 그저 놀란 충격을 받았다.
 
[황야의 이리론 - 미친 사람만 볼 것]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잠시 서있었다. 그러다 다시 팍! 하고 시야가 밝아졌다. 죽은 줄만 알았는데... 가로등은 다시 켜졌다. 덕분에 정신을 차린 나는 교수와의 약속이 기억났다. 책자를 대충 오른쪽 코트 주머니에 대충 찔러 넣고 교수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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