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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먹는 남자2
게시물ID : panic_868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먀먀먀
추천 : 10
조회수 : 129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3/19 16: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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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 후로 당분간은...정말 괴로웠죠 하핫, 환상의 세계에서 점점 끌어져 내려오자 저에게 남은것은 잿빛 현실 뿐이었으니까요.

그 이후로,저는 더욱 더 글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광고지,명함,싸구려 공포책 등등,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읽어댔지만

그때마다 혀속에 맴도는것은 이미 맛본적이 있는 희미한 잔향들 뿐이었습니다. 정말 슬픈 사실이었습니다.

네?? 그 동안 다른 음식은 먹지 않았냐구요?? 이보세요.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이 신선의 음식을 맛본후 왜 속세의 야자술을 먹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셨습니까??  일단, 한번 그 맛을 보게되면, 모든 음식들은 다 풀이나 흙 같은것으로 보이게 될겁니다,

현실 속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일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나도 고역이었습니다. 진짜 살기 위해 억지로 삼키는 "행동"중에 하나였죠.

네? 농담하지 마세요.자신이 원하는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고 목을 매고 죽어버리는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죠. 살아있어야 언젠가는 찾아올 또 다른 기쁨을 누릴수 있으니까요.

지금의 저 처럼,하핫.

그렇게 괴롭게 괴롭게 살아가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저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인터넷의 글들을 쭈욱 읽어내려가던 도중이었습니다. 맛이 없다고 해서 글을 읽는일을 완전히 그만두게 되면 도무지 정상적인 생활을 수가 없을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한 게시물의 링크를 클릭한 순간, 간자기, 전에 느꼈던것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만큼 훌룡한 향이 퍼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찾아온겁니다. 제가 다시 날아오르는 순간이. 지금도 이 생각만 하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올것만 같군요. 유레카!!

글은 여태껏 봐왔던 다른 글들과 똑같은 짧은 소설 형식이었습니다. 도무지 특별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수 없었죠. 하지만, 그 글은 제가 태어나서 먹어보았던 글들 중에 가장 최고의 것이었습니다.

뜨겁게 달궈진 모니터의 위에서,싱그러운 글자들의 향연이 지글지글대며 소리내어 익어가는 그 느낌! 어찌 이것을 다른 요리들 따위에 견줄수가 있을까요!!

몇년만에 겪어보는 최고의 맛에 저는 정신없이 글을 탐독했습니다. 글의 한글자 한글자에서 흘러나오는 맛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해서 말이죠.

즐거운 순간은 너무나도 잠시였습니다.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저는 다른 글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으나, 다른 글들에서는 평소와는 다름 없는 그런 평범한 맛만이 느껴질뿐이었습니다.

저는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도 또 다른 글의 영역을 밝혀낸것만 같아 기분좋게 모니터를 끄려고 했습니다.

사이트의 창을 내리고 컴퓨터를 끄려는 찰나, 저의 눈에 짤막한 인터넷 뉴스가 들어왔습니다.

평소라면 지나쳐 버릴, 이제는 한줌의 맛도 안될 잡다한 생활의 이야기들, 하지만 저는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주 미세하지만,아까 그 훌룡한 소설에서 나오는 맛과 같은 기운이 뚜렷하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 들어간 저는, 머리를 ㅁㅇ치로 맞은듯이 잠시 멍해졌습니다.

뭐, 그 기사가 어느 동네에 실제로 있었던 살인사건에 관한 기사였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저에게 느껴진 그 강렬한 맛의 정체를 알아낼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대대로 내려오는 비밀 요리의 레시피를 훔쳐낸 기분이었습니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뛰는것을 간신히 진정시킬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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