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깊이있는 기사인데 많이 공유가 안 되서 소개해봅니다.
총선을 앞두고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지금 많이 배울점을 가르쳐주네요.
일본이... 5060 전공투 시대 이후로 이렇게 진보적 시민사회 운동이 부활할 줄이야...
일본 도쿄의 신오쿠보에서 벌이진 재특회의 혐한 시위에 맞선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카운터스의 활동이 일본 시민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1세기 북스 제공
#1 안진걸 총선시민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번 '총선연대'가 과거 낙천·낙선운동과 가장 구별되는 지점은 '3분 총선'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앱’의 이름은 즉석식품에서 따왔다. 언제든지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처럼, 앉은 자리에서 휴대폰을 통해 이번 총선에서 자기 지역에 출마한 사람들의 경력, 과거 활동이나 법 위반 내용 등을 바로 검색해 투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간경향> 1166호
2016년 총선 유권자운동 파괴력은 기사 참조) 이 '앱'이 공개될 시점과 관련해 안 위원장이 제시한 날짜는 3월 10일이었다. 하지만 3월 11일 현재, 아직 베타버전도 공개되지 않았다. 3분 총선 앱은 고사하고 포털 등 검색엔진에는 2016년 총선네트워크의 공식 홈페이지(
www.2016change.net)조차 등록되지 않았다. 총선시민네트워크 관계자는 "3분 총선의 내용은 아직 보완할 것이 많아 3월 15일 총선네트워크의 2차 낙선 대상자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시연하는 것으로 미뤄졌다"고 밝혔다.
#2 "야당 공동투쟁이 실현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차례입니다. 참의원 선거까지 앞으로 142일!!" 일본의 학생운동단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SEALDs·실즈)'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안내문이다. 안내문에는 이 단체의 활동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누리꾼의 '평가'가 인용되어 있다. "…무명의 학생운동단체가 아주 착실히 '데모에 오세요'라고 매주 호소함. 마침내 야5당이 데모에 참가. 처음에는 거절당했지만, 어느새 시위에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것은 보통일이 되어버렸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데모에 참여한 결과다. 그리고 어느새 선거 협력 일보 직전까지 오게 돼버렸다. 조금만 더(もう少し) 힘 써주길."
10여 년 전, 기자는 일본에서 열린 행사 취재를 다녀왔다. 한·일 시민사회포럼이라는 행사였다. 한·일 양측의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모여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일본 도쿄의 한국YMCA 강당에서 토론회는 진행되었는데, 그때 일본 사회에서 핫이슈가 된 '치마저고리 사건(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치마저고리를 입고 조선학교를 다니는 여학생들의 옷을 커터 칼 등으로 찢은 테러사건)'에 어떻게 맞설까를 두고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날 토론회에 참가한 일본 시민사회 관계자였다. 행사가 끝난 뒤,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참가자들이 십시일반으로 갹출해 내는 것이다.
일본 측 참가자들로부터 나오는 공통된 말은 "한국이 부럽다"였다. 구체적으로 한국 시민사회의 역동성, 흔히 주창(advocacy)형 운동이라고 설명되는 정당을 대신해 제도권 내에서 의제 설정을 해내는 기동력과 '힘'이 부럽다는 것이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 남긴 잔상이다.
그리고 10여 년 뒤, 2016년 총선시민네트워크 활동과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일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실즈'의 활동을 비교하면 이제는 뭔가 뒤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동성과 집행력, 추진력이 상징이었던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은 관성의 늪에 빠진 반면, 특히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일본 시민사회운동은 전에 없는 활력을 보이는 게 눈에 띈다.
이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 있다. 지난 2월 말 진행된 국회 앞 시민 필리버스터 사진이다.
사진을 촬영한 기자는 '캡션'에서 "한 시민이 국회 밖에서 시민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고 적고 있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이 사진 속에서 마이크를 쥐고 있는 사람은 일반 시민이 아니라 참여연대 박근용 협동사무처장이다. '자유와 진리를 위한 무명의 헌신'은 국정원의 원훈이지만 현재 한국 시민사회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총선 유권자운동이 기획하고 있는 시민감시 캠페인의 '시민감시'는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운동을 기획하는 실무자만 고생하는 방식의 기획이다. 의문이 떠오르는 것은 여러 가지다. 한 달에 한 번으로 정례화되고 있는 민중총궐기 행사에 가보면 행사 프로그램에 '청년'은 없다.(대표자 발언은 있다) 지난해 12월 '소요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민중총궐기 행사에서 불린 '백세인생'을 개사한 노래는 18살부터 80살까지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담은 트로트곡으로 타깃층은 중년 노동자에게 맞춰져 있다. 노래도 중년 노동자가 나와서 불렀다. 그런데 일본의 '실즈'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한국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아베 야메로!(아베 그만둬!)'와 같은 구호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힙합 리듬에 맞춰 선창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는 10대에서 노인층까지 다양하지만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음이 느껴진다. 실즈가 공개하는 시위 영상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영상들이다. 왜 한국은 이런 식으로 홍보하지 못하는 걸까.
"사실 지금의 한국 시민사회는 386과 그 위 민주화세대들이 원형(原型)을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냐. 그게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구축되어 왔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일종의 동맥경화 현상처럼 재생산이 안 되는 것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지적되어온 문제다." 문화단체인 유자살롱의 이충한 전 공동대표의 말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년간 '한·일 청년포럼'이라는 한·일 양국의 청년들이 교류하는 행사를 열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시민사회의 내면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고 덧붙인다. "일본에 가서 직접 참관한 느낌은 이렇다. 시민운동이라기보다 시민 자원봉사라고 할까. 한국에도 자원봉사 운동이 있는데 굉장히 느낌은 다르다. 일본 쪽 간사나 사무국장, 대표 등은 굉장한 운동성이 있는데도 우리에 비해서 뭔가 '여유'가 있다. 토대 또는 풀뿌리에 착실히 착근한 운동이라는 느낌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뭔가 각박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전 대표는 그 원인을 여전히 운동의 책임에서 손을 놓지 않고 있는 386세대 출신의 '지도부'에서 찾는다. "386세대는 어떻게 말하면 영생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영생'이란 뒷세대가 필요없는 것을 말한다. 물론 경험이나 실력에서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직접 만나보면 나쁜 사람도 아니고 다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종류의 불안감을 직시하지 않아 생기는 병리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10여년 지속되다 보니 지역단체에 가면 '10년, 20년째 50대 초반 사무국장'이 흔하다." 386세대 이후 운동을 담당할 허리세대의 ‘실종’에 대한 지적 역시 10여년 이상 지속되었는데, 이제 그 동맥경화 현상이 진짜로 병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민주주의는 멈추지 않는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 중인 '실즈' 회원들. 실즈의 '데모'에는 민주당, 공산당, 일본유신당, 사민당, 생활야당 등 야권 5개 정당이 함께했다. 일본 5개 야당과 시민단체는 올여름에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 퇴진, 집단자위권 철회 등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지난 2월 15일 합의했다.
- SEALDs 페이스북
일본의 시민사회가 잘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개념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고 확산시키는 능력이다. 지난 3월 1일, 공중파를 통해 방영된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행동대>를 봐도 그런 일본 사회 특유의 저력이 드러난다.
카운터스(counters)는 말 그대로 '맞서는 사람들'을 개념화한 것이다. 일본의 인종 혐오발언,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에 맞서는 시민들'이라는 개념이다. 이 운동이 일본에서 시작된 것은 2013년이었다. 일본 음악잡지 편집장인 노마 야스미치가 트위터를 통해 제안한 것을 그 시작으로 보고 있다. 방영된 다큐 <카운터스 행동대>는 동시에
<카운터스>라는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책에는 TV 방영 다큐멘타리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운동과 관련한 자세한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책에 따르면 노마 야스미치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이렇게 이름 짓는다. 오사카 사투리로 매를 때리다, 채찍질을 하다는 말이 시바쿠(しばく)인데, '지지 말고 강하게 항의하자'는 뜻으로 이 활동을 하는 사들을 '시바키부대(しばき隊·혼내는 부대)'라고 하자는 것이다. 노마는 반은 장난이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가 제안한 개념은 상대방에게도 수용된다.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의 전 회장인 사쿠라이 마코토는 자신의 트위터(@doronpa01)에서 카운터스 활동에 '극좌'라는 접두어를 붙여 '극좌 시바키부대'라며 비난한다.
시바키부대의 활동이 진화하면서 카운터스 활동이 되었다. 예를 들어 '조선인들은 일본의 바퀴벌레!'라는 구호를 재특회 측에서 제창하면 '너희가 바퀴벌레!'라고 맞받아치는 식이다. 간단히 말해 반사,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개념으로 하면 '미러링' 활동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이 '혼내는 부대'는 다양하게 진화한다. 쇼메이부대(署名隊)는 재특회 활동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는 부대다. 라쿠가키케시 부대(落書き消し隊)라는 것도 있다. 재특회가 혐한 낙서를 하면 청소도구를 들고 와 지우는 역할이다. "모두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식이다. 일본의 경우 편의점에서 복사물을 프린트하는 것이 가능한데, 주최 측이 트위터에 그날 카운터스 활동에 쓰일 피켓 도안을 올리면 그것을 각자 출력해 와서 활동에 참여하는 식으로 활동이 이뤄진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책의 저자인 이일하씨(40·인터뷰 참조)의 말이다.
이런 활동은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이씨의 책에 따르면 헤이트 스피치라는 말은 언론사와 광고사가 2013년 선정한 그해의 유행어로 뽑혔다. <카운터스 행동대> 영상을 보면 새로운 운동방식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일종의 직접 행동인 '시트-인'은 굳이 말하자면 연좌시위이지만 종전의 연좌시위와 개념이 살짝 다르다. 표현의 자유를 명목으로 집회허가를 받은 재특회의 시위 '경로'에 뛰어들어 가로앉아 저지하는 직접행동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사실 일본에서 만들어진 많은 개념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한국 사회에도 수입되었다.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NEET), 불안정 고용에 놓인 비정규직을 의미하는 '프레카리아트'(precarious와 proletariat의 합성어),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는 '히키코모리'와 같은 개념이 대표적이다. 반면 세대론의 양상은 조금 달랐다. 일본 도코하대학 외국어학부
후쿠시마 미노리 교수의 책 <조용한 전환>은 한·일 청년세대 담론의 비교연구를 담고 있다. 후쿠시마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오토나(大人·어른)'라는 말의 대립된 개념으로 와카모노(若者)라는 말이 사용되어 왔다. "한국에서는 88만원 세대와 같은 구체적인 연령대를 지칭하는 세대론을 나오는 데 비해 일본은 뭉뚱그려 지시 대상이 모호한 개념을 사용해 왔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런데 이런 양상도 금세 역전되었다. 이른바 '무연사회' 또는 '격차사회'와 같은 개념 역시 일본에서 나온 것인데, 지난해 <조선일보>가 적극적으로 들고 나온 달관세대라는 개념 역시 '사토리세대'라는 일본의 개념을 빌려온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달관세대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책 출간 당시 일본 대학원생이었던
후루이치 노시토리의 <절망한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2011)이라는 책을 근거로 사용한다. 책은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젊은이들 역시 일상의 행복을 자신의 '아지트'에서 찾는 행위로 묘사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 뭔가를 변화시키려는 청년들의 운동 역시 '자기만족적인 운동'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 등에서 떠돌던 농담, 이른바 사축(私蓄·기업에 들어가 가축처럼 길들여지는 젊은이들)의 개념을 사회 분석에 적극 끌어들인 것도 후루이치의 책이다.
이런 '개념화'는 원래부터 일본 사회가 잘 하는 것일까. 사실 따지고 보면 '시트-인'과 같은 활동이 한국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0년 총선연대 활동 당시 이사철 전 한나라당 의원의 낙선을 주장하며 부천시 거리에서 연좌농성하는 박원순 당시 총선시민연대 공동대표의 활동 역시 일종의 '시트-인'이었다. '낙서를 지우는 부대' 식으로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도 2008년 촛불시위 당시 경찰의 불법진압으로부터 촛불시위에 나선 '촛불청소년들'을 보호하는 목적의 촛불예비군이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었다. 결정적 차이는 연속성과 지속성이다. 이일하 감독은 이렇게 덧붙였다. "카운터스 활동의 오리지널은 일본이 아니다. 외국의 카운터스 활동은 훨씬 더 과격하다. 실제 유튜브 등에서 영상을 보면 미국의 인종차별단체 KKK에 맞서는 카운터스 활동을 보면 KKK 선전차량을 불태우기도 한다. 그것에 비하면 일본의 활동은 훨씬 온건한 활동이다."
일본 학생운동단체 '실즈'의 활동을 보면 단체활동의 홍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메라 프레임의 선택, 구호의 선정 등에서 일반시민들이나 학생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상을 제작하는 데도 BGM의 선택이나 편집, 카메라 앵글의 선택에도 그런 세심함이 보인다. 이일하 감독의 말이다. "'실즈'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데모하는 방식이 이전과 달랐고, 또 그런 방식으로 프레임을 짠 것이다. 직접 목격한 '실즈'의 경우, 피켓 하나 만들 때도 신경을 써 제작한다. 영상팀이 항상 붙어 있고, 시위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사람들에게 비칠 패션까지도 신경을 쓰는 것도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외모가 준수한 사람들을 최전선에 내세우는 것도 드러나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동의합니다. 정말 왜 그렇게 예전의 방식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두들 하나의 서비스이고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굳이 보고 읽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거든요. 특히 문화행동은 좀 더 세련되게 할 수 없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엄청 신기하고 튀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우리들이 향유하는 문화수준에 맞게 너무 분위기가 무겁지 않으면서도 즐길 수도 있는, 메시지나 구호를 외치는 방식은 왜 불가능할까요." '왜 한국의 운동은 일본의 실즈처럼 랩에 맞춰 구호를 하는 시도를 하지 않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청춘 씨:발아’(Project C8A) 박진영 활동가의 반문이다.
'청춘 씨:발아'는 청년의 눈에 맞춘 SNS 온라인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만든 '이런 후보는 뽑지 마라 진짜'라는 제목의 '총선 꿀팁' 영상은 9010회 공유, 87만회 재생이라는 기록을 갱신 중이다. 박씨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본다는 데서 착안해 일부러 세로 형식으로 영상을 한 번 만들어봤는데, 그 메시지를 줄줄 풀어쓰는 형식이었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20대들이 자신들이 겪은 문제를 당사자의 목소리로 담아낸다는 것에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분명 2000년 시민사회의 낙천·낙선운동은 획기적인 전술이었지만 지금은 일정 정도 진부하게 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여전히 일본보다는 한국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최근 일본 나고야의 대학들과 한국과 일본의 SNS 정치참여를 주제로 비교연구를 수행한 송 교수는 "선거일이 일요일이라든가 20대 투표율이 20%도 안 되는 반면, 50대에서 90대 고령층의 투표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일본과 한국 상황이나 조건을 놓고 비교 해보면 그나마 한국이 일본보다는 더 낫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미국에서 <한국의 민주화와 사회운동>이라는 영문저서를 낸 김선철 에모리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그동안 잘 나가던 한국 시민사회가 정체되고 일본에선 새로운 운동이 활발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일종의 '착시효과'에 가깝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실제 3·11 이후 일본과 세월호 사건 이후의 한국 사회를 절대비교를 해봐도 큰 차이는 없다"며 "한국 시민사회가 관성에 머무르는 이유는 운동의 제도화로 신선함이 떨어진 면도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는 정당정치가 양극화되면서 사회운동이 휩쓸려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주성수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소장은 "시민사회의 영향력 약화는 보수정권의 압박과 보수시민단체의 등장 등으로 한 쪽 정당과 관련되어 있는 파당으로 인식되는 문제도 있지만, 정치권으로 들어간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로부터 비롯되는 면도 있다"며 "정치권에서 친노 패권주의 논란을 보면 18대와 19대에 들어간 진보적 성향의 시민단체 대표들도 '운동권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혀 같이 과거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세력으로 인식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송경재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과거 1980~90년대의 시대정신이 민주화였다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시대정신은 보수와 진보로 볼 수 있다. 다시 2010년 이후의 시대정신은 그와 다른 무엇, 예컨대 주거나 실업 문제 같은 것이 될 수 있는데, 아직까지 그 시대정신을 시민사회가 찾지 못한 것 같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곱씹어 봐야 할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