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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은인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개 슈나우져 우찬이 이야기
게시물ID : animal_1541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뚱아저씨1219
추천 : 29
조회수 : 1266회
댓글수 : 46개
등록시간 : 2016/03/06 08: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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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입니다. 오늘은 3년 전 경기도 성남시 금광동의 한 좁은 골목에서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채 빗속에서 죽어가던 슈나우져 우찬이의 구조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2013년 9월에 한 동물보호단체의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우리 동네의 좁은 골목에 개가 한 마리 있는데 아마 다친 것 같아요. 가까이 가보려고 하니 으르렁 거리고 만질 수가 없어요. 이 개를 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그 날, 그 글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프더군요. "다쳤다고 하는 저 녀석이 이 비를 맞으면 안좋을텐데.. " 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서 구할 수 있을까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으르렁 거리며 사납게 구는 개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다가 제가 갈 때까지 그 개가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일단 가보기라도 하자라는 생각에 다른 일정을 미루고 성남시 금광동으로 향했습니다. 말이 금광동이지 그 넓은 곳에서 그 개가 어디있는지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해서 수소문 끝에 다행히 글쓴 제보자와 연락이 되어 그 개가 있다는 곳으로 갔습니다.
 
주택가의 집과 집 사이에 있는 사람 한 명의 몸이 겨우 통과할 정도의 몹시 좁은 골목에 슈나우져로 보이는 개가 한 마리 비를 쫄딱 맞고 덜덜 떨고 있습니다. 그 때 그 슈나우져를 발견했을 때의 모습이 바로 이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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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부러진 채 내리는 비를 피하지도 못하고 쫄딱맞고 있던 슈나우져 우찬이.
 
성남시 금광동의 그 골목은 집과 집 사이에 있었는데 처마가 따로 없어 비를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슈나우져는 아마도 교통사고를 당한 채 살기 위해 어딘가로 몸을 움직였고 그나마 조금 안전해보였던 곳이 이 좁은 골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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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금광동의 주택가, 집과 집 사이의 틈바구니에 이렇게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옆에는 떨어지면 다칠 수도 있는 2미터 정도되는 틈이 있었고, 그 틈 옆에 이 슈나우져가 움직이지도 못한 채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이 오후 1시쯤 되었는데 아침에 내리는 비를 다 맞은 것 같았습니다. 비에 흠뻑 젖은 그 슈나우져의 모습이 너무도 가엾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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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보니 바로 옆에는 떨어지면 다칠 수 있는 2미터 정도되는 높이의 틈이 있었습니다.
 
 
제보자가 말하길 가까이 가면 으르렁 댔다고 하던데 제가 가니 으르렁 대지 않고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슈나우져는 그 빗속에서 꼼짝없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릅니다. 아마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냥 그 상태로 방치했다면 아무 것도 먹지 못한 그 개는 허기짐과 탈진에 저체온증으로 죽었을 것입니다.
 
용기를 내어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슈나우져야.. 이제 괜찮아. 내가 너를 구해주러 온거야. 착하지.. 우리 함께 가자."
 
그리고 가까이 가서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냥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턱을 가볍게 쓰다듬었더니 역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해간 두툼한 패드로 슈나우져를 가볍게 감싸서 안았습니다. 얼마를 굶었을지도 모를 그 슈나우져는 무척 가벼웠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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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차 옆에타고 병원으로 향하고 있는 슈나우져의 안쓰러운 눈빛.  
 
제가 다니는 연계병원은 양천구 목동에 있습니다. 그 병원 원장님은 유기견, 유기묘에 대해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유기동물 구호활동하는 분들이 많이 찾는 병원 중에 한 곳입니다.
 
성남시 금광동에서 양천구 목동은 꽤 먼거리였지만 다행히 그날은 도로가 하나도 안막혀서 비교적 빠른 시간에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병원에서 가만히 이 녀석을 안고 있는데 나를 본지 불과 1시간 밖에 안됐지만 무척 의지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차에 휴대폰을 놓고 내려서 가지러 간 사이에 옆에 계신 분한테 잠깐 이 아이 좀 맡아달라고 했는데 잠시 다녀와보니 이 녀석이 계속 내가 나간 쪽을 쳐다보며 낑낄거린다는 것입니다.
 
그 때 정말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아.. 이 녀석이 몸도 다친 상태에서 비가 내리는 데 도와줄 사람은 없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슈나우져는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나를 본지 불과 1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전적으로 의지했던 것입니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이 슈나우져의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니 역시 예상했던대로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허벅지 대퇴부 하단 부위에 복합 골절이 된 상태였던 것입니다.
 
05.jpg
엑스레이 촬영 결과 허벅지 대퇴부 하단 부위가 심하게 부러짐.
 
 
이 슈나우져를 수술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술할 수 있느 몸상태인지 혈액검사를 해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다른 수치는 큰 이상은 없었으나 GPT-PS 수치가 정상범위인 17 ~ 78을 훨씬 넘는 574나 되었다. 이 경우 간의 효소작용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라고 수의사선생님께 물었더니 "앞으로 3 ~4일 정도 안정을 취하며 간에 좋은 사료와 수액주사를 맞으면 수치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 후 정상수치 범위 내에 들어오면 그 때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설명을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바로 수술을 하지 않고 일단 입원실에서 휴식을 취한 상태에서안정을 취하며 영양식을 공급하며 몸을 회복해서 수술을 하기로 한 것이지요.
 
 
06.jpg
다리 골절 부위는 우선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압박 붕대로 감아놨습니다.
 
07.jpg
입원실에서도 이 녀석은 계속 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슈나우져를 병원에 맡기고 왔던 그 날 밤을 저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밤과 새벽은 아마도 제가 기억하는 한 가장 세게 비가 몰아쳐내렸던 날입니다. 얼마나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내리는지 그 소리에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한편으로 "아.. 정말 그 녀석을 낮에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만약 구하지 못했다면 이 세찬 비를 피할 곳도 없이 온 몸으로 다 맞고 내일 아침쯤에는 저체온증으로 죽었을 수도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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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료진과 이 아이의 수술을 상담을 하고, 며칠간의 휴식 시간을 갖고 원장님이 집도하에 골절 부위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2시간이 지난 후에 원장님이 나오셨는데 무사히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하시며 앞으로 3개월 정도후면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는 회원들에게 공모를 해서 이 슈나우져의 이름을 짓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회원분께서 빗속에서 구한 아이니까 이름을 '우찬이'로 하자고 했습니다. 우찬이.. 우찬이.. 참 괜찮은 이름이었습니다.
 
그렇게 그 슈나우져는 우찬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안정을 찾을 때까지 병원에 2개월이나 입원했습니다. 핀은 6개월쯤 후에 제거하는게 좋겠다는 원장님 말에 그렇게 하기로 하고 이 녀석의 움직임은 제한하지만 편하게 있을 장소로 옮겼습니다.
 
슈나우져 우찬이의 수술과 후처치, 입원으로 인해 발생된 120만원 정도되는 비용은 우리 회원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으로 감당했습니다. 늘 이렇게 십시일반으로 한 생명 한 생명 구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우리 회원님들에게는 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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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하고 회복을 하고, 미용까지 싹 다하고 나니 말끔한 개신사가 된 우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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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나우져 우찬이가 핀 제거할 때까지 움직임을 자제하면서도 케어를 받은 곳.
 
슈나우져 우찬이는 그 후 6개월 동안 케어를 받았고, 수술핀을 제거했습니다. 이제는 완벽해진 것입니다. 그리고 때 마침 우찬이를 입양하시겠다는 분이 나타났습니다. 그 분은 전에 우리를 통해서 강릉시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에 있던 또 다른 슈나우져 슛돌이를 입양하신 분입니다. 정말 안심이 되는 믿을 수 있는 분이었죠.
 
이렇게 우찬이는 골목길에서 다리가 부러진채 비를 쫄딱 맞고 죽을뻔하다가 좋은 집으로 입양을 가게 된 것입니다. 입양가서는 얼마나 잘 사냐하면 이 정도로 사랑받으며 잘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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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찬이를 업어주고 있는 입양자분. 둥가 둥가 우리 아가 ~
 
 
우찬이는 그 집에 먼저 입양간 슛돌이와 둘이 마치 쌍둥이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두 녀석은 매일 우다다다 하며 놀고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지내고 있지요. 그렇게 우찬이는 좋은 집으로 입양가는 것으로 마무리가 잘 되었답니다. 정말 잘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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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직전에 우리의 손길로 살게된 똑같이 생긴 두 슈나우져. 우찬이와 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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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그렇게 우찬이를 입양보내고 가끔씩 연락을 하고 지냅니다. 우찬이를 입양보낸 후 1년쯤 지나서 이 녀석이 보고 싶어서 입양자분께 이야기를 해서 살고 있는 강북구 덕성여대 부근의 우이동 솔밭공원에서 만났습니다.
 
저는 유기견 구조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있는 것이 좋은 가정에 입양가서 사랑받으며 잘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고, 두번째로 보람있는 것이 그 녀석들을 다시 만나러 갈 때입니다.
 
그러면 그 때는 이 녀석들이 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절대 잊지 않아요. 우찬이도 1년 만에 본 저를 얼마나 반겨주는지 보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폴짝폴짝 뛰며 제 품에 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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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저를 보고 무척 좋아하는 우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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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찬이와 함께 우이동 솔밭공원 산책.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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