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넷플릭스를 끄고 토탈커맨더를 켰는데 옆에 계시던 아버지가 그거 아니라고 해서 껐어요.
우측 바(하단에서 우측으로 설정해둠)에 있는 프로그램을 가르키시며 "아래, 아래, 아니 좀 더 위쪽" 이라며 지시하셨는데, 그게 좀 헷갈려서 영상 재생 프로그램 바로 밑에 있는 음악 재생 프로그램을 실수로 클릭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아니 좀 막 클릭하지 마!" 같은 어투로 짜증내며 큰소리 치시길래 당황했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그냥 잠깐 아버지를 쳐다보다가 말았어요.
그랬더니만 갑자기
"야 이 새끼야 그따구로 째려보냐!" 같은 어투로 혼내듯이 소리치셨어요.
1분 전만해도 마늘을 안 사와서 다른걸로 마늘 파스타 요리해왔다고 하셨었는데...
하여튼 믿을 수가 없어서 몇초동안은 몸이 멈췄어요.
그러다가 점점 어이없어지고, 화나고, 슬프고, 부정적인 기분들이 들면서 그 자리에서 나가고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좀 있다가 나갔어요.
그러자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이
"쳐먹었으면 치워!"
라면서 큰 잘못을 했을때 절 대하는 태도로 말하시더군요.
하도 어이없었지만 그냥 파스타 그릇을 잡으려는데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이
"아무리 니가 그런 뜻으로 한 게 아니어도 남이 다르게 받아들이니 니가 고쳐야 한다."
소파에 앉아있던 형은
"아 씨 니가 기분나쁘게 째려본 거 맞잖아"
라며 다들 저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원래 형은 요즘 들어서 제가 뭔 말을 하기만 해도 짜증내고 기분나쁘게 노려보고 남이 하면 웃던 농담을 제가 하면 인상 구겨지고 트집만 잡으면 과대반응하며 욕을 섞으며 뭐라뭐라 소리지르고 밥먹게 상 좀 닦아달라, 형이 이거 먹은거니 치워달라, 형이 먹고 흘렸으니 형이 치워라 같은 소리만 하면 윗사람한테 개기는 하인을 보듯이 무시하는 태도가 깔린 말로 치운 반찬의 갯수를 따지거나(그렇게 따져도 자기가 덜 치웠으면서) 무시하거나 했다지만 어머니께서 그런 말을 한 건 좀 상처가 되었어요.
하여튼간에, 그래서 그냥 다시 방에 틀어박혔습니다. 같이 있어봤자 해결되는 건 없으니까요. 기분을 풀려고 뭐도 좀 보고, 하소연도 하고, 고양이를 안고 오랫동안 있기도 했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어요.
나중에 어머니께서 제 방에 들어오셔서 저를 안고 위로해 주셨어요.
그때 좀 많이 울었어요. 소리는 내지 않고.
그래도 밥은 먹으라며 나가자고 하셨고 전 잠깐 혼자있고 싶다 하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아요. 차라리 아예 제가 큰 잘못을 했었으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