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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화일기 - 귀향
게시물ID : movie_541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니니의발닦개
추천 : 1
조회수 : 34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3/06 02:45:17

"귀향"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비오는날 귀향을 보러 영화관에 갔다. 코엑스에서는 매진이어서 볼 수 없었기에 집근처 영화관으로 어렵게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영화에 대해서는 의무감 반, 관심 반으로 그전부터 뒷 이야기들과 기사를 읽었다. 막연한 기대감도, 이동진 평론가의 2점별에서 나오는 불안함도 있었다. 이 두가지 요소가 같이 합해져 내가 편견을 쓰고 영화를 본 것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알못인 내 눈에는 극의 연출이 너무나도 엉성하고 부실해 보였다. 


영화의 모든씬이 의미 있지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관객들에게 2시간을 뺏는만큼 다른씬과의 연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연스러워야한다. 사실 굉장히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굉장히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다. 두개 다 지켜지기 어렵다면 하나라도 지켜야 한다는게 이야기에 대한 내 생각이다. 내가 본 '귀향'은 이 두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말그대로 기초적인 씬의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는것이다.


 이야기 흐름의 큰 갈래는 '현재' 와 '과거'의  서로 다른 두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현재의 대부분의 시간은 중간다리의 여자아이를 통해 과거를 들춰내며 현재의 주인공과 이어주는 흐름을 가진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겨난다. 영화의 초반부는 사람의 첫 인상과 같다. 그 사람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고, 이미지가 생긴다. 그리고,  이 첫 인상을 깨기란 어렵다.(이를 역이용한 반전영화들도 참 많다) . 영화는 과거의 주인공이 행복한때를 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대부분의 영화 연출처럼 나중의 '불행'의 비극을 더 강화시키기 위해 '폭풍전야'와 같은 일상적이고 기이한 행복이 주인공을 감싼다. 이미 불행은 알고있다. 다만 언제 시작할 지 모르니 서스펜스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 때 뜬금없이 현재가 치고 들어온다. 현재의 인물이 과거와 관련되어 보이지 않는곳에서 뜬금없는일을한다. 집중이 깨진다. 현실의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어떻게 이어지는걸까? 영화를 다 본 후 복선이 없다는건 아니다. 인물에 대해 궁금증을 넘어 뭐지? 라는 생각이 들 때쯤 뜬금없는 장면의 전환이 이어진다. 또다시 행복한 생활을 하고있는 과거 주인공. 이미 서스펜스는 사라지고, 언제쯤 불행이 다가올까 생각할 때 쯤, 너무나도 허술하게 주인공은 불행을 맞는다. 그래, 전시니까 어쩔수 없지라고 합리화를 하려 하지만 여전히 주인공 아버지의 연기가 눈에 튄다. 그리고 이어지는 불행에 대한 기대감은 뜬금없이 돌아오는 현재씬에서 깨진다. 그리고 영화의 대부분은 이런식으로 망쳐졌다. 과거의 불행과 그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은, 관객이 한참 몰입하고 있을때 쯤 끊긴다. 집에서 오랜만에 멜로드라마 본방을 본다. 이어질듯 안이어지던 두 남녀가 이제 막  키스하려고하는데 ,밥먹으라! 누군가 방문을 두들긴다. 짜증이 솟구친다. 다른건 몰라도 이건 봐야했는데. 집중하고 있었는데. 귀향은 극의 중반부까지 이런식의 패턴을 보여줬다. 일본군도 짜증났지만, 영화가 나를 놀리는게 더 짜증이 났다.


 현재씬들이 아주 의미가 없는건 아니다.내 짧은 식견으로 감히 영화감독의 의도를 추측해 보자면 , 현재의 사람이 과거를 위로해주고 싶다...정도의 의미 였던 듯 하다. 현재의 사람은 과거의 기억을 안고 산 주인공, 그리고 과거의 주인공들을 위로하는 존재가 된다. 감독이 보내는 위로이자 사과인 듯 했다. 그러나 너무 엉성하다. 현재의 모든 장면들은 마지막을 위한 도구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너무 많은걸 보여주려 했다. 선택과 집중의 순간에서 무엇하나 잡지 못하고 영화는 혼란스러웠다.굳이 그 장면을 위해 그 많은 시간들을 들여 씬들을 찍고, 굳이 과거의 몰입을 깼어야 했을까 싶었다. 물론 시나리오에서는 가늠을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과 과거는 많이 사용하는 장치고 글로써는 장(chaper)과 같은 형태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을지모른다.하지만 적어도 1차편집이 끝났을때는 알아 챘어야 했다.



 그럼에도 귀향이 잘될 수 있었던것은 ,모든 흠을  잡아주는 딱 하나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일어난 일이고, 멀쩡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켠에 있을 죄책감, 그리고 분노의 역사이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때문에 영화 후반부에 울 수밖에없고 엔딩 크래딧이 끝날때까지 영화관을 떠날 수 없었다. 개인적인 사실을 고백해 보자면, 이 영화였다는 추측이 가는  크라우드 펀딩을 몇차례 봤었다. 즐겨찾기만 해놓고 펀딩을 하지 않았는데, 그때 나태하고 게으르기만 했던 스스로를 돌아봤다. 크레딧 내내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었다. 한가지 다짐을 한게 있다면, 마음속에 꼭꼭 깊이 새겨두었다. 아직 더 늦기 전에,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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