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밤마다 나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혀오는 불면증에 무기력하게 눈을 감았다. 물론 지금도 어리지만, 나는 아주아주 어릴 때부터 불면증을 앓았기 때문에 밤에 무서워하는 나를 위해 개까지 한마리 들였다.
나는 밤이 싫다. 밤만 되면 모든 것들이 위협으로 다가온다. 누군가 그랬던가. 공포는 내가 만들어내는 거라고.
사실이다. 이상하게 밤만 되면 신경 하나하나가 곤두서 침입자는 없는지, 아이들의 영혼을 잡아먹는 귀신은 없는지, 내가 내일도 죽지 않고 무사히 하루를 살아낼 수 있을지 따위의 공포가 나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 그런 생각을 3시간쯤 하고 나면 뇌도 지쳤는지 그저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때다. 이때 자야한다.
자리에 누워 온 몸에 힘을 빼고 근육을 이완시켰다. 그렇게 최면을 걸기를 10분, 잠에 점점 빠져드는 단계에서, 갑작스레 내 손을 잡아오는 차가운 손의 느낌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뜨지도 못하고 돌아누웠다. 분명 사람 손이었다. 비정상적으로 차가웠지만 피부의 감촉은 선명했다. 바들바들 떨고 있으니 내 몸을 점점 만져대면서 낄낄 웃어대는게 느껴진다. 그 차가운 손이 내 몸을 더듬자 패닉상태가 되어 가라고 소리를 마구 질렀는데, 큰방에서 엄마가 무슨 일이냐고 달려와 내 방 불을 켰다.
엄마가 나를 구하러 와줬구나! 그때까지도 나는 눈을 뜨지 못하고 벌벌 떨고만 있었다. 엄마가 오자 그 손의 느낌과 웃음소리가 사라졌지만, 나는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하고 베개를 눈물로 적셨다.
왜냐하면
항상 엄마만 따라다니는 우리집 애완견의 발자국소리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 해피는?"
엄마가 새벽에 깨서 화장실 갈 때도 따라나와서 오줌싸고 들어가던 개가 왜 지금은 안 따라나왔냐 물었더니 숨막히는 침묵이 감돌았다. 이내 아까의 그 낄낄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느껴지는 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