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20년된 단골 미용실 원장님 썰
게시물ID : humorbest_11839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면은진리♥
추천 : 114
조회수 : 8690회
댓글수 : 4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1/10 00:44:05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1/10 00:26:59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얼굴이 못생겨서 머리를 해봐야 소용이 없으므로 음슴체.

친정 동네에 20년째 다니는 미용실이 있음. 내 인생 미용실임ㅎㅎ
수능 끝난 직후에 엄마 손잡고 간 미용실이 이 원장님 미용실임.
동네 작은 미용실이지만 센스있고 깔끔하게 꾸며져있었고
무엇보다 원장 솜씨가 좋다고 소문이 자자해 단골이 많았음.
그날은 뭘 몰라서 알아서 해달라고 했더니 진짜 알아서 잘해줌.
요즘도 미용실 의자에 털썩 앉으면 그냥 알아서 해줌 ㅋ

난 꼬꼬마 새내기였는데 이 분은 그때 본인 명의의 사업장이 있었으니
막연히 엄청 어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나랑 몇살 차이도 안남.
그냥 언니인거임. 게다가 동안의 날씬한 미인. 
이분이 결혼을 일찍해서 아들 딸이 다 대학생인데
지금 일곱살인 내 아들이 재작년에 이 원장님한테 누나라고 했음 ㄷㄷ
남편분도 훤칠하시고 애들도 진짜 이쁘고 잘생김.

이분의 특장점은 눈과 손의 협응력이 정말 좋다는거임.
사진 갖고가서 이거 해달라고 하면 정말 똑같이 뽑아냄.
이건 사실 미용사의 기본 자질인데 안되는 사람들이 은근 많음.
오로지 미용이 좋아서 미용사가 된 분들.. 열정면에선 존경스럽지만 ㅠㅠ
특히 우리동네 미용사들.. 하아.. 내가 그래서 30분씩 차타고 미용실 감.
여튼 그래서 꾸준히 단골도 많고 돈 많이 벌어서 분점도 냄.

근데 일반적으로 미용사라고 하면 뭐랄까 손님 비위도 잘 맞춰주고
머리 손질하면서 손님이랑 계속 얘기하고 뭐 그런 이미지가 있잖음.
이분 그런거 일절 없음. 완전 과묵하게 일만 함. 머리와 관련된 질문만 함.
완전 단호해서 진상 손님 발도 못붙임. 손님이 무리한 요구하면
저희는 그렇게 못해드리니 다른 데 가서 하시라고 당당하게 말함.
웃으면서 죄송한데요~ 이러지도 않음. 그냥 무표정 단호박임ㄷㄷ

동네에 발 넓은 아주머니들 계시잖음. 소문의 진원지들.
이런 분들 뭔가 동네 가게들에서 특별대우 받기 좋아하셔서
서비스 더 요구하고 깎아달라고 하고 뭐 그런거 있잖음?
전에 그런 분이 계산대에서 직원분한테 나 단골인데 안깎아주냐고해서
이집은 정가제라 직원이 난처한 얼굴로 원장님 보는데 원장님이 딱 정가 부름ㅋㅋㅋㅋ
다른 손님 머리하면서 "ㅇㅇ씨, 그 손님 00000원 받으면 돼." 뒤도 안돌아봄ㅋㅋㅋㅋㅋ

그런 사람들끼리 평소에 이 원장님 욕하다가도 동네에 그만한 실력이 없으니
막상 중요한 일 있으면 할수없이 또 옴. 삐졌으므로 말없이 머리만 딱 하고 감 ㅋㅋ
이 원장님이 유일하게 가격 할인 해주는 고객이 바로 우리 엄마임.
난 몰랐는데 이분 어려울때 울엄마가 조언도 해주고 도와주셨다고 함.
이분은 어릴때부터 어머니 사랑을 별로 못받고 자라서
내가 맨날 울엄마 손잡고 다니는게 넘 부럽다고 하는데 짠했음.

근데 이냥반 대화 스타일이..
원장님: 난 자기 엄마가 너무 부러워.
나징어: 제가 어지간한건 나눠드리겠는데 이건 좀 어렵겠네요.
원장님: 알아.
진짜 대화가 이랬음. 알아ㅋㅋㅋㅋㅋㅋㅋㅋ
단호박같은 양반.. 농담을 좀 농담으로 받아쳐줘요 ㅠㅠ

이 원장님은 매일 새벽기도 가고 미용실임에도 불구하고 주일에 문닫는
굉장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20년간 우리를 알고 지내면서
정말 한번도 종교 권유 한적이 없음. 우리는 종교도 없는데도.
진짜 성실한 크리스찬이 어떻게 사는지를 몸으로 보여줌으로서
사람들에게 기독교에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그런 신앙인임.
이냥반의 하나님은 1호선 전철 하나님이랑 다른 하나님일 것 같음.

미용실 오래오래 잘돼서 울엄마랑 내 머리 평생 해주면 좋겠음.
곱슬머리라 커트 까다로운 울 신랑과 두살 일곱살 아들들도 여기서만 머리함 ㅋ
오늘도 엄마 손잡고 가서 남편까지 덩달아 할인 받고 
문득 햇수로 20년된 인연에대해 생각하다가 끄적여봄.
더럽게 길고 재미없어서 죄송함. 
새해에는 뷰징어분들 모두 인생 미용실을 만나시길 기원함.

출처 내 지난 20년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