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대화가 난무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곤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공동체 생활의 한 일원이 밥을 먹고난 뒤 설겆이를 안한 상황. (밥은 당사자 혼자 먹었음)
A : "야 밥을 먹었으면 설겆이를 해야 할거 아냐! 곰팡이 피고 그러면 어쩔라고? 당장 냄새도 나잖아!
한두번이래야지. 저번에도 보다보다 내가 치운거 알아?"
B : "아 좀 있다가 하면 안돼? 지금은 배불러서 하기 싫다고! 넌 무슨 설겆이 성애자냐?!"
바로 이런 상황이다.
A와 B의 각각의 입장이 되어서 왜 어째서 저렇게 대화를 시작했는지 파헤쳐 보자.
A는 공동체 생활속에 '냄새'와 '청결' 때문에 설겆이를 바로바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B는 당장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언젠가는 치울 예정이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B의 입장에서는 A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A와 B의 대화처럼 시작되었다가는 서로에게 상처만 주기 십상이다.
(이 대화는 거의 대부분의 일상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연인관계, 부자관계, 직장관계 등)
자, 일단 고쳐진 답안부터 살펴보자.
요지는 '대화의 시작' 이다. 어떻게 하면 서로 상처받지 않고, 그리고 상처주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A : "아무래도 넌 나와 설겆이 하는 개념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자.
사실 저번에도 쭉 지켜봐 왔는데, 너무 오랫동안 방치되어와서 내가 보다못해 치웠어"
B : "이야기를 듣고보니 너는 나랑 확실히 개념이 차이가 나는 것 같네. 일단 오래 방치되었던 그 사실에 대해 내가 사과를 할께.
하지만 난 밥 먹고나면 가끔 설겆이는 잊고 잠시 포만감을 즐기고 싶을 뿐이야. 다음부터 조금 신경써서 설겆이를 하도록 하지"
A와 B의 대화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결국 말을 꺼낸 사람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대화의 시작이 달라지는 것이다.
A와 B의 대화의 비밀은 뭘까?
바로 자신의 입장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요즘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매우 민감하고 혼재된 정보속에 살아가고 있다.
자신만의 입장을 피력하는 글은 그 의도가 좋거나 나쁘거나 상대방의 입장과 차이가 나면 서로 상처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지어는 설겆이만 봐도)
나의 의견과 당신의 의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객관적으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아름다운 관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