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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고 불러야하는 이모가 있어요.
게시물ID : gomin_11826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WViY
추천 : 0
조회수 : 33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8/20 16:41:23
그분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계셨어요.


 저 아주아주 어릴적에 부모님 이혼하시고 저는 친척집으로, 언니는 할머니네 집으로 맡겨지고 저 초등학교 3학년때 아빠랑 언니랑 저랑 다시 합쳐졌어요. 언니랑 제방 하나랑 아빠방하나, 거실이랑 부엌까지 꽤 컸어요. 저는 그동안 친하던 친구들이랑 헤어지고 다른학교로 가게된것도 별로 안슬플만큼 엄청 기뻤어요. 진짜 너무너무 기뻐서 어린마음에 아빠한테 평생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적도 있어요.

근데 같이 살기 시작한 후로 별로 안지나서 아빠가 어떤 여자를 데리고왔어요. 그 여자는 제 언니보다 나이많은 언니 한명이랑 저보다 3살정도 적은 동생을 데리고와선 자기를 '엄마'라고 부르라고했어요. 그게 힘들면 새엄마라고 부르랬어요. 저랑 언니는 솔직히 좀 좋아서 곧잘 엄마라고 불렀어요. 그분은 정말 너무너무 이쁘고 착하고 저희를 예뻐라해주셔서 금방 따랐던것 같아요.

그렇게 한 5개월정도 살았던것같아요. 한참 눈내리는 겨울에 생일이 같은 저와 우리언니를 축하해준다며 그분이 생일 케이크를 사오시고 떡볶이를 만들어주셨어요. 근데 그날따라 제가 많이 아팠어요. 열도 많이 났던것같고. 막상 이건 잘 기억이 안나는게 열때문에 제정신도 아니었던것같아요. 그분이 같이 병원가자고 하셨는데 제가 안간다고 떼를 썼대요. 울며불며 아빠랑 간다고, 아빠오면 갈거라고 소리를 질러서 그분도 그냥 내뒀는데 결국 열이 심하게 올라서 응급실로 실려갔었어요. 멍한 정신인데도 아빠랑 그분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왜 아픈아이를 그냥 내버려뒀냐, 내가 그러고싶어서 그랬냐. 쟤가 안간다고했다. 정말 아빠가 그렇게 소리지른건 처음봤었어요. 잘 기억도 안나지만. 집에서도 밖에서도 아빠는 늘 조용하고 뭘하든 화안내시고, 심지어 저는 아빠한테 맞아본적도 없었어요. 그래서 아빠가 그렇게 소리치던거엔 좀 충격먹었던것 같아요.

아무튼 그래서 결국은 그분이랑 아빠는 헤어졌어요. 다만, 헤어지기전에 그분이 집으로 찾아와서 구두로 집안 유리를 전부 깨버리고 가지고다니시던 백으로 저랑 언니를 때리고갔어요. 언니도 저도 아빠한테도 맞아본적없어서 '엄마'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맞은게 너무 억울하고 왜 그러는건지 이해도 못했지만 그 뒤로 저희는 '엄마'라는 생물은 도저히 믿을게 안된다는 생각이 떡하고 머리에 박혔어요. 친엄마는 늘상 아빠를 힘들게했고 새엄마는 저희를 힘들게했어요.

그 뒤로는 아빠가 엄마비슷한 말만 꺼내도 몸서리친 우리들이라 아빠는 더이상 엄마를 들일 생각은 없어보였어요. 그러다 중 2때인가? 아빠가 멀리가게됐어요. 중국으로..저는 더이상 떨어지기 싫어서 아빠랑 가겠다고 떼썼는데 아빠가 안됀다고 저랑 언니를 할머니집에 맡겼어요. 전 할머니가 정말 너무너무너무 싫었어요. 그도 그럴게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저를 돌본적이없었고 아빠가 중국으로 가자마자 저를 친척집으로 보냈어요. 전 거기서 1년을 또 살았어요.

거기서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아빠가 예상보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셨어요. 전 또 친척집에서 할머니집으로 내려갔어요. 거기서 얼굴이 새카맣게 탄 아빠 부여잡고 엄청 울었어요. 날 좋아해주지도 않는 곳에서 사는게 진짜 너무 서러워서. 이제 다시 아빠랑 살겠구나 했는데 아빠 옆에는 다른 여자랑 남자한명이 있었어요. 예쁘고 웃는게 자상하신분이었는데 아빠가 엄마라고 부르래요. 옆에 남자는 8살이나 많은 오빠였어요. 그분의 아들. 하지만 언니는 몰라도 저는 엄마라는 존재자체가 싫어요. 두명의 엄마가 모두 나한테 상처만 줬어요. 도저히 좋아할수가 없었어요. 그분은 엄마라고 부르는게 힘들면 이모라고 부르래서 저랑 언니는 지금까지 이모라고 부르고있어요. 이모는 진짜 너무 잘해줬어요. 아빠도 알아채지못한 우울증을 알아채시고 상담받게 한것도 이모고, 어색해서 혼자만 따로나와 사는 저를 계속계속 돌봐주신 것도 이모고, 우리 언니 아픈거, 꼬박꼬박 비싼 병원비내가면서 데려가주신것도 이모에요. 솔직히 저 아빠 엄청 멋지고 잘생기고 좋은 아빠라고 생각하는데 아빠도 아깝다고 생각할만큼 좋은 분이었어요. 물론 오빠도 마찬가지구요.

저는 지금 고3이고 이제 다음달에 멀리 가요. 차로 8시간정도 걸리는 거리래요. 이모는 역시나 당연하게도 무척 걱정해주셨어요. 근데 아빠가 저한테 그랬어요. 이모라고 부르지말라고. 이제 멀리갈거고 너 힘든거 알지만 엄마라고 불러달라고 했어요. 전 아직도 엄마라는 말에 거부감들어요.

솔직히말하면 이모를 엄마라고 부르면 이제까지처럼 가까이못갈것같아요. 저도 모르게 거리두고 거부하고 그럴것같아요. 제가 잘못하는 거라고 생각은 들어요. 근데 어떻게해요? 제 머릿속에 엄마라는 존재는 그냥 끔찍해요. 싫다구요. 진짜진짜 너무 싫어요. 어떡하면 좋죠? 저 이모 좋아해요. 이모가 주는 애정만큼 저도 드리고있다고 생각하구요. 근데 엄마라고 생각하면 그게 너무 싫어져요. 아빠가 이모를 엄마라고 부르라고했을때 제가 무슨생각 했는지 아세요? 토하고 싶다고생각했어요. 설마 이모가 그렇게 말해달라고 부탁한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어떡하죠? 아빠한테 엄마라고 부르기싫다고도 해봤는데 아빠는 그냥 네가 이해해보라고하고 이모한테 말하려고 하기엔 뭐라고 해야할지도 막막해요. 이모한테 구구절절 사연말하면 이모가 아빠 싫어하게 될것같아서..저 정말 어떡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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