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습관이 예매를 안 하고 영화관에 도착하면 가장 가까운 시간 잡아서 보는 게 일상이었던지라
일요일에도 생각 없이 현대백화점에 갔습니다.
3시 20분에 주토피아가 있어서 바로 발권, 27분에 영화관에 입장했습니다.
CGV는 10분 뒤에 시작하니까요.
영화관엔 이제까지 제가 본 그 어떤 영화보다 많은 어린 관객들이 있었습니다.
그 때 예상했었어야 했지만, 일요일 점심 시간 뒤니 가족 관객들이 많다고 생각했죠.
영화가 시작되자 한국말을 하는 토끼가 나왔습니다.
애니메이션 더빙은 어릴 적 이후로 보지 않아 많이 당황했습니다.
자막판을 봐야 원작을 본 느낌도 받을 수 있었고요.
하지만 20분만에 제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는 디즈니에 꿀리지 않았습니다.
분명 영어였을 대사가 처음엔 어땠을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주인공 토끼가 열차를 타고 노래를 듣는 장면에서는 원래 한국 노래였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가수가 부른 게 아니라면, 이 노래를 부른 성우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Mr. Big이 등장할 때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대부'의 인상적인 톤과 주머니쥐 (맞는지 모르겠군요) 의 찍찍거리는 울음소리가 절묘하게 합쳐졌더군요.
우리나라 성우들의 실력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행히 더빙판의 단점인 어린 관객들의 노이즈도 많이 없었습니다.
주토피아 제목이 나올 때 잠시 '주토피아!' 라는 앞 좌석의 외침이 있었지만,
'조용해요!' 라는 다른 어린 관객의 목소리에 저절로 잦아들더군요.
정말 멋진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