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도종환 의원 "당을 떠나는 것이 어떻게 희망을 주는 일입니까"
게시물ID : humorbest_11847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반백백마법사
추천 : 86
조회수 : 3562회
댓글수 : 2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1/11 15:12:24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1/11 14:57:57
당을 떠나는 것이 어떻게 희망을 주는 일입니까
 
 
오늘 한 분의 의원이 또 당을 떠났습니다.
이번 주 중에 여러 분이 탈당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떠나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많이 반성하고 성찰해 봅니다.
통합하지 않고 배척했는지, 내 생각은 바꾸지 않으면서 남의 생각이 바뀌기를 강요했는지, 기득권에 집착했는지 성찰해 봅니다. 제가 만약 그런 행동을 했었다면 저는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떠나는 분들은 모두들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 탈당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며칠 전 당을 떠난 한 의원은 숨 막히는 정치의 어둠을 뚫고 달릴 새정치의 새벽 저는 협궤열차를 기다립니다. 그 기적소리를 위해 저는 철길의 작은 침목이 되겠습니다.”이렇게 말하고 몸담았던 당을 떠났습니다.
저는 그날도 그대를 태우러 달려올 열차를 기다리지 말고, 이제 그만 구차한 정치의 열차에서 내리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당을 떠나는 사람들은 야권분열의 아픔을 뛰어넘어 낡은 정치를 허물고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고 합니다. 당을 떠나는 길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탈당을 희망이 아니라 절망, 변화를 위한 아픔이 아니라 공멸의 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때만 존재의 이유가 있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면 정치 그만 해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면서 우리가 두 번 세 번 국회의원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당을 떠나는 사람들은 그럴듯한 기자회견문을 국민 앞에 내밀지만 거기서 진지한 실존적 고민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한 번 더 국회의원 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계산한 정치적 욕심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탈당을 통해서 정치적 연명의 길을 찾으려는 것이야말로 낡은 정치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낡은 진보, 진보적인 삶을 살았던 이들의 낡은 정치입니다.
 
우리 당이 끊임없는 장외투쟁으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는 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당 안에서든 당 밖에서든 제대로 투쟁하지 못한 것이 국민들을 실망시켜 왔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정부의 폭압 통치에 맞서 제대로 싸워 본 적이 얼마나 됩니까? 국민들의 눈물과 고통과 좌절 곁으로 다가가서 함께 울고 함께 분노하는 게 정치가 아니면 무엇이 정치란 말입니까?
진보의 크기는 헌신과 희생의 크기와 비례합니다. 헌신과 희생, 약자에 대한 연민, 의로운 분노로 불의한 권력에 맞섰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젊은 날이 탈당의 군색한 변명을 찾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한없이 부끄러워 할 것입니다.
 
당을 떠나는 분들은 패권정치 때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을 합니다. 계파 이익에 집착해 패권을 휘두른 일이 언제 있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은 패권을 휘두를 자리에 앉아 본적이 없습니다. 이른바 주류로 분류되는 이들 중에 패권을 휘두를 당직을 맡았던 사람이 누구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직 대표가 말한 바대로 오만과 독선과 증오와 기교로 버티는 정치를 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지금 당에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 탈당한 분들을 향해 누가 그렇게 독선과 증오를 퍼부었습니까?
 
선거로 선출된 당 대표를 일 년 내내 흔들며 증오를 쏟아내던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당을 이끌어온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분들이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의원들에게 어떻게 이런 험한 말을 쏟아 내며 등을 돌릴 수 있습니까? 계파를 넘어, 생각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치열한 논쟁하되 논의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공정한 과정을 거친 결정을 깨끗하게 인정하는 게 정치의 기본 아닙니까?
 
다른 사람 다 살리고 맨 마지막까지 남아 배와 운명을 같이 하겠다고 말하는 선장 같은 선배의원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자기만 살겠다고 뛰쳐나가는 선장 말고, 그래서 배를 버리고 나갈 때마다 배에 구멍을 내는 선장들 말고 장렬한 정치를 하는 그런 정치 선배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정치적 계산이 많고, 정치공학에 뛰어나고, 기교가 앞서는 정치 말고, 희생하고, 자신을 던지고, 진정으로 국민에게 정권교체의 희망을 주는 정치인을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능력이 부족한 초선의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내부를 향해 패권정치라 손가락질하기 전에 박근혜정권의 패권정치에 당당히 맞서고, 박근혜정부의 역사적 퇴행과, 원칙 없는 정치와, 몰상식과 정치 실종에 맞서 온몸을 던지며 싸우는 정치인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당을 분열의 길로 끝없이 몰고 가면서 그것이 어떻게 희망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분열과 실망을 심어주면서 어떻게 통일과 번영의 깃발을 흔들며 열차가 달려올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건 궤변입니다.
그 열차에는 패배와 절망과 공멸만이 가득 실려 있을 것입니다, 진지하게 고뇌하고 사유하였다면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야당이 중심을 제대로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박근혜정부의 상식을 벗어 난 정치에 맞서 나라와 국민들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야당이 중심을 잃지 말아야 우리 사회가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에서도 중심과 균형을 잃지 않으려면 야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분열의 길을 선택하지 말고, 통합하고, 인내하고, 힘을 합치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서로 성찰하고, 반성하고, 양보하고, 대화하고 또 대화해야 합니다. 나만 사는 길이 아니라 국민을 살리는 길로 가야 합니다.
 
끝없는 탈당 행렬이 국민에게 주는 한없는 실망을 접하면서 저는 떠난 분들이 남긴 실망의 공백을 채우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당이 난파하는 배 같다면 그 배와 운명을 같이 하겠습니다. 곪은 상처 밑에서 새 살이 돋기를 기다리면서 당이 결정하는 일이면 어떤 일이든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 당의 운명이 국민들의 불행한 운명이 되지 않도록 정치적 책임을 지는 일을 하겠습니다. 남아 있는 이 자리가 아직도 정권 교체, 시대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에게 희망의 중심, 희망의 근거가 되도록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가족 같고 형제 같던 이들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희망을 찾아가는 일인지, 끝까지 여기 남아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며 희망을 만들어가는 일이 옳은 선택인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2016111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도종환
출처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