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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에 대한 좋은 분석
게시물ID : sisa_1190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친Book좌파
추천 : 1/8
조회수 : 79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1/10/09 08:18:41
 노무현 서거 책임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이명박 정권의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도 서거 전의 노무현에 대해 실망과 분노와 좌절을 드러냈으며 이미 그때에도 검찰 수사의 문제를 몰랐던 게 아니었다. 그걸 감안해도 부정부패에 대해 패가망신을 외치며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했던 노무현 측이 "해도 너무했다"는 정서였다. 그러나 노무현의 서거로 모든 게 일순간 역전되었다. 그의 자살이 정치적 보복에 의한 타살로 규정되면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감과 분노가 하늘을 찔렀고 이런 상대적 관점이 모든 판단을 지배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걸까? '우리 안의 노무현'이 총궐기했기 때문이다. 이는 파란만장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떠올리지 않고선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한국인들은 고난과 시련의 역사로 인해 '영웅대망론'에 친숙하다. 망국 직전의 개화기 조선을 휩쓸던 영웅사관은 지금도 건재하다.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영웅이 모든 걸 돌파해주기 바라는 심리다. 독립투쟁을 하거나 민주화투쟁을 하던 시절 지도자는 투쟁역량의 구심점이었기에 이 때의 인물중심주의는 필요했고 바람직했다. 문제는 그런 시절의 멘탈리티가 평상시에도 발휘된다는 데에 있다. 지금도 이승만이나 박정희를 영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좀 많은가. UN 사무총장 반기문도 세계 대통령이라 불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다.
 그런 인물 중심주의는 악을 주로 관계의 관점에서만 이해하는 한국인의 상대주의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 한국인의 정의관은 누가 더 나쁜가 하는 상대적 기준에 따라 평가를 내리는 인간관계형 정의관 또는 인간중심적 정의관이다. 
(중략)
서양에선 과오 논란에 휩싸인 사람이 자살을 하면 억울함이 풀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입증하는 게 되지만 한국에선 정반대로 오죽 억울하면 그랬을까 하고 동정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정당성까지 확보하는 경향이 있다. 서거 후 노무현의 정치적 부활은 논리나 이성으론 설명할 수 없다. 그건 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중략)
노무현은 현실세계의 기존문법에 정면 도전하면서 권력, 대통령 권력의 성격을 혁명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위대한 영웅이며 이후 벌어진 그 밖의 모든 것은 사족에 불과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무현의 그런 의도와 시도가 일상적 삶에 고스란히 배어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늘 겸손하고 격의없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했다. 그건 그의 이미지인 동시에 실체였다. 지지자들은 그에게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인간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이었으며 우리는 다신 노무현과 같은 대통령을 만나지 못할 거라는 게 지지자들의 증언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패러다임의 격차가 존재한다. 노무현과 친노 정치인들에게 열정적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의 그런 생각과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었다.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자면 인간으로서의 오류가능성에 대한 성찰능력이었다. 노무현과 친노에겐 그게 약하거나 없었다. 숭고하고 빛나는 전투성과 독선적이고 누추한 폭력성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위대한 영웅이 탄생한 이후 나머지 모든 것을 사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겐 그렇게 다른 틀을 적용해보려는 사람들과의 소통채널이 존재할 수 없었다. 

  강준만의 '강남좌파'라는 책에서 부분부분 뽑아왔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바를 간결하게 잘 정리해 놓은 것 같아서 공감이 갑니다.. 한국형 정의관에 관한 부분, 또 마지막 문단의 '인간으로서의 오류가능성에 대한 성찰능력이 약하거나 없다' 부분이 특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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