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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 '외국인 노동자와 성폭행'글을 보고.
게시물ID : sisa_1185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2
조회수 : 61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10/05 18:23:55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근간에는 이질감과 공포감이 깔려있습니다. 이것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주의 교육의 영향과 지리적으로 고립된 섬이나 다름없는(3면이 바다에 북쪽은 적대국가에 가로막혀있으니) 지정학적 특성 탓으로 생긴 실재하는 현상이죠. 사실 이건 뭐 그리 잘못된 것이라 말할게 못되는 것이, 사람 심리라는게 원래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게 당연한 겁니다. 타국과 육로로 연결되어 있지도 못하고 해외여행이 보편화 된 것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으니 우리 문화가 외국인들과 접할 기회가 적었으니까요. 인간은 보통 자신이 공포를 느끼는 대상에 대해 흔히 두가지 반응을 보이는데, 그것을 경외하고 우러러 보거나 혹은 부정하고 무시하려 드는 행동이죠. 문제는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좋지 않은 것까지 흘러들어와, 외국인에 대한 저 두가지의 태도를 피부색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눠버린데 있습니다. 스스로 유색인종임에도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한국식 인종차별주의는 서구식 인종차별주의의 논리를 그대로 물려받았다기보다 외국인은 다 무섭지만 백인은 경외의 대상, 유색인종은 우리보다 못났고 천시해야 할 대상으로 구분하여 그 사이에 적당한 중간 포지션잡기의 일환으로 생겨났다고 봅니다. 우리가 비록 1등은 못하지만 3,4,5,6등(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존재들과는 이마만큼 차이가 나는 존재다, 라고 느끼고 싶어하는 거죠. 사실 뭐 이것도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자 심리의 결과이니 누구의 책임으로 떠넘길 문제는 아닙니다만, 반드시 고치고 넘어서야 할 숙제임은 분명합니다. 생성과정에 대해 이해가 간다고해서 인종차별이 합당해질 수는 없는 거니까요.

불법체류자(이하 불체자) 이야기를 하자 해놓고 우리 속에 존재하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서두에 길게 적은 이유는, 사실 불체자 문제는 인종차별과 하등 관계가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무 관계도 없는 이 두가지 문제를 연관지어요, 자꾸. 불체자 문제는 우리 땅에 몰래 숨어 들어와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문제이며, 이들이 저지르는 범법(사실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 자체가 범법이죠)행위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것은 문화/도덕적 범주인 인종차별 문제와 달리 법집행에 관한 문제죠. 그런데도 불체자에 대한 '온건파'와 '강경파'는 서로간에 인종차별주의자다, 아니다, 해가면서 싸웁니다. 사실 법집행에 관해서는 온건/강경이 따로 존재할 필요조차 없는데 말이죠. 이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불체자를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이 있는데,(무관심까지 포함하면 세가지겠지만..) 하나는 그들이 비록 불법으로 무단입국해 살고 있는 이들이라고는 해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의 범죄행각이 사회 질서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졌으니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시선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둘 다 맞는 이야기이지만, 둘 다 불체자 문제에 대한 근본 원인을 지적하고 있지 못하기에 해결책 또한 내놓지 못합니다.

불체자는 법에 의해 엄정 단속되어야 하는 대상임은 분명합니다. 그들은 한국땅에서 소득을 얻으면서도 세금 등의 기본적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는 존재이기에 존재 자체가 불법인 이들이며, 한국사회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규범과 법질서에 대해 아무런 책임의식이 없는 이들이기에 쉽게 범죄의 길에 빠져듭니다. 더불어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이들이라 범죄를 저질러도 관리와 단속도 힘든 실정이죠. 쉽게 말해 보호받지도 관리되지도 않고 의무도 권리도 책임도, 그것을 지킬 의지도 없는 이들입니다. 심각한 문제죠. 이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나, 쉽게 범죄의 길로 빠져 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말입니다.

불체자에 대한 온건적 시선, 주로 인권단체들의 주장은 이들이 받게 되는 비인간적 피착취 현장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물론 아무리 불체자라 해도 인간이기에, 한국인으로서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권리는 보장받아야 합니다. 이들이 법적 절차를 벗어난 고문, 상해, 살인 등을 당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인 한국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입니다. 허나, 문제는 이들에게 이러한 인도적 처우를 한다고 해서 불체자가 사라지지도, 불체자들이 강력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불체자들이 강력범죄의 길로 들어서는데는 한국에서 받은 비인간적 처우가 하나의 계기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불체자들이 범죄행각을 손쉽게 벌이게 되는 진짜 이유는, 다름아닌 그들의 불체자 신분 그 자체일 뿐입니다. 위에서 말했듯 우리 사회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애정도 없는 이들이고 우리 법질서에 대해 의식도 의지도 없는 이들이니까요. 우리땅에서 자라나 우리 사회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내가 계속 이 사회 속에 책임감있는 일원으로서 살아가겠다고 당연히 여기는 우리들과는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이들입니다. 그게 바로 그들이 벌이는 강력범죄의 진짜 원인이죠.

그렇다면 불체자에 대해 강경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문제의 원인에 닿아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불체자의 범죄행위 그 자체에만 머물러 있을 뿐이에요. 불체자들이 벌이는 살인, 성폭행 등의 강력범죄행각에 대한 분노는 이해하지만, 그 분노에 함몰되어 정작 그러한 사건들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불체자 강력범죄의 원인은 매우 막연하게, '우리가 그들을 너무 불쌍히 여기고 만만하게 대해줘서 그럴 뿐이다'라는 것 뿐입니다. 결국 그들에 따르자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강하고 폭력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들의 주장이 아무 실효성이 없는 이유는, 불체자가 생겨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불체자는 계속 생겨나고, 불체자 강력범죄도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아무리 강경하게 처벌을 한다고 해도 제자리 걸음만 할 뿐이죠. 불체자가 생겨나는 근본 원인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기에 불체자를 강경하게 대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은 주장이라기보다 선동에 가깝습니다. 법적 처벌 뿐 아니라 불체자에 대한 폭력적 여론선동을 하는 것이죠. 베오베의 원본 글에서도 불체자가 왜 생겨나는지, 왜 수가 불어나는지, 왜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지에 대한 분석은 없이 도시전설풍의 사례들만 나열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불체자를 미워하고 증오하라고 이야기 합니다. 대체 왜, 우리가? 그들의 처벌은 공권력에 의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지 우리가 그들을 미워한들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길을 가다 외국인이 보이면 혹시 불법체류자인지 물어본 뒤에 맞다고 하면 돌이라도 던져야 할까요?

결국 불체자에 관한 문제는 법집행과, 그 범죄행각의 원인(혹은 불체자가 생겨나는 원인)을 찾아 사회구조적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온건/강경 여론은 서로 편을 나눠 싸웁니다. "이들을 불쌍히 여기자." 불쌍히 여기긴 해야죠, 인도적 차원에서. 근데 그래서? 문제 해결이 됩니까? "이들을 증오하고 미워해야 한다!" 밉기는 밉죠. 살인마, 성폭행범 안 미워할 사람 어딨습니까. 근데 그래서? 문제 해결이 됩니까? 이건 우리가 그들을 미워하고 불쌍히 여기고 하는 것과는 하등 관계없는 문제입니다.

법집행과 사회구조개혁에 관한 문제에 괜히 서로 편갈라 사람들 선동하며 감정싸움을 벌이다보니, 싸움이 깊어질수록 논리는 산으로 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맨 처음 말한 우리 안의 인종차별주의가 여기에 끼어들게 됩니다.

현재 한국에는 많은 수의 외국인이 있습니다. 관광 목적으로 온 사람도 있을테고, 일을 해서 돈 벌려고 온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를 가리켜 외국인 노동자라고 하죠. 물론 외국인 노동자라고 하면 취업비자를 받아 들어온 모든 외국인을 통칭하는 의미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스의 투수 저스틴 저마노도 외국인 노동자이고, 강남 OO어학원의 톰행크스씨도 외국인 노동자에 포함되겠지만, 말이라는게 시대상황에 따라 조금씩 그 의미가 바뀌는 것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선 좀 더 협소한 뜻으로 통용되고 있죠.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을 찾아온 제 3세계의 유색인종 블루컬러 외국인 노동자들 말이죠. 보통은 어느나라에 돈을 벌 목적으로 찾아가는 사람들은 그 나라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많이들 가기 마련이고, 한국에서도 '외국인 노동자'의 절대 다수는 한국보다 경제력 순위가 떨어지는 나라들, 주로 동남아시아쪽의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외국인 노동자'라는 단어는 통상 이들 유색인종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이는 다시 맨 처음 말한 우리 안에 숨어있는 인종차별주의가 더해지고, 거기에 직업의 귀천을 심하게 따지는 우리네 정서상 경제 계급이 낮은 이들에 대한 천시까지 어우러져 매우 미묘하게 부정적인 뉘앙스의 단어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는 불체자를 의미하는 단어는 아닙니다. 아주 너그럽게 봐준다 할지라도 불체자가 외국인 노동자에 포함되는 의미일 뿐이고, 제대로 말하자면 외국인 노동자는 정식으로 허가받고 일을 하는 외국인들만을 지칭하는 단어이기에 불체자와 완전히 구분해야만 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불체자를 둘러싼 감정싸움이 격해지다보니, 은근슬쩍 불체자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단어를 혼용해 쓰기 시작합니다. 이건 다시 우리 마음 속의 인종차별주의와 어울려 단어가 아니라 의미까지 혼동하게 되어 버리며, 무의식중에 '외국인 노동자 = 불체자'라고 스스로 인식하는 상황을 낳습니다. 왜 이렇게 되어버리느냐면, 우리 모두 마음속에 인종차별주의의 잔재가 남아있고, 그것이 나쁜것이기에 극복해야 할 대상임은 인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죄의식도 가지고 있죠. 헌데 '범죄자=불체자'인건 사실이기에, '불체자=외국인 노동자(=우리보다 못사는 유색인종)'을 연결시켜버리면 그 불편하던 마음에 합리화가 가능하게 됩니다. '유색인종은 우리한테 범죄나 일으키는 이들이니까 차별받아도 어쩔 수 없어'라는, 사실은 말도 안되는 것임을 자신도 잘 알고 있지만 마음속의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 그 괴변을 받아들여버리는 것이죠.

베오베에 간 원본글이 '불법체류자와 그들의 강력범죄'가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와 성폭행'인 이유가 뭘까요? 그리고 그 글이 베오베에 갈만큼의 추천을 받은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소모적이고 답도 없는 감정싸움 속에서 우리 스스로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체류자'에 대한 구분을 잃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마음 속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 그릇된 길로 폭주합니다. 솔직한 말로, 길거리에 보이는 유색인종의 (블루컬러로 추정되는 옷차림의) 외국인을 봤을때 그들이 불법체류자인지 허가받고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인지 우리가 구분할 방법이 있을까요? 불체자들의 강력범죄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끓어오른다고 한들, 그 대상을 우리가 특정지을수 있겠느냐는 이야깁니다. 또, 설령 불체자와 정당한 노동자를 구분지을수 있다 한들, 우리가 그럼 그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나요? 손에 돌을 쥐어 들고 던지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불체자 문제는 해결해야할 시급한 사회문제인 것은 확실합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적법한 과정을 통한 법적 처벌과 불체자가 더이상 생겨나지 않게끔 사회구조 개선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불체자를 불쌍히 여기고 떡하나 더 준들, 혹은 그들을 미워하고 돌을 던진들 해결 될 일이 아닙니다. 인권단체의 불체자 인권에 대한 문제 역시, 인종차별이 아닌 '범죄자 인권 보장'의 범주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이며, 불체자 문제를 강경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측의 입장도 어디까지나 '법질서 확립'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할 문제이지 불체자들에 대한 초법적 집단 린치를 정당화하려 들거나, 혹은 인종차별적 선동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문제입니다.

불체자 문제 해결 방법은 명확합니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엄정한 단속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불체자를 필요로 하지 않게끔 구조를 개혁해야겠죠. 불체자를 필요로 하지 않으려면, 그들이 담당하고 있는 노동력을 다른 이들이 대신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불체자가 아니라 취업비자를 받은 정당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정당한 대가를 주고 일을 시키게끔 하거나(이쪽은 중소기업 사장님들 마인드가 바뀌어야 합니다. 더 싼값에 부려먹기 위해, 산재 등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불체자를 데려다 쓰는 행태가 바뀌어야 겠죠) 아니면 외국인 노동자, 불체자들을 제외하고는 내국인 노동자로는 일 할 노동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난감한 상황을 바꿔줘야 할테구요(이건 우리 머릿속에 뿌리깊게 내려박힌 직업귀천 따지는 인습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하청으로만 연명할 수 있는 산업구조 전반을 개혁해야만 합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들을 하청으로 부려먹으며 가격경쟁 시켜먹는 불공정한 상황에서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비롯한 처우 전반이 개선될 수가 없어요. 너도나도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노동자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대기업 노동자가 중소기업 노동자에 비해 으시댈 수 있기 때문이고, 대기업 노동자가 으시댈 수 있는 이유는 다름아니라 돈과 대우를 잘 받기 때문이니까요)

정리하자면, 불체자 범죄문제, 아니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존재 자체가 문제인 불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들을 증오하든 불쌍하게 여기든 그건 하등 관계가 없습니다. 구조를 바꿔야하고, 그러자면 정치를 바꿔야하죠. 괜시리 니편 내편 사람들 선동해 감정싸움만 벌이다보면 결국 그 싸움의 끝은 이상한 길로 빠지고 맙니다. 인종차별 논쟁 같은 곳으로 말이죠. 진정 불체자 문제가 걱정된다면 사람들더러 그들을 미워하라 불쌍히 여겨라 설득할 필요 없이, 그냥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 찾아가서 해당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해결책을 국회에 제시해 주지 않으면 다음 총선때 재미없을 줄 알라고 협박하는게 가장 정확하고 빠른 해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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