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이 하얀 물거품처럼 부서지던 4월의 봄날이었다. 하늘은 파랬다.
훈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가 나를 스쳐지나갔다. 볼 위로 나부끼는 몇 가닥의 머리카락들 귀 뒤로 쓸어넘겼다.
기타를 연주하는 가벼운 음색이 거리를 타고 흘러간다. 보도 옆 가로수에 가득 피어난 연분홍색 벚꽃이 눈에 띄었다.
거칠게 바람이 불었다. 바다를 이루어 물결치던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내 주위를 감싸고 내리는 분홍색 빛들이 하늘하늘 흔들흔들 땅으로 가라앉았다.
끝없이 흩날리는 꽃잎들은 바닥에 퍼지는 빗방울과는 다르게 마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봄에만 내리는 기분 좋은 비였다.
손 안에 내려앉은 꽃잎들은 눈처럼 녹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봄에만 내리는 따뜻한 눈이었다.
이것들이 시간이 흐른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얼만큼의 비를 맞아야 몇 번의 비를 맞아야 어른이 되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머리 위로 수백 번의 눈비를 맞아 차가워지는 생각이 꽁꽁 얼어 바스러지지는 않을까 염려했던 적도 있었다.
그저 상냥하기만 했던 햇살이 머리를 관통하는 광선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것은 마치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외국의 가수가 부르는 노래처럼 내가 의식하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는 것과 같았다.
가사를 번역할 수 없어도 상쾌한 리듬이 좋다면, 그 속에 슬픈 감정이 스며들어 있어도...
손끝에 닿은 따뜻한 꽃 봉오리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전부 봄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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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여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