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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종교관련)
게시물ID : freeboard_12873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곰아
추천 : 2
조회수 : 1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3/11 21: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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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프리카에 살고 있습니다.
한인들 수도 적고, 한인 기업이 많지 않은 곳이라 나라 이름을 밝히기가 좀 그렇네요. (제 정체가 탄로날까봐)

어느 날,
개신교 청년들이 선교를 목적으로 제가 사는 나라에 방문했습니다.
하와이에 있는 선교대학(?) 에서 온 학생들이라고 했던거 같은데
한국 청년들을 비롯하여 다양한 외국 청년들이 뒤섞여 있는 무리였습니다.

그들은 한동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선교활동을 하였고
출국 전날이었나 일정의 마지막으로 저희 회사에 견학을 오게 되었는데

제가 그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불어권 나라입니다. 예전 회식 때 좋아하는 팝송을 부른 적 있었는데요,
부장님께서 "너 그때 보니까 영어 잘하더라(?!?). 하와이에서 왔다는 저 친구들 회사 안내 좀 시켜줘" 라고 하셔서.....)

그 청년들을 이끌고 친절한 웃음과 함께 회사 구석 구석을 구경시켜주며 돌아다니던 중,
한 한국인 여학생이 저에게 "크리스챤 이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학생이 부탁할 것이 있으니 잠시 이야기좀 하자고 하더군요.

그 학생이 말하길, (기억나는 대로 쓰겠습니다)
"이 곳에 와서 주님의 기적이 역사하심을 체험하였어요. 며칠 전 시장 쪽을 방문했는데
길에서 조각을 깎아 팔고 있던 현지인이 있길래 그 사람에게 하나님(하느님의 개신교 표현)을 알게 해드렸어요.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해 예수님께서 행하신 일들을 알려주고
당신이 하는 일은 우상을 숭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 깨닫게 해 주었고
죄 사함을 받기위해 지금 당신이 만든 이 우상들을 전부 태워버리라고, 
하나님만이 당신을 구원할 수 있다고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길에서 기도해 주었어요.

그런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기도가 끝나고 나서 그 사람은 자신의 죄를 깨닫고
그가 만들어 놓았던 조각들을 다 불태웠어요. (예 예 하면서 듣다가 이 부분에서 제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하나님께 죄를 짓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며 조각칼도 도구들도 부시고 버려 버렸어요.
저희의 기도로 그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게 된거에요."

여기까지 말하고는 감격과 뿌듯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저를 잠시 바라보았습니다.
무언가 신앙적인 칭찬과 감탄의 말을 듣길 원했던 것 같은데 제가 냉랭하게 대답했습니다.

"네 그래서요?
"그 사람이 이제 다른일로 돈을 벌어야 하니까 이 회사에 취직을 시켜주세요."
"...네?"
(저희 회사가 규모가 꽤 커서 현지인 공원들 약 삼천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하나님을 만나기위해 자신이 해오던 것을 기꺼이 버렸어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했는데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꺼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오늘이 그 증거인 것 같아요. 과장님 회사에서 일하게 해주세요."

잠시동안 말문이 막혀서 침묵하다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과장이 아니라 계장입니다. 저한테 그런 권한은 없습니다."
그걸 떠나서, 저희 회사 들어오시기 전에 회사 문 앞 도로에 앉아있던
수 많은 현지인들 보셨죠? 그 사람들 전부 일자리 구하려고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는 거에요.
저렇게 매일같이 와서 몇 달을 기다리다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정규 대학 교육을 마친, 영어, 불어 그리고 독일어에 능통한 젊은 현지인 친구는
저희 회사 쓰레기 분리수거장의 경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선교 다니시면서 구걸하는 꼬맹이들 많이 보셨죠? 
가난 때문에 교육의 기회가 없는 아이들은 구걸하며 자란 후
성인이 되어서도 구걸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정규 교육 받은 친구도 마땅한 일을 구하기 어려운 나라니까요.

시장에서 조각을 깎아 팔던 그 현지인에게
그 기술이 그 사람 삶을 이어나가게 해줄 유일한 경쟁력이며
가족을 부양할 유일한 기술이었을지 모르는데 

지금 껏 자신이 해오던, 가족을 먹여 살리던 그 일이
하느님께 죄를 짓는 우상을 만드는 일이라는 이야기들 듣고
그간 만들어 온거 다 부수고 태우고, 지랄
다신 이런 짓 안하겠다며 도구까지 버리고, 씨발
당장 끼니 한끼 때우는 것도 어려운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이제 뭘로 돈버나 길에서 구걸하며 살아야겠네

그렇게 해놓고 와서는 우리 회사에 취직시켜 달라고?
니네들 내일 출국한다며? 비행기에서 하느님한테 열심히 기도나 해.
한 가정을 위기로 몰아놔서 죄송하다고


...... 사실 그 학생에게는
"저는 과장이 아니라 계장입니다. 저한테 그런 권한은 없습니다."
라고 까지만 말했었습니다. 

무언가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 막 뭐라고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는데
정리가 안되서 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인지 아시겠죠?
빡이 치는 것 같기도 한데, 
화낼 만한 일이 또 아닌것 같기도 하고,
내가 얼마나 박애주의자 처럼 그간 잘 살아왔다고 현지인 가족의 생계를 운운하며
선교하러 온 학생들에게 그라믄 안돼 라고 설교하기도 그렇고.

아무튼 저한테 그런 권한이 없다는 대답을 들은 그 학생은
씁쓸한 얼굴로 "아 그러세요?" 하고는 일행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회사 견학을 급 마무리하고 그 친구들을 떠나보냈습니다.

점심 시간이라 밥먹으러 가야해서..이만 쓸께요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동국대에 기독교 학과가 없는 이유" 라는 글을 보고
왜 이 일이 생각났는지는 모르지만 적게 되었습니다.
출처 내 기억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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