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을 잘은 모르지만 이른바 시스템 공천이라는 걸로 알고 있다.
근데 얼마 전에 1차 컷오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 보니 그냥 가볍게 볼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시스템 공천이란 것도 결국..
1. 국회의원 자격이 있는가?
2. 당선 가능성이 있는가?
3. 국회에 들어가서 일을 잘 할 수 있는가?
에 관한 가부 여부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어떤 다른 기준이 들어갈 수 있을까? 학벌? 지역? 성별? 나이? 계파?
정치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여성 배분, 청년 배분 등..) 는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외 다른 기준 어떤 거?
이른바 친노인지 아닌지? 아니면 중진인지 초선인지? 오래 해먹었으니 꿀 그만 빨고 내려와라? 나도 좀 해먹자?
청렴하고 비리 없고 능력만 있다면 - 가능하다면 - 죽은 귀신이라도 불러서 쓸 일이다.
계파? 나라만 잘 운영하면 계파 따지는 게 다 무슨 소용? 탈락한 자의 징징이와 조중동의 험담, 깎아내리기에 동조하는 게 기준인가?
강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형식으로 할당량을 채워놓고 하는 컷오프가 과연 얼마만한 정당성이 있는가?
그저 조중동에게 뭔가 보여주기 위해서? '친노를 이만큼 쳐냈다!!' 이런 거?
철수와 궁민당에게 '이만큼 해서 니네들 자리 났음!!' 이런 거 보여줄라고?
그래서 그렇게 하면.. 조중동과 철수당이 '어이구 잘했네, 내 표 줄께' 이러나?
이 사람 처내면 저 사람으로 시비 걸테고, 저 사람 끌어내리면 또 다른 사람으로 시비 걸 것이다. 그걸 모른단 말인가?
왜 국민들이 필리버스터에 열광하고 그토록 강한 야당을 원했는데? 쑈 할 사람이 모자라서?
저 지랄맞은 새누리당, 박근혜 정부, 조중동, 국정원 카르텔, 친일파, 군사 독재 잔존 세력들,
재벌과 이리저리 혼인으로 얽힌 기득권 세력들..
이런 것들 좀 제발 처내자고.. 그래서 그렇게 강한 칼(!)을 원했던 것 아닌가?
무슨 이상적인 정치 실험하는 걸 보고 싶어 했던가?
똥통에 빠졌으면 먼저 빠져나올 궁리가 먼저지.. 그 안에서 '공자왈 맹자왈' 안하고 'x발, x발' 욕 좀 했다고 여기 저기 다 쳐내면..
무슨 힘이 있어 똥통을 빠져나올 건가? 설사 빠져나온들.. 제대로 싸울 힘이 남아있기나 할까?
2.
나도 시스템 좋아한다.
부정과 청탁이 아니라 공정한 시스템으로 국가든 조직이 돌아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 허술하고 약한 곳은 메꾸고 보듬을 수도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법체계도 일종의 시스템이지만 그렇다고 완전무결하지도 않고, 동전 넣으면 원하는 결과가 딱 나오는 것도 아니다.
법도 사람이 만들었기에 결국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법원이 필요하고 판사가 필요하다.
약자는 보듬고, 강자는 누르고.. 억강부약할 일.. 기계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이건 오히려 거꾸로 해서 문제)
그렇지 않다면 그냥 자판기처럼 쓰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런가?
국회의원의 평가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냥 간단히 생각하면.. 잘 한 것은 가점을 주고, 잘못한 것은 감점을 주는 걸로 하면 될텐데..
근데 잘 한 것과 잘못한 것의 평가를 정량적으로 하는 게 과연 쉬운가?
잘 한 것? 법률안 제출 횟수? 그저 그렇고 그런 법률안이라면 어쩔텐가? 그저 횟수만 늘리려고 의미없는 법률안만 제출한거면?
법률안 채택 횟수? 탱자 탱자 놀다가 중요한 것 몇개만 '동의'(발의도 아니고) 해서 채택된 건?
지역구 주민의 지지와 호응 정도? 이걸 뭘로 점수화하나? 여론조사? 그거 해서 떨어지면 아예 탈락?
결국 주요하게 결정 짓는 건 잘못한 걸 감점하는 걸텐데.. 이건 잘못한 걸 걸러내고자 하자면 당연한 기준일 것이다.
그리고 잘한 걸 점수화 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확실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뇌물이나 청탁, 갑질, 성추행 등.. 말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야 당연히 처내면 될 것인데..
근데 단순히 입방아에만 오르내린 정도라면? 억울하게 모함 당한 거라면? 잘못한 게 없거나 정당방위라면?
폭력 의원? 여당에 끌려다니지 말라며? 몸싸움이라도 하라며? 예전에 사립학교법이나 노동법 같은 거..
필리버스터도 없을 때 여당 바짓가랑이라도 끌고 늘어져서 통과못하게 하라며?
그런 것도 못한다고 욕 했잖아? 그래서 그때 나섰던 의원은 그럼 뭔가? 무식하게 폭력을 행사한 의원인가? 그래서 감점?
국민이 물대포 맞고 있어서 앞장서서 대신 맞고 경찰차를 에워싸면? 폭력 의원?
이런 식의 평가는.. 복지부동, 할 것만 하자는 식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나서봤자 좋을 거 없다', '언론에 찍히면 잘못한 것 없어도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잘못한 거 없어도 구설에 오르면 컷오프되더라', '역시 좋은 게 좋은 거다'..
3.
다들 몸사리고 있을 때 나서서 국민들에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의원들을.. '논란이 될 수 있으니 컷오프'..
이런 식으로 하고 대체 어떤 지지를 바라는가? 적들에게 인정 받는 거? 새정치인지 뭔지 제3당(?)에게 잘 보이는 거?
지지자들 실망시키고 다 떠나보내고 나서.. 중도층(?) 유권자들 받으면 선거 이기는가?
험지에 가서 싸우겠다는 사람도 끌어내리고, 국민의 편에 서서 앞장서 싸우던 사람도 막으면.. 대체 뭘로 싸우나?
최소한 경선이라도 가능하게 해야하는 것 아닌가?
자신에게 엄격한 것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보호도 해야지 않나?
정량적으로 평가도 못할 것.. 결국 정성적, 심리적 평가.. 느낌적인 느낌, 내 맘 가는대로 평가 아닌가?
뭘 얼마나 잘못했다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쳐내고 지지자들을 실망시키는가?
황희 정승이 청렴결백해서 세종대왕이 일을 계속 시켰던가?
더불어민주당에 인재가 넘쳐나는 것도 아니잖아?
인재영입과 필리버스터로 불길이 오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이렇게 까먹어선 안된다.
지지자들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고서는 선거에 이기기 어렵다.
'어차피 지지자들은 어떻게 해도 우리편, 중도층에게 잘 보이자'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우리편의 사기가 떨어지면.. 그만큼 적들이 기세를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공세의 방향이 바뀌면.. 중도층의 판단은 또 여기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보다 더 현명해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