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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866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타브악보
추천 : 2
조회수 : 109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3/06 02: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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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비커 

사람들은 오래살기를 원한다.

물론 그저 오래살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걸 선호한다. 

사람들은 선호하는것을 발전시키고 발전은 선호하는것을 향하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이 수명이 늘어난것은 마땅하다고 볼 수 있다.

수명이 늘어난 것은 큰 혜택이자 축복이다. 

사람의 삶은 짧기에 삶에서 하고싶은 일을 선별해야하고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었다. 

만약 뷔페에 갔다고 해보자. 여기는 무수한 음식들이 있고 어느것이든 집을 수 있다.

모든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고 뭘 담을지 고민하지만 접시는 한번밖에 쓰지못하고 접시의 크기는 고민 할 여지조차 주지못하게 작다.

이러한 접시를 키우고자 한것이 사람들의 바람이었다.

접시가 커짐에 따라 사람들은 욕망만큼의 음식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예로부터 축복은 차별이란 말과 같았으며 차별은 항상 기준을 정하고 사람들을 찾아갔다. 가장 보편적인 기준인 '빈부' 말이다.

오전, 아니 새벽이라 하는것이 더 적합한 오전5시, 작업실에 들어갔다.

오늘있을 수술을 위해 차트를 다시 확인해 봐야했다.

차트에는 기증자와 피기증자가 있다. 언제나 기증자의 얼굴은 익숙한것같다.

 그도 그럴것이 기증자는 언제나 '한 번'만 기증하는것이 아니기에 이미 한 번 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차트를 본 뒤 나는 기증자를 확인하러 갔다. 

예상과 다르게 이번 기증자는 첫 기증이었다.

 남들은 기증자를 보는것을 언제나 꺼리지만 나는 항상 몇번이고 수술전에 확인을 하러간다.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지만 계속 가는 이유가 뭘까. 그들에 대한 연민일까 혹은 단순한 호기심일까 나는 언제나 생각한다.

"선배님 또 거기 가나요?"

조셉이 갑자기 말을 걸어 생각하던걸 잊었다.

"아, 그렇지 뭐"

반사적으로 나오는 무의미한 말

"진짜 대단해요 선배님. 평범한 사람들은 한 번만 봐도 몸서리를 치는데 어떻게 그렇게 자주 보러가세요? 어휴 저는 상상도 못해요."

조셉의 물음에 그 때문에 잊었던걸 다시 생각해냈다. 맞아, 왜 나는 이렇게 자주 그들을 보러가는 걸까?

"그냥, 익숙해지면 괜찮아."

또 다시 나온 무의미한 말 아니 오히려 무의미한 말 보단 이상한 말이 되어버렸다. 

익숙해지면 괜찮다니 그런걸 보는게 괜찮아질 리 없다.

시답잖은 짧은 대화를 몇마디 서로 더 주고받은 뒤 나는 기증자가 있는 방에 도착했다.

차가운 느낌과 함께 느껴지는 불쾌하고 어두컴컴한 이곳은 언제나 낯설기만 하다.

나는 오늘의 기증자 앞에 섰다. 

이름은 메리 25살에 자발적으로 기증자가 되었고 가족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한분 계시며 기증자가 되기전엔 왼쪽 팔꿈치를 절었던 모양이다.

근데 아이러니 하게도 양팔 기증자라니 관절은 안좋았지만 외관은 훌륭했던 모양이다.

기증자가 되기 전에는 멀쩡한 팔은 비싼 비용에 꿈도 못꿨겠지만 지금은 그 여리여리하고 예쁜 팔이 여섯개나 달려있다. 

물론 비커와 같은 그녀의 팔꿈치 옆에

기증자들은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기증을 하게 되는데 생전 아니 평범했던 시절 자신의 신체중 가장 쓸만하거나 외관이 예쁜 부위를 선별받아 대량으로 키워지게 된다.

 메리같은 경우엔 사람들이 선호하는 얇고 털이 없으며 혈관이 잘 비추지 않는 팔이 그 경우다.
 
이들은 자신 스스로 비커가 되어 죽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산 것도 아닌 생활을 계속한다. 

그저 장기를 키우기 위해 사는 몸이 된다.

물론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대부분이 돈 때문이다. 

메리 같은 경우엔 몸이 안좋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서 기증자가 됐을 것이다.

팔이 한쪽 불편해 자신도 일자리가 없었겠지. 요즘같은 시대에 누가 몸에 하자있는 사람을 쓰겠나?

이 짓도 오래하면 차트를 읽고 기증자를 보는것만으로도 머릿속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대부분 맞는편이다.

그럼 다시 아까전의 물음으로 돌아와 생각해본다.

나는 이들에게서 어떤 감정을 느껴서 이렇게 자주 찾아오는걸까.

사실 수술을 위해 보러온다는 것은 핑계다. 그렇다면 정말로 연민이나 동정심을 느껴서 그런걸까? 그것도 아닌것 같다. 

연민이나 동정심을 가진다면 이런 일따위 진작에 때려치웠겠지 

의사인 주제에 사람을 살리는 일보다 배가 기름으로 터질것같은 돈많은 졸부들에게 예쁜 팔이나 다리, 건강한 장기를 달아주고 수명을 늘려주는 일 밖에 하지 않는 내가 정말로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는걸까.

나는 메리를 가만히 쳐다 보았다. 

팔을 여섯개나 달고 창백한 얼굴을 한 끔찍한 그녀는 나에게 아무런 해답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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