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중성화에 대해 동물학대라는 의견이 있어 콜로세움이 열렸네요. 집사로서 한 말씀 드립니다.
중성화가 동물학대라는 것은 고양이와 같이 살지 않는 분들이 갖는 선입견이라고 봅니다. 고양이란 동물은 평균 일년에 두번은 임신을 하고, 한번 임신에 5~6마리를 낳습니다. 일년에 열마리 정도죠. 게다가 태어난지 여섯달 정도면 발정기가 오고 다시 새끼를 낳는 건데... 쉽게 말해 고양이와 같이 일년을 살면 약 30~40마리가 한 가족으로 생긴다는 겁니다. 이 많은 개체를 집사가 감당할 수 없죠. 분양을 보내든, 부담을 가진 집사가 길냥이로 내보내든, 결국 평범한 집사가 가족으로 같이 살 수 있는 다섯 손가락 안의 고양이 이외엔 다른 곳으로 가는 건데, 이후의 고양이 생명은 보증할 수 없어요.
길냥이들 평균 수명은 1~2년이에요. 겨울나기가 힘들고, 굶어 죽든 차에 치여 죽든 길에 사는 고양이들은 대부분 금방 죽는다는 겁니다. 고양이 한 마리 '학대하지 않는 선택'으로서의 중성화 반대는, 결국 수십마리의 고양이를 사지로 내모는 것과 같아요. 중성화 수술도, 교미도 없이 키우는 건 고양이 스스로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구요.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이냐? 그래서 고양이의 자율성을 인간이 강압적으로 박탈해도 된다는 거냐?"고 묻는다면 사실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분명히 짚고 싶은 말은, 이미 지구마을을 인간이 지배한 그 자체가 여타의 동물에겐 폭력일 수밖에 없어요. 원론적으로, 집에서 키우든 길에서 홀로 살든 인간 중심 사회에서 고양이는 자율성과 생존권을 박탈당한 채 살고 있거든요.
'중성화 수술' 이전에 고양이를 인간의 선택에 의해 집에 가두고 산다는 게 이미 폭력일 수 있지만, 그 이전에 다른 동물을 배타한 채 인간만이 살 수 있는 이 구조 자체가 모든 다른 동물에 대한 폭력입니다. 이미 전제되어 있는 불평등한 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말 그대로 야생으로 돌아가 인간과 고양이가 각자 알아서 살든가, 언제든 죽을 수밖에 없는 고양이와 인간이 보완적인 방식으로, 다시 말해 중성화 수술을 고양이에게 맡기는 대신 인간이 고양이의 수명(평균 15년 내외)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사는 두 가지 방식 밖에 없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론 당연히 후자의 선택밖엔 없겠지요.
그러니 충분한 고민 없이 편견만으로 말씀하지 말아주세요. 실제로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사들은 혼자 살때 보다 더 좋은 공간을 만들고, 본인 병원은 안 가도 고양이 검진과 접종까지 다 해가면서, 울음 소리가 무슨 뜻인지 하나하나 헤아려가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