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에 살다가, 재작년부터 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처음 해보는 단독주택 생활이 즐겁기도 하지만, 겨울의 공과금은 무시무시하네요.
제가 사는 곳은 위도로는 서울보다 훨씬 북쪽입니다. 위도로만 보면 북한의 평양보다 함흥보다도 위쪽이에요.
하지만 한국의 한파 소식을 보면 기온은 서울과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요 근래 2주동안은 계속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쪽저쪽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주방에 가면 보통 3도 정도입니다.
집에서는 히트테크 2장 겹쳐입고 그 위에 두꺼운 스웨터 한 장 입고 지내는 편입니다.
이렇게 지낸 지난 1월치의 난방 관련 공과금(2월 지불) 내역은 이렇습니다.
등유비 17000엔. 전기세 17000엔.(이달 사용량 590kw, 봄~가을엔 월 6000엔) 가스비 25000엔.(LPG가스, 봄~가을엔 월 7000엔)
전기세와 가스비를 차액으로만 계산해도 난방비가 한 달에 5만엔 정도 든 셈이네요. 이렇게 보니 대단하네...
메인 난방은 등유히터인데, 거실에 있는 고정식 대형 히터 1대와 이동식 작은 히터 2대로 한 달에 17000엔 정도입니다. 거실의 온도는 사용할 때는 보통 18~20도 정도로 유지하구요. 그외의 방은 필요할 때만 이동식 히터로 난방하는 편이에요. 작년에 비해 등유값이 많이 올라서 비용이 늘어나긴 했습니다.
전기는, 등유히터가 전기로 조작되는 형태이고, 공기가 건조하니까 가습기(하이브리드식) 두 대를 계속 틀어놓고 있다보니 많이 늘어요.. 전기를 메인으로 쓰는 난방기구가 온열매트 1장과 욕실 앞 세라믹히터 1대(하루 1시간 정도 쓰는 듯?) 있기도 하구요.
가장 비용이 큰 가스는 LPG가스입니다. 도시가스가 안들어와서... 난방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온수와 가스레인지에만 씁니다.
사실 어느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이번 겨울에 갑자기 목욕의 즐거움에 눈을 떴거든요. 작년까지만 해도 남편은 샤워만하고, 저는 헬스장에서 목욕을 해서 집에서 목욕하는 일은 한달에 서너번 있을까 말까였여요.
올해는 제가 임신을 해서 헬스장에 못가기도 했지만, 남편이 매일같이 목욕을 하고싶다고 해서 욕실 가득히 뜨끈한 온수(44도)를 받아댔거든요.
그러면서 자꾸 제 핑계를... "임신으로 배가 무거우니 목욕으로 릴랙스해야지!"라구요. (저는 남편이 목욕한 후 좀 온도가 낮아진 욕탕에 들어갑니다. 간호사 선생님도 40도 전후의 온도에서 목욕하는 건 전혀 문제없다고 하셔서요)
남편에게 이 가스비를 보고도 앞으로도 매일같이 목욕을 하겠냐고 물었더니 지난 한 달을 뒤돌아보면 후회따윈 1g도 없으니 앞으로도 매일 목욕할거라고 큰소리칩니다. 저도 뭐... 거의 온수만을 위한 가스비가 한 달에 25000엔이라는 금액에는 당황하긴 했어도, 저희가 유일하게 사치를 부리는 게 이 목욕 정도라 그냥 겨울의 즐거움이라 생각하고 쓰려구요.
그나마 다행인 건, 남편 직장에서 "한랭지 수당"이란 게 나온다는 겁니다. 11월에서 4월, 일 년 중 6개월동안 난방비 수당이 나오는 셈인데, 난방비가 이렇게 빡세게 나오는 건 3개월 정도니까 뭉뚱그려 겨울 한철 난방비를 모두 합치면 상당 부분 커버가 됩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무래도 난방을 더 하게 될테니 다음번 겨울에는 더더욱 눈이 휘둥그레지는 금액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봄부터 난방비 대비 적립이라도 해놔야할 듯합니다. 커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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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다시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요금 고지서에 충격받은 스스로를 진정시키고자 하는 나의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