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코칭스태프간의 불협화음이 뭔지 보여주겠다."
다소 이상한 출사표다. 하지만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꽤나 진지하다. 올스타전에 임하는 최 감독의 결의는 언제나 단단하고 굳건했다.
2년 전 올스타전을 주름잡았던 '뱃살텔리'의 귀환을 예고하는 최용수표 출사표다.
축구팬들이 한데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K리그 올스타전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2014 브라질월드컵이 끝난지 불과 보름만에 열리는 이번 올스타전은
현역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이 이끄는 팀 박지성과 K리그 올스타인 팀 K리그의 맞대결로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 축구팬들에게 있어 박지성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박지성의 국내 고별전이 될 이날 경기는 뜨거운 관심 속에 벌써부터 3만 석 이상의 좌석이 팔려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올스타전의 흥행을 위해 이근호의 트랙터 트레일러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홍보에 매진하고 있다.
이처럼 올스타전을 향한 기대가 커져가는 가운데, 남다른 '끼'의 소유자인 한 남자가 묵묵히 올스타전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최용수 감독이다. 최 감독은 지난 16일 포항과의 FA컵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문득 올스타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의 발단은 올 시즌 유독 끈질긴 포항과의 인연에서 시작했다. 서울과 포항은 올 시즌에만 5번이나 부딪힌다.
리그는 물론 FA컵 16강,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 2차전에서 내리 포항과 대결이 예정되어 있는 것.
서로 너무 자주 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최 감독은 "지난 주 보고 또 봐야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팀간의 맞대결은 아니지만, 황선홍 감독과 최 감독은 올스타전에서도 만날 예정이다.
황 감독이 이끄는 팀 K리그의 코치로 함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올스타전 이야기가 나오자 최 감독의 재치가 번뜩였다.
최 감독은 "내가 코칭스태프간의 불협화음이 뭔지 보여주겠다"며 짐짓 으름장을 놨다. 황 감독을 고생 좀 시켜보겠다는 것이다.
사실 올스타전에서 최 감독이 원했던 포지션은 따로 있었다. 심판이다. "처음에는 2부심 정도 보지 않을까 싶었다.
세계 축구사에 다시 없을 심판이 나오지 않을까. 심판 보는 뒤에 딸도 앉혀놓고 가족애도 보여주고."
그렇게 너스레를 떤 최 감독은 하석주 전남 감독이 주심이라는 말에 손을 내저었다. "아, 석주 형은 조심해야 한다. 맞을 수도 있다."
수석코치가 감독에게 항의하고, 심판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는 묘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겠다. 항의는 박지성이 하면 될 듯하다.
박지성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어필해야할 상황이 오면 해외에서는 욕을 주로 하기 때문에 아마도 욕을 하지 않을까"라며
주심을 맡은 박경훈 제주 감독과 하 감독을 긴장시켰다.
지난 2012년 올스타전에서 '뱃살텔리' 세리머니로 화제의 중심에 선 최 감독의 끼는 이번 올스타전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될 예정이다. 코칭스태프간 불협화음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최 감독의 출사표가 어떤 재미있는 드라마로 펼쳐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