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린친구들은 잘 모르겠지만 2000년도 초반 대한민국이 오락실 펌프에 열광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당시만 해도 또래들 사이에서 펌프만 잘해도 꽤나 주목을 받을수 있고 남자들사이에선 펌프경쟁이 심화되어 누가 터키행진곡을 더블로 깨더라 누가 별5개짜리를 4배속으로 A나오게 깨더라 학교에서도 온통 그얘기 뿐이었습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오락실로 달려가 줄서서 펌프를 했고 더 높은 난이도를 깨기위해 매일 돈과 땀을 흘리며 연습 또 연습했었죠(그렇게 공부를 했으면 서울대는 못가도 연고대는 갔을텐데 젠장ㅠㅠ)
그러던 어느날 상곤이라는 친구가 집에 펌프를 사왔다는겁니다 가정용 펌프가 출시되어 당시 집이 좀 잘살던 상곤이가 엄마를 졸라 펌프를 사왔던것입니다 저는 상곤이에게 집에서 펌프좀 시켜달라고 매일같이 졸랐고 치사한 상곤이는 이를 철저하게 이용하며 저를 부려먹었습니다 저는 스콜(당시 매점에서 가장 저렴하고 맛있었던 음료)을 조공으로 바치며 애타게 졸랐습니다
그렇게 험난한 시간을 견뎌내고 전 상곤이네 집에 입성을 했습니다 상곤이는 펌프를 컴퓨터에 연결하고는 먼저 한판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한시간동안 상곤이 펌프하는것만 구경하다가 이제 상곤이도 지쳤는지 저보고 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감격하며 펌프에 올라섰습니다 철컹 철컹 쥐이잉~음악을 고르며 그간의 설움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여기서 내가 뽕을 뽑는다 라는 각오를 다지고 열심히 발을 놀려댔죠 상곤이는 거실로 나가 티비를 보고 저는 미친ㄴ 처럼 방방거리며 펌프를 해대고 있었습니다 저는 거실에있는 상곤이에게 큰소리로 야야 이거봐 나 이거 한다 야야 나 이거 거의 깼어 와 야 이거 진짜 힘들어!! 하며 소리쳐댔고 상곤이는 어느순간부터 귀찮은지 대답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몇시간동안 쉬지않고 펌프를 해댔고 땀이 비오듯 흐르고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하지만 본전뽑는다는 생각에 미쳐있던 저는 더 난이도 높은 음악을 눌렀고 이것만 하고 끝내자 라는 생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발광하며 발재간을 부리다 자빠졌습니다 하지만 화살표 하나도 놓칠수 없었기에 손으로도 막 바닥을 치며 팡팡 누워서 발로도 팡팡 온갖 추태를 부리며 완곡을 했고 모든걸 하얗게 불태운 저는 상곤이를 부르며 야야 이거봐!! 야 ㅅㅂ 나 완전 또라같이 했는데 깼어!! 라며 뒤를 돌아본순간....
재밋니?... 라며 상곤이 어머니가 뙇!! 저는 당황했고 거실에 있던 상곤이는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