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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정치경제학
게시물ID : phil_135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율리시즈
추천 : 0
조회수 : 8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3/16 08: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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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세돌과 알파고

“인공지능이 오래된 전통의 게임인 바둑 분야에서 인간계 최고수와 경쟁하는 것은 오랜 염원이었다.” - 티안(Yuandong Tian)과 추(Yan Zhu), 페이스북 인공지능 연구원, ICLR 2016 발표논문 중

인공지능계의 염원은 현실이 되었다. 1956년 다트머스 대학의 존 매커시 교수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단어를 사용한 이래로 컴퓨터 공학의 분야는 컴퓨터 개발 초기 단순한 사칙연산에서 복잡한 산술능력으로, 기억용량의 증대로 발전해 오면서 인간의 판단능력에 가까운 시스템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1997년 열렸던 인간챔피언 대 딥 블루 컴퓨터의 체스게임은 인공지능의 시작을 알리는 이벤트였다. 그리고 지금의 이세돌 대 알파고의 바둑 게임은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전개를 알리는 전환점이다.

체스 게임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때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충격은 있었지만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지적인 두뇌게임인 바둑에서조차 이 정도의 우위를 보여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설령 그 우위가 언젠가는 오더라도 바로 지금 이 시기에 오리라고는.

그러나 그 시기의 길고 짧음은 있더라도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것은 적지 않은 이들이 예상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예로 체스게임은 가로 8칸, 세로 8칸으로 모두 64곳의 위치에서 이동을 하면서 자신의 말로 상대방의 말을 잡으면서 우위를 이루어가는 게임이다. 바둑은 가로 19칸, 세로 19칸으로 모두 361곳의 위치에서 돌을 하나씩 두어가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며 우위를 이루어가는 게임이다. 경우의 수가 체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바둑의 경우가 인공지능의 입장에선 인간과 상대하기 힘든 게임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역사는 기억 소자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950년대 초기의 컴퓨터는 수많은 진공관들의 모임으로 이루어진 엄청나게 열이 많이 나고 고장이 잦은 거대한 기계덩어리였지만 그 성능은 지금의 조그마한 노트북에도 성능이 못 미친다. 이는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트랜지스터에서 집적회로로 집적회로에서 고밀도집적회로로 발전해 가면서 크기는 작아지고 저장할 용량은 커지는 발전으로 인해 산술능력을 비롯한 연산처리능력의 발달을 이루어 왔다. 그리고 현재는 이제까지의 고전적 방식이 아닌 양자컴퓨터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펼쳐지고 있다.

바둑이 361곳의 위치를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두는 게임인 것에 기존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우위를 확보하지 못했었다면 지금은 그 시기가 눈앞에 온 것에 불과하다. 만약 바둑의 가로 세로칸이 각각 15칸 정도였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에 비해 우위를 보이는 시기가 더 빨리 왔을 것이다. 만약 바둑의 가로 세로칸이 각각 30칸 정도였다면 인공지능이 우위를 보이는 시기가 지금보다 훨씬 더디게 왔을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공지능 시스템의 발달 속도가 지속되는 한 언젠가는 왔을 것이다. 결국 그 시기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컴퓨터의 저장 용량과 산술능력 만으로 직관력과 판단력이 요구되기도 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두뇌게임인 바둑을 따라 잡을 수 있느냐는 것은 우문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바둑이 복잡하고 인류의 두뇌게임의 정수라고 하더라도 승패의 규칙이 있는 게임일 뿐이다. 핵심은 바둑을 위한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불리우는 알파고가 상당한 규모의 저장능력과 산술능력에다 바둑의 알고리즘을 구현화하여 돌아가게끔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바둑의 알고리즘이 100% 구현된다면 그것이 지금의 용량보다 크던 작던 상관없이 어느 인간과 두어도 승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는 것이고, 그 알고리즘이 80% 구현되었다면 알파고는 20%의 실패율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알파고가 1200개가 넘는 CPU로 이루어진 병렬시스템이라거나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점 등은 핵심적인 본질과는 상관이 없는 부분일 수 있다. CPU와 반도체로 대표되는 기억소자의 발달은 결국 시간과 속도의 문제이므로 미래에 구현될 단 하나의 CPU를 지닌 양자컴퓨터가 지금의 알파고보다 훨씬 높은 성능을 발휘할 때가 멀지 않은 미래에 올 것이다. 지금의 노트북과 1940년대의 에니악 컴퓨터를 비교할 수 없듯이.

더 본질적인 부분은 아주 단순한 휴대용 계산기 혹은 그 이전의 주판으로 대표되는 계산도구의 진화가 인간의 영역을 이미 오래전부터 대체해 왔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인간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단순한 산술능력 혹은 고도의 대량의 계산능력을 지닌 컴퓨터가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으로 판단력과 예지력을 지닌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것에 대한 어떤 우려일 것이다. 인공지능은 과연 어느 영역까지 발달하고 진화할 수 있을까? 과연 그 인공지능 발전의 후반부에서 인간의 영역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과연 그런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부분은 문명을 지닌 인류가 화두로 두면서 분명히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 부분이지만 간략하게나마 개괄해 보도록 하자.

2. 논리와 감성 - 로저 스페리의 좌뇌, 우뇌론

1960년대에 로저 스페리 박사에 의해 진행되었던 좌뇌, 우뇌의 실증적 연구에 의해 흔히 오늘날 많이 얘기하는 논리와 감성의 이론적 토대가 이루어졌다. 우리의 뇌를 들여다보면 크게 좌뇌와 우뇌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구성이 되어 있는데 주로 좌뇌는 산술, 논리, 과학, 언어능력, 이성적 계산 등을 하고 우뇌는 직관, 상상, 창의성, 예술적 감각, 공간감각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뇌로부터 시작된 신경망은 목에서 교차가 되어 왼손이 우뇌의 역할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오른손이 좌뇌의 역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흔히 왼손잡이가 창의적이라고 하는 것에는 이런 신경생물학적 바탕이 있다.

3. 뇌의 역할로 본 알파고의 영역

인간을 닮고자 하는 인공지능의 입장에서 볼 때 알파고의 영역은 인간의 뇌영역에서 좌뇌의 영역에 치중되어 있으며 이 부분중에서도 산술능력과 기억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바둑의 승률을 높이기 위한 프로세스 알고리즘의 판단력이 주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알파고의 현재 알고리즘도 대단한 성과이지만 지금의 속도로 볼 때 100% 승률의 알고리즘과 시스템을 이루는 것도 그야말로 시간문제가 된 듯 하다. 그러나 알파고는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바둑을 잘 두는 인공지능 컴퓨터 시스템일 뿐이다. 말하자면 인간의 좌뇌에서 바둑과 관련된 논리와 영역을 최대한 차용했을 뿐이다. 하지만 구글이 언급했듯이 컴퓨터 전략게임인 스타 크래프트용 인공지능이 구현된다면, 그 이름을 알파 크래프트라고 한다면 그 알파 크래프트는 판단력과 산술능력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알파고에서 일부 영역을 이식한 후 스타 크래프트 게임에 걸맞는 신속성의 기준에서 새로운 알고리즘을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구성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 좌뇌 영역 기능의 확장 도입을 통해 진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것을 좀 더 미래로 확장시켜 예상해 보자. 알파고가 지금보다 발전한다면 양자컴퓨터 등의 도입과 진화로 인해 지금처럼 대규모의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구글의 데이터센터에 두지 않고 차량에 싣고 다닐 정도의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더 발전한다면 인간의 크기에 비슷한 용량으로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알파고를 사각의 컴퓨터 모양으로 두지 않고 인간형태에 가깝게 만든 후 외피를 살색과 닮은 것으로 만든 후 바둑판을 볼 수 있는 눈의 역할을 하는 안구 스캐너를 달고 바둑을 잡고 놓을 수 있는 손가락을 연결한다면 대신 바둑두는 이도 필요없이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해 혼자 직접 바둑두는 알파고 내지는 바둑두는 로봇이라고 불리울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여기에서 더 발달한다면 이 인공지능 로봇은 바둑 뿐만 아니라 스타 크래프트도 할 수 있고 스키도 탈 수 있는 다기능을 장착한 인공지능 게임 로봇이 될 것이다. 이미 이런 언급들에서 상당부분은 바로 구현이 가능한 것들이고 기억용량의 확장과 기억소자의 미니멀화로 인해 이는 결국 시간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로봇들을 비롯한 인공지능은 게임뿐만 아니라 이미 의료, 법률, 금융, 교통 등에서 우선적으로,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거의 완전히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현재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부분은 주로 논리와 산술을 담당하는 좌뇌의 영역인 셈인데 지금의 인공지능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약한 인공지능이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감정과 자의식이 없는 반쪽 능력이기 때문이다. 즉 우뇌의 역할에 있어서 아직 인공지능은 약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슈퍼컴퓨터의 빠른 진화속도로 볼 때 인간과 같지는 않으나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시간은 좀 더 걸릴지라도 종합판단력이 점차 강화되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직관력, 낮은 차원에서 종합판단력으로 부를 수 있는, 주로 우뇌에서 담당한다고 알려진 영역의 기능이 추가되어 가고 있고 감정에 관련된 미세한 것들의 빅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단순한 감정의 표현도 할 수 있게 되어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우리가 영화에서 종종 보는 유사감정(pseudo mental)을 지닌 안드로이드의 존재를 현재의 세대들은 목도하게 될 것이다.

4.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는가

만약 이렇게 인공지능이 구현된다면 이전에 누리지 못한 기능적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우려에서 더 나아가 불안과 공포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인공지능은 산술과 논리에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구성한 컴퓨터 시스템이기에 집단지성이라 불리우기도 하고 인간이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도구로 구현화되어 일상생활로 나타났을 때의 그 파급력의 장단점은 그 누구도 쉽게 예단하기 힘들 것이다. 그 불안과 공포감의 현실과 근원을 따라가 보자.

5. 공장 자동화에서 컴퓨터 자동화로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인간노동력의 수급문제라는 차원에서 봤을 때 한국의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6,70년대라면 공장 등에서 많은 인력이 요구되었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공장 자동화(FA)로 인해 점차적으로 인간의 노동력이 기계분야로 적지 않은 부분에서 대체되었다. 그리고 공장 뿐만 아니라 기타 산업 분야에서도 컴퓨터의 발달로 자동화가 진행됨에 따라 인력 시스템이 컴퓨터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지금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처럼 그나마 현존하는 노동과 인력에 의한 일들조차 약한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해 대체되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인공지능의 발달은 가속화될 것이고 인간의 일자리는 줄어듦을 막을 수 없다. 이것은 단기적으로는 사람들에게 생존권을 위협받을 정도로 큰 위기이지만 노동과 일자리, 수입과 삶의 영위라는 면에서 근본적으로 가치의 재정립을 요구한다.

국가의 산업화 과정과 발전이 역할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된 것이 아니듯이 인공지능의 발달이 모든 하드웨어적 자원의 토대와 소프트웨어적 기반이 인류문명의 자산에 의해 이루어져 온 것이므로 근본적으로 소수에게 그 모든 과실이 집중되도록 놔둔다면 무언가 한참 잘못된 것이다. 포드 컨베이어 벨트로부터 시작된 초기의 단순한 자동화로부터 현재의 인공지능으로 발전하는 사이에 이의 수익과 패권이 지나치게 소수에 집중되는 것에 여전히 그 하나의 원인이 있는 것이다.

6. 정치적 문제

정보기술사회에서 기술패권을 지닌 존재는 경제패권을 지닐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제패권을 지닌 존재는 권력패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의 패권을 지닌 존재는 절대반지 하나를 손에 끼움으로써 절대권력을 차지하는 신화의 이야기처럼 현대사회의 패권을 쥐거나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부분이 과장으로 보일 순 있어도 그 영향력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이 인공지능의 제어권을 기존 기업권에 두느냐 국가적인 혹은 국제적인 컨소시엄으로 두면서 가치의 중립성과 공공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어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당장 대두되고 있는 사안이 되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컴퓨터 시스템은 구축이 되면 복제가 쉬워진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대주주 혹은 경영진의 의사에 따라 그 제어권이 행사될 것이다. 바로 이점이 공공선과 가치에 부합하느냐는 문제가 대두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이 사회적으로 구체화되거나 상품화되는 과정은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합의의 절차나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시민단체나 여론 등이 잘 반영되는 언론이나 미디어의 깨어있음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국가별로 이로 인한 차별과 소외의 현상의 심각해 질수 있으므로 이의 개선을 위해 공공선과 가치를 담보한 국제적 합의의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인공지능 시대 이전이라도 인류는 많은 자동화 혹은 조직의 이름으로 자신의 의견이나 가치를 묻은 채 살아왔다. 이는 일찍이 에리히 프롬이 언급했던 자유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Freedom)라고 볼 수도 있고 현대사회의 상황으로 보자면 기능주의에로의 함몰(Falling in Functionalism)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개인이 모든 온전한 상황을 보며 검토, 판단하지 않은 채 전체의 한 지극한 일부의 기능적 역할로 사는 것에 만족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문명이 흘러가고 있는지 종합적 판단을 유예하거나 무시하거나 무지한 채로 살아감으로써 전체주의(fascism)가 대두되더라도 무감각한 시대가 되지 않았는지 진지한 성찰을 할 시기인 것이다. 인공지능의 대두는 이런 묻힌 감각을 자극시키는 효과가 있다. 기존에 존재했던 문제들이 이로 인해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자극에도 반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진정 전체주의로 넘어갈 것이고 이 자극에 성찰의 감각을 일깨울 수 있다면 다시 한번 문명을 진화시킬 계기가 될 것이다.

7. 경제적 문제

수익의 창출이라는 면에서 볼 때 인공지능은 부가가치의 면에서 고소득의 정점으로 향해 가고 있고 수익의 배분이라는 면에서 볼 때 소수에게 집중되는 편중화도 정점으로 갈지 모른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부대산업이 활성화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인공지능의 키를 쥔 이들의 집중화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 산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들과 관련되지 않은 이들의 간극이 벌어질 가능성도 클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류의 간단한 도구가 만들어진 후 인공지능이 구현되면서 이 자산을 인류의 자산으로 보고 그 수혜를 온 인류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수익의 가치와 제도를 재정립하는 일이다.

공장 자동화와 컴퓨터 자동화 때부터 이미 수익에 대한 소수의 집중현상과 불균형 문제는 당면한 문제였으나 인공지능의 대두는 그 문제를 확실히 표면화시킨 역할이 크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화두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상당수의 능력있는 젊은이들이나 노동가능인력들이 일자리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혹은 기본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최근에 대두된 기본소득제 등을 통해 삶을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는 넓게 보면 복지화의 과정일 수 있지만 지금의 체제가 혁명적으로 뒤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완만하고 점진적으로 개선되어가는 사회제도의 진화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대두되기 전부터 이런 제도는 이미 시기적으로 사회적으로 요청되는 부분이었으나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대두로 인해 이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시작되었을 자동화가 경제적 불균형을 낳았고 그 축적된 불균형은 인류자산의 수혜와 분배라는 점에서 볼 때 지금부터라도 재정립되는 것이 온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모든 인류가 노동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혹은 하루종일 노동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삶을 영위하기 위한 자산이 생성되고 있다면 억지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부에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인간을 잉여라고 자칭타칭 불리우기도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부적절한 용어이다. 자동화와 노동시장의 협소함같은 시대적 상황이 많은 인간들을 동물이나 다른 존재들보다 못한 것으로 격하시킬 만큼 가치없는 영혼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먹고 살아야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왜 하루종일 일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오히려 인간이 진정으로 관심갖고 매진할 분야를 각자 즐겁게 찾을 시기가 왔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노동에 매진하는 것보다 자유와 창의성을 증대하기 위한, 인공지능이 아직 쉽게 따라하지 못하는 부분에 더욱 관심을 쏟고 진화하는 영역으로 본격적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이를 위한 경제적 토대로써 인류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크게 가진 자이든 적게 가진 자이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적어도 경제적으로 인간은 이상사회에 한발을 더 들여놓는다고 할 수 있으나, 이 부분에서 성공적인 제도개선의 정립을 이루지 못한다면 인류문명은 또 한번 큰 댓가를 치뤄야 할지도 모른다.

8. 인공지능의 지향점

인공지능의 개발과 발전은 당연히 인류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 존재해야만 한다. 모든 다양한 가치와 의견들이 다르게 표출된다고 하더라도 이것만큼은 양보하기 힘든 사실이다. 더군다나 인공지능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생각할 때 이 제어권을 민주제도의 정당한 근거없이 소수의 영향아래 둔다거나 권력중심에 둘 경우 생겨날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예전부터 이상적인 경우를 상정하여 제시되긴 했지만 컴퓨터를 비롯한 인간을 위한 도구가 개발되면 될수록 인간은 노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그로부터 점점 자유로워질 것이고 이에 따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수 있는 자유와 창의성의 증대로 인해 인류는 점점 행복해 질수 있는 조건이 되리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이는 소박한 이상주의로 볼 수 있고 실제로는 이렇게 되어 가고 있지도 않지만 이제야말로 잠들어 있는 소박한 이 이상주의를 꺼내어 가치를 재검토하여 뼈와 살을 붙이고 구체화할 때가 아닐까?

9. 한국의 상황

현재 인공지능에 있어서 가장 앞섰다고 할만한 알파고가 한국의 바둑 최고수인 이세돌이 광화문의 호텔에서 경합을 벌였다는 것은 역사적이고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전에도 누누이 여러 사람들에 의해 지적되어 온 것이지만 한국의 개인의 두뇌와 역량은 너무나 뛰어나다. 그러나 문명을 주도하는 합동과 조화적 측면의 시스템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약하다.
이 시스템을 구성하는 취약점을 파악하고 개선해 갈 역량을 이룰 수 있다면 한국은 GNP로 대표되는 외형적 총량의 기준을 넘어서 문명을 주도하고 인류에게 공헌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10. 미래의 인류

약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본격적인 대두는 감정과 자의식을 지닌 강한 인공지능의 구현이 멀지 않은 미래에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의 정보기술속도는 이전의 시간에 비례하지 않고 기하급수적인 속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를 계기로 이에 대해 깊이 자문해 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본격적인 장점을 활용할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인류가 기존 존재들의 능력을 넘어서지 못할 때에 우주의 섭리 혹은 자연의 내재된 기준에 의해 새로운 인류의 종이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고 소수의 인간들에게서든 다수의 인간들에게서든 제어권이 주어진다고 하여도 그 결과가 인간의 능력과 동격이 되거나 근접하게 되면 현재의 호모 사피엔스 종이 유지될 근거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역사에서 불현 듯 나타났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자연의 섭리이든 신의 지적설계이든 생명 종의 탄생 후 진화는 서서히 이루어지지만 새로운 DNA로 조직된 새로운 탄생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인류가 진정 걱정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에 지배당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혹은 호모 사피엔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 인간답게, 나답게 살지 못하는 노예상태에 가까운 마음의 상태를 걱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열려 있는 마음과 깨어 있는 영혼으로 자주적으로 살지 못한다면 애초에 우리들이 지닌 호모 사피엔스의 기본적인 기능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 안에서 시작되는 자유와 감성의 확대가 열려지고 진화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이 번창하더라도 적절한 제어권과 수혜 안에서 지구와 인류와 생명들과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인류는 확실한 전환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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