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2년을 만나 그중 1년 9개월 동거하고 아가 3개월에 결혼했지

이제 난 5개월 차에 들었고 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어.



나는 계속되는 교대근무에 아픈 사람을 돌보는 직업이라
 (물론 대학때부터 적성에 않맞는것 같아 울면서 공부했지만
비싼 등록금 농사지어가며 가르쳐준 부모님께 할말이없어
재수안하고 꾸역꾸역 졸업했지만)



10년넘게 아픈사람보고 몸도 마음도 성치 않다는걸 많이느꼈지

근데 널 만나서 웃을수 있었어.

불면과 불안으로 잠못이루던 밤이면 

너의 팔베게에. 사랑한다는 말한마디에. 잠들때까지 토닥이던 손길에

그게좋아서 동거했지.



호르몬 조절이 안되서 자궁내 피임장치(호르몬도 나오는거)
하면서 우리는 피임에서 자유로웠지만

0.1프로의 확율이, 축복받아 마땅할 아가가 갑자기 찾아왔지..



난 너와 딩크족으로 여행과 너가 좋아하는 낚시, 캠핑다니며
일도 더하고 싶었어 (좀더 편한쪽으로 이직하고싶었지)


너는 낳자고했지. 이쁘게 키우자고.
난자신이 없었어. 지금도 그래.


왜냐면



우리가 만난지 3개월째 되었을까?
넌 내게 카드값 100만원을 빌려갔지.

받을생각없이 첨엔 빌려줬지만

10개월쯤 되었을땐 500이 되었더라




중간에 너가 이직하고
부동산 상가매매 하며 일급 2만원씩 받으며
나한테 보험금 차할부금 폰요금 기타등등 

너 뒷바라지 해주고 너 빚 갚갚으라고
(3금융이라 이자가세니까 내가 1금융에서 천빌려서 너줬지)

그와중에  우리 아가 생겨서 급하게 결혼준비하느라 800더 빌리고

너 뒷바라지에 우리생활비 다 내가하려니
한달벌어 한달먹고살기힘들고 모아둔돈 깨고 깨고
카드 리볼빙 하며 이런생활을 처음 해봤어.


그와중에
결혼과 함께 난 퇴사했지

더 일하고싶었지만 하혈하고 몸이 힘들었어.


넌 그랬지
'오빠가 열심히 살께.  영업 더 열심히 할께'

그래. 근데 말과 행동은 너무 다른 너...

저번달 월급 요번달이랑 같이준다하고서
월말에 남은돈 확인했더니 19000원 남았더라?

그러면서 친구들한텐 용돈 20만원밖에 안받는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고싶어?


나는 내가벌던 니가벌던 돈모아서
우리 지금  살고있는 원룸 하루빨리 탈출하고싶은데
넌 친구들과 술마시고 먹고 놀고..
그것도 매일매일.

누가보면 나랑 뜨밤보내서 새신랑 코피나는줄 알았겠지만
매일 술먹어서 그랬단거~~~



요즘난

갑자기 생긴 뱃속의 아이가 미워져



취업도 못하고 돈도 못벌고
배는 불러오는데~ 더부르고 힘들기전에 이사해야할텐데~
배불러오는것도 적응도안되고
파마 염색 안되고
회도못먹고

사소한거 하나하나가 자존감을 깍아먹어..


밥도 먹기싫고 잠도 안오고
왜사는지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모르겠고
세상을 뜨고싶어져.

집에서 밥만 축내는 식충이 같고
뒤뚱거리는 팽귄같고


기분전환 하고싶어서 오랜만에 묭실가서
숏컷을 요청했는데

거울속 내모습은 찰리와 초콜렛공장의 공장주인 단발같더라ㅠㅠ

난 단발 안어울리는데
레고머리해놨지..

별거아닌데 눈물나고 다 짜증나더라



우리아이 낳으면 난 찬밥되겠지?
무심결에 어제 자기전에 물어봤지

'당연하지~ 너는 그냥 밥하는여자지'

장난으로 한말이었다 했고 그 상황도 진지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넌 나 알잖아.. 나한테 그런말로 장난치면안돼

2-3일에 한번씩 자다가 깨서 발작하듯이 울면서  자는거 알자나


돈때문에
말만 하고 실행력없는 너때문에
(해준다고 말이라도 안하면 내가했지)
내몸의 변화땜에
너의 그 어마무시한 어머니땜에 (이건 진짜 책한권도 모자라)



장난으로라도 넌 그런말 하면안됐어.


밥하는 여자는 내일 전부치고 일하러 가야하니깐
이만잘께

잠도안오지만
이쯤 징징대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