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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주의) 삼류 포르노 작가는 창조물을 죽인다.
게시물ID : panic_867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윈스턴
추천 : 24
조회수 : 10768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6/03/14 09: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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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본 작품은 성적인 묘사와 잔인한 묘사가 있습니다.


보기 싫으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이 땅바닥을 온통 달구는 터라, 슬리퍼를 신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발바닥이 뜨거워 의미 없는 제자리걸음을 하게 만든다.

바로 코앞에 소독약 냄새 물씬 나는 시원한 수영장이 찰랑대는 포말을 이루며 반짝이고 있었지만 에디는 뛰어들 자격이 없는 인간이었다.



“자, 좋아! 거기서 비키니를 벗고! 손바닥으로 가려!! 웃어웃어!!”



잔뜩 흥분한 빅터가 수영장에 홀로 들어가 있는 여배우를 향해 이것저것 지시한다. 그의 하체는 남사스럽게도 잔뜩 부풀어 오른 참이었고, 곧 저 매력적인 여배우와 몸을 섞을 것이다. 하지만 에드는 그 열띤 욕망의 순간에도 뛰어들 자격이 없는 인간이었다.




에드의 본래 이름은 에드거 위튼.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저 그런 대학을 나와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위대한 습작들만을 잔뜩 창조하고, 이제는 먹고 살기 위해 쓰레기 휴지조각을 만드는 포르노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다.

별로 만날 일 없는 에드의 이모 힐튼이 그의 옆집에 영화감독이 산다며 이야기를 꺼내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이모가 요전번에 레몬 파이를 구워다가 나누어 주었고, 그가 친절하게도 이모 본인 집의 청소를 도와주었다며 얼마나 신사적이냐고 난리였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오지랖 넓게도 에드라는 녀석이 글재주가 있다고 영화감독이라면 한 번 만나보라는 쓸데없는 다리까지 놓아 주었던 것이다.


사실 거기까지는 에드도 굉장히 흥분하며 좋아했었다.


그가 찍는 ‘영화’ 라는게, 매 달 두 편씩 대충 찍어내는 ‘포르노’ 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너 이런 거 좋아하지? 어? 그렇지 이 음탕한 년아!”


“네! 더 심하게 다뤄줘요! 좋아해요! 좋아해요!”



에드가 들고 있는 카메라 앞에서 샌디는 새된 목소리와 고조된 숨소리를 내며 빅터에게 머리카락을 내어주었다. 빅터의 손에서 샌디의 머리카락은 말을 거칠게 다루는 고삐가 된다.

프로듀서이자 감독이자 남자배우인 존경받는 아티스트 빅터가 데리고 있는 유일한 여배우인 샌디는 사실 동네 레스토랑 홀 직원이다.

한 달에 두 번 조금 넘게 만나 별 내용도 적혀있지 않은 각본을 한 번 훑어 본 뒤, 빅터와 예술적 행위를 하고 헤어지는 게 전부. 사실 샌디는 정조관념이 튼튼한 편은 아니다. 항상 여러 남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관계를 갖는 남자 또한 여럿이고 빅터도 그 영광스런 남자들 중 하나다. 무엇보다 남자다운 면모라고는 부끄럼증 때문에 찾아볼 수도 없는 에드조차 그녀와 관계를 맺고 데이트도 몇 차례씩 해 보았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샌디가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니 영화가 끝날 때가 다 되었나보다.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한 에드는 만족한 표정을 짓는 샌디의 몸 구석구석을 낱낱이 찍은 뒤 카메라를 정지시켰다.



“에드 자기, 보고만 있느라고 힘들었지? 이따가 나 찾아올래?”



가쁜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 말하는 샌디는 에드에게 있어 무척 매력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에드는 쉽게 표현해내지 못하고 이내 살짝 머쓱한 듯 웃음 짓고는 카메라를 빅터에게 가져갔다.




에드는 카메라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

온갖 동서고금을 막론하며 고고한 힘과 매력을 뽐내는 문학작품들은 더 이상 그의 책장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의 책장에는 점차 한 편씩 쌓여가는 그가 제작에 참여한 포르노 작품들만이 그 세를 넓혀가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돈을 벌 수 있으니 잠깐만 하자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벗어날 수가 없다.

그는 빅터의 명령에 따라 내일까지 영상을 편집해 제출해야만 한다.

이런 싸구려 포르노를 찍기에 샌디는 너무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그런 그녀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편집하던 에드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기위로에 빠진다.

이 또한 일상이었다.




에드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에드는 멋들어진 중절모를 쓰고 고상한 롱코트를 입은 신사중의 신사였다.

그리고 저 멀리서 하얀 마차가 다가와 그의 앞에서 멈춰섰고, 마차의 문이 열린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샌디가 우아하게 다가와 에드의 손에 입을 맞춘다.

마부인 빅터가 그 모습을 보며 웃고 있다.


에드는 분노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떨어댄다.






“이봐 동생아! 내가 몇 번을 말해야 형 말을 좀 듣겠냐. 네가 좀 더 예술적이고 고상한 작품을 찍고 싶은 건 알겠는데 말야. 이 세상 그 누구도 자위질 할 때 셰익스피어를 보는 사람은 없어. 알아듣겠냐?”


마치 친동생을 대하듯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빅터의 말은 에드의 가슴 속에서 여러 자루의 독 묻은 단검이 되곤 한다.


“오, 세상에. 평소 꽃집 처녀를 짝사랑만 해오던 남자가 강도의 총을 대신 맞고 처녀와 사랑에 빠져? 그리고 매일 밤, 처녀의 가게에 가서 다른 종류의 꽃을 찾고 백 번째 날 청혼? 이게 포르노 찍을 내용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아니 빅터. 그게 아니고, 지금까지 성인물 찍으면서 돈도 많이 모았고. 한 번 쯤은 내용이 있는 작품 찍어도 괜찮지 않나 해서….”


“분명 넌 나보다 똑똑해 동생. 그건 인정한다니까? 그런데 이런 작품은 촬영비도 많이 들어가는데다 포르노에 비해 쪽박 찰 확률이 굉장히 높은 거 너도 알거 아니냐. 그러니까 그냥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자. 너도 돈 열심히 모아서 결혼도 하고 제대로 된 집도 사야지. 안 그래? 그때까진 이 형님이 끝까지 널 놓지 않고 함께 해 줄 테니까 하던 거 열심히 하자. 알겠지?”






빅터는 분명 에드에게 친절한 사람이었다.

이런 내용도 없는 포르노 작품에 작가씩이나 되는 사람이 필요할 리가. 에드의 일은 상황을 설정해서 대사 몇 개 적어낸 뒤, 카메라를 들어 촬영하고 편집해서 가져다주는 일 뿐이었다.


빅터의 사무실에서 힘없이 걸어 나온 에드는 그가 편집된 영상과 함께 보여준 각본을 힘껏 찢어버리고는 그대로 움켜쥔 채 몸을 떨었다. 또 한 번 모두에게 거절당하는 위대한 습작이 창조된 것이다. 에드는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샌디는 말없이 에드를 감싸 안고는 등을 두들겨 주었다.

에드는 각본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지만 채 버리지는 못하고 한동안 계속 움켜쥐고 있었다.



그날 밤 에드는 샌디의 집에 가 있었다.

그가 움직임에 따라 탄력 있게 흔들리는 가슴을 애무했으며, 타액이 온통 범벅이 될 정도로 깊고 거친 키스를 나누었다. 쌓이고 쌓였던 모든 욕망들을 샌디의 안에 쏟아 넣었다.

셀 수 없이 이어지는 해소행위에도 불구하고 에드는 분노했다. 에드와 행위를 할 때 마다 피임을 거부하는 샌디의 행동이 에드의 마음 속 그녀를 정조 없고 가벼운 창녀로 만드는 것이다. 다른 남자들에게도 이러겠지. 이러다 아무 남자의 아이나 가지겠지.



얼마 지나지 않은, 한창 더워서 거리 한 블록마다 아이스크림 트럭이 꼬박꼬박 한 대씩 영업을 하는데도 그 장사가 지폐를 세기 힘들 정도로 잘 되었던 어느 더운 날이었다. 다음 촬영을 기획하기 위해 정해진 회의 시간에 샌디는 연락도 없이 늦었고, 어차피 제작에 관련된 회의는 빅터가 원하는 것을 들은 에드가 받아 적은 뒤 글로 적어오는 것 뿐인 터라 별로 그녀를 찾지도 않았다. 하지만 조금 늦은 오후, 해가 떨어지기 전. 샌디는 스스로 빅터의 사무실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녀는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와서는 그것을 흔들며 웃었다.



“나 임신했다는데 어쩌지?”



에드는 순간 샌디가 그렇게 아무남자 하고나 놀아나더니 결국은 사고를 치고 말았다 생각해 눈을 질끈 감았다.





어느 날, 에드는 꿈을 꾸었다.

정확히 서른 번째 작품을 찍고 편집에 들어간 날의 밤이었다.

슬슬 임신으로 몸이 무거워지고 배가 나올 시기가 다가와 작품을 촬영할 수 없게 된 샌디 탓으로, 찍을 수 있을 때 좀 바짝 돈을 벌어보고자 빅터가 비싼 돈을 투자해서 만든, 꽤나 이것저것 갖추어진 큰 규모의 포르노였었다.

그 정신이 뚜렷해 사실 같았던 꿈에서는 샌디가 그날 촬영할 때 입었던 중세시대 귀족 의상을 입고 있었다. 샌디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에드는 육중하고 단단한 기사의 갑옷을 입은 채 샌디를 보호하고 있었다. 긴 혓바닥이 활활 타오르는 마녀. 복부에 거대한 뱀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거인. 떠다니는 수많은 눈알들과 아가리들.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가오리와 땅 위에 새까맣게 기어오는 지네들과 바퀴벌레들.

에드는 그것들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

온갖 혐오스러운 흉물들이 그의 몸을 뒤덮고 불타는 혓바닥과 거대한 뱀이 에드를 휘감아 조른다. 그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샌디를 바라보았다.

샌디는 수많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난교를 벌이고 있었다.




에드는 날이 밝아 잠에서 깨자마자 자명종을 집어던졌다.

이런 유치하고 개 같은 꿈을 꾸다니.

꿈은 현실을 반영한다던데 참담하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샌디의 난잡한 남자관계와 빅터 아래에서의 거부하고 싶은 일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의 평가. 항상 선택받지 못하고 비판만 받는 에드의 작품들. 그런 현실이 에드 자신에게 이런 창피한 악몽을 꾸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미치자 견딜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자신은 샌디를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사실 이렇게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고 싫은 기색 없이 친절하게 대해주는 여자는 그녀 뿐 이었으니까. 심지어 그녀는 어마어마하게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이용해 여기저기서 돈벌이를 한다는 단점이 항상 에드를 심각하게 만들고는 했지만 에드의 인생에 있어 둘도 없는 애정을 갖게 하는 여성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런 샌디가 아버지조차 모르는 임신을 한 탓일까. 에드는 끝내 그 현실부터 자신이 꾼 구색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어설픈 악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빅터는 유일한 소속 여배우가 임신으로 인한 휴가를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어떤 식으로 돈을 벌지를 궁리하는 모양이었다. 배우를 새로 뽑기 위한 오디션을 준비한다며 에드에게 이것저것 시켜서 준비해 정시출근을 하라고 한 것을 보면 말이다.

새로운 콘셉트를 가지고 쓴 간략한 각본과 전날 의상대여점에서 빌려둔 옷을 챙기고 에드는 집을 나섰다.




에드가 그의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때, 그는 오른손에 쥐어진 각본을 뒷주머니에 구겨 넣고는 자유로워진 손으로 코를 막아야 했다. 역겨운 냄새가 그의 코를 바늘로 찌르듯이 비집고 들어왔다. 대체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무언가 심하게 썩어가는 냄새가 온 아파트 복도를 메우고 있던 탓이다. 하수구가 역류하면 이런 냄새가 날까.

속히 이 역겨운 구간을 피하기 위해 에드는 급히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의 층간 창살을 잠그고, 엘리베이터 자체 창살을 잠근 뒤 버튼을 누른다.

낡은 엘리베이터는 에드 하나만을 태운 채 서서히 그 몸체를 하강시켰다.



우욱



층수가 떨어질 때 마다 그 냄새가 역해지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고, 에드는 점차 구역질을 하고 싶어지는 충동이 심해짐을 확연히 느꼈다. 에드는 창살 밖을 바라보았다.

엘리베이터의 창살 너머는 어둠 뿐 이었다.

층수의 표기 또한 정지된 지 오래였고, 드문드문 보이는 층 사이의 벽돌들만이 하강을 지속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에드는 급히 긴급정지 버튼을 눌러봤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벌써 1층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이건만 그 몸체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하강을 계속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그때 깨달았다.

에드는 긴급호출버튼을 연달아 누르며 외쳤다.



“도와주세요!!! 사람 있어요!!! 도와주세요!!!”


쿠웅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거칠게 정지했다.

에드는 천천히 창살 밖을 바라보았다.

사방이 어둠뿐인 알 수 없는 장소.

빛이라고는 에드가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의 등 하나 뿐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새어나가는 불빛을 통해 바라본 그 층의 바닥은 검은 벽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고약한 냄새는 여전했으며, 이제는 폐건물에서나 맡아볼 법한 퀴퀴하고 텁텁한 먼지 냄새까지 맡을 수 있었다. 굉장히 습하고 덥기까지 한 그 장소는 에드를 불안하게 만들기에는 차고도 남았다.




끄르르르르르릉




엘리베이터의 문이 스스로 열렸다.

어느새 알 수 없는 붉은 녹이 창살 문을 잔뜩 뒤덮고 있었으며, 소름끼치는 쇳소리를 내고 있었다.

에드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의 무의식 저 아래에서부터 너무나도 명확하게 솟아오르는 공포감이 그 자신을 지배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너무나도 달라져버린 주변 환경이 소름끼치도록 을씨년스럽고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어둠이 내려앉아 있는 것이다. 에드는 바들바들 떨며 자신이 살고 있는 8층의 버튼만을 정신없이 눌러댔다. 다른 한 손으로는 거칠고 붉은 녹이 온통 뒤덮여, 만지기만 해도 바스러지는 창살을 붙들고 그것을 닫기 위해 연신 어깨까지도 흔들어대며 잡아 당겼다. 하지만 에드 그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없었다. 단 하나 있다면 그 자신이 걸어 나가는 것뿐이다.

에드는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 밖으로 발을 디뎠다. 그의 발소리가 마치 동굴 안에라도 들어온 듯 사방에 울려 퍼졌다. 에드는 그 소리를 듣고 알 수 없는 위협적인 것이라도 달려올까 싶어 겁을 먹었다. 자신의 발소리에 겁을 먹다니, 그가 숱하게 써 온 수많은 글들 중에서조차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아이러니다.

그가 발소리가 또 다시 울릴까 싶어 더 이상 내딛지 못하고 있을 때, 그의 앞에서 다른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검은 벽돌 바닥을 딛어 대며 울리게 하는 발자국 소리는 에드가 처음 낸 발자국 소리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눈치 채지도 못한 어느 순간 에드의 앞에는 그 누군가가 서있었다.


검은 정장에 길고 반듯한 신사용 모자를 쓴 뚱뚱한 남자.

그의 얼굴은 그 미약한 엘리베이터의 등불이 반사될 정도로 하얀색이었고 눈꺼풀과 코는 도려내어져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아가리.

온통 검은 이빨과 혓바닥 그리고 입안 전부.

피에로가 연상될 정도로 하얀 피부가 인상적인 매우 뚱뚱한 남자.

그가 베시시 웃자 검은색의 끈적한 점액질이 입안 가득 흘러내렸다. 구멍 뿐인 코에서도 역시 검은 점액질이 흘러내렸고 도려내어진 눈꺼풀 탓에 눈알 전체가 드러난 그 눈은 전혀 표정과 감정을 비추어주지 않았다.

그가 입을 쩌억 벌리며 천천히 말을 걸어왔다.



“에드. 에드.”



에드는 기겁해서 발을 다시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어당겼다. 도망칠 곳을 궁리하는데 사방이 닫힌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갈 구멍은 전혀 없는 것이었고, 만약 있다 하더라도 온 몸이 공포감에 얼어붙은 에드는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을 것이었다.



“에드거. 에드거. 에드거.”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에드를 계속해서 불러왔다.

에드의 눈은 물이 새는 파이프처럼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검은 정장의 괴물이 썩은내를 풍기며 다가왔다.



“배가 고파 에드거. 배가 고파 에드거.”



그 무언가의 희번덕이는 눈이 에드거의 눈물이 가득 흐르는 눈 앞까지 다가왔다. 그것의 숨소리는 거대한 사자나 황소 따위의 숨소리처럼 거칠고 큰 울림을 내었다. 온통 검어서 몰랐던 그의 옷에는 곰팡이와 알 수 없는 얼룩들이 가득했고, 그의 검은 혓바닥과 검은 이빨을 감싸고 있는 잇몸은 크고 작은 물집들로 가득 뒤덮여 있었다.

그 혐오스럽고 토악질 나오는 모습이 가지고 오는 것은 무엇이 되었든 최악이었다.



“살… 살려… 살려주세… 요… 살려….”



온 몸을 바들바들 떨어대며 애원하는 에드는 행동으로는 쓰러지는 것조차도 하지 못하고 그저 서있기만 했다. 머릿속은 새하얗고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만이 있었다.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먹을 거.”



마치 고장 난 음향기기가 같은 구간을 반복하듯이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그 무언가 에게는 아무런 생명의 모습이 느껴지지 않았다. 에드는 더 이상 그것을 견디지 못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에드는 발작하듯이 뒤로 나자빠지며 그것에게서 멀어지려했다.

그리고 이윽고 무언가에 걸려 떨어져 내렸다.

후방은 엘리베이터의 벽면 뿐이었을텐데 어디로 떨어지는 것일까.

에드가 떨어져 내리며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것의 한층 더 커진 눈이었다.

검은 핏줄이 얼키고 설켜 촘촘하고 마구 뒤엉킨 그물이 뒤덮은 듯한 눈이 에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쿠우웅


“으아아아아아악!!!!!”



에드는 무언가에 떨어졌고 사방을 경계하며 비명지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미 패닉에 빠져있는 에드는 어떻게 해서든 공포감을 해소하려는 신체와 심리의 기제로 인해 몸부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는데, 그의 옆에는 샌디가 누워서 놀란 듯이 에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샌디와 함께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에드는 숨을 진정시키려고 애썼고, 샌디도 걱정된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이야 에드! 왜 그래! 어!?”



히익 히익 하는 소리를 내며 천식환자가 발작을 일으키듯 비정상적인 흐름의 호흡을 하는 에드는 이미 공포감에 젖어 정상이 아니었다. 자신은 그 곳에서 벗어난 것인가. 그 토악질 나오는 검은 점액질을 토해내던 마귀는 없는 걸까. 에드는 사방을 둘러 살폈다.

그리고 무언가 창문을 거세게 두들겼다.




“에드거 위튼!! 에드거 위튼!! 에드거 위튼!! 에드거 위튼!! 에드거 위튼!! 에드거 위튼!! 에드거 위튼!! 에드거 위튼!!”




검은색 점액질을 튀기며 그 하얗고 커다란 살투성이의 얼굴이 창문을 거세게 두들기고 있었다. 에드는 기겁하며 침대에서 뛰어내려 벽 쪽으로 몸을 붙였다. 아직도 그것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시 한번 그 커다랗고 역겨운 아가리가 자신을 향해 벌어지며 먹을 것을 찾는 것이다. 그것의 목소리는 날 선 칼날 같은 비명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창문이 거칠게 열리며 그 피를 토하는 듯 소리를 내지르는 얼굴이 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에드는 사방을 둘러봐 무언가 던져줄 것을 찾았다.


그러다 샌디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저 끔찍한 아가리에게서 위협받는 동안에도 샌디는 몸을 움츠린 채 자신의 배 만을 감싸고 있었다. 에드는 순간 눈이 돌아갔다. 그는 분노에 차올랐고, 알 수 없는 기괴한 생존본능이 눈을 뜨고 있었다. 너무나도 잔혹하고 비윤리적이며 이치에 맞지 않는 계산이 머리속에 자리잡았다. 어차피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 누군가 희생되어야 한다면.

생각에 이은 행동은 터무니없이 빨랐다.



침대 옆에 오렌지와 함께 놓여진 과도를 집어든 에드는 그대로 샌디의 배를 찔렀다.

검붉은 피가 사방에 솟구쳤고 샌디는 찢어지는 듯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에드를 막기 위해 손을 허우적거렸지만 그 애절한 손은 닿지도 못했고, 에드는 머지않아 그녀의 자궁을 갈라 아기를 꺼냈다. 채 완벽히 성숙되지 못하고 채비가 덜 된 생명이 에드의 손아귀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에드는 미련없이 그 생명을 창문을 향해 집어 던졌다.





조용하다.





에드는 질끈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맑고 환한 하늘은 조용히 구름만을 흘려보내고, 창 밖에서는 자동차 소리와 사람들의 말 소리로 어수선했다. 에드는 그제서야 샌디를 내려다 보았다.

샌디는 눈이 풀린 채, 복부에서 피를 흘리며 가늘게 떨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에드는 이불을 찢어 어떻게든 그녀의 복부를 지혈할 생각으로 감싸며 말했다.




“걱정하지마!! 금방 구급차 부를게!! 우리 다 살았어!!”



샌디는 여전히 가늘게 떨며 눈물을 흘리고 말했다.



“왜… 그랬어……?”



에드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샌디를 바라만 보았다. 단지 말을 하지 않더라도 부들부들 떨려오는 피투성이 손이 대신 대답을 할 뿐이다.



“… 우리… 아기였… 는데…….”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에드의 습작들 중 한 이야기가 있었다.

백 번째 방문 끝에 창녀에게 청혼한 남자는 창녀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녀 곁을 떠났다.

하지만 창녀는 남자가 돈과 재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 남자의 아이를 가졌음에도 비밀로 한 것이다.

어디선가 그 남자가 무엇에든지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길 바라며.



에드의 눈은 자신이 보았던 괴물처럼 커다랗게 변했다.

자신이 보았던 모든 것들이 실제인지 허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창조물을 단 하나도 세상에 내어 놓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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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올리기 조심스러워지는 글이기도 합니다만 글쎄요.

공포로서 좀 자유로운 글이 아닌가 싶네요.

그냥 무겁지 않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날마다 환하게 빛나는 하루 되시길 바래요!





출처 윈스턴, 나, 작성자,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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