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에 올라온 나이문화를 박멸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 어쩐지 씁쓸한 느낌도 들기도 해서 씁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나이많은 사람에 대한 분노로 이끌었는가.. 한참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이것이 전체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실마리는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적은 사람들이 느끼는 '기묘한 거리감'은.. 한국어의 '낮춤법'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았습니다.
한국어는 높임법이 발달했기 때문에 예이바른 언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거꾸로 말하면 낮춘말이 발달했기 때문에 무례하고 예의없는 언어라는 소리와도 같습니다.

한국어는 기본 형태는 존댓말, 반말 2가지로 구성되지만 특이하게 실제 사용 형태는 높임말, 존중어, 평어, 낮춤말로서 4가지로 세분화되는 존비어 체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어 사용 환경에서 취업 근로 등을 할 때의 노동 시장에서 노예제도,중세 신분제도, 봉건주의와 자본주의를 혼동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현대 민주주의/시민사회 체제에서는 문제점을 많이 드러내는, 타 언어 화자가 처음 익히는 과정에서는 경우에 따라 반민주주의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언어가 한국어입니다. 평어를 사용하는 문화나 평어를 사용해도 되는 계층이 다른 언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얕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언어에서는 몇 살 차이라도 서로 친해지면 평어를 사용하지만 한국에서는 동갑끼리만 평어를 사용하고 나이 차이가 1~2살 차이임에도 형, 오빠, 누나, 언니처럼 호칭을 곁들어 평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꺼리거나 불편해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특히 대학에서 재수/삼수생들에게 갈등 사례가 많습니다. 동갑이면서 먼저 입학한 선배인 사람에게 자신과 같이 입학한 동기생처럼 형/누나 같은 호칭을 쓰는 것은 굴욕적인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보통 선배라고 호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배호칭도 동갑인 사람에게 상호가 아닌 일방향적으로 선배님 과 같이 님자 호칭을 쓰면 굴욕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입니다. 님 호칭 없이 그냥 선배라고 하면 안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보통입니다.

언어학에서 어떤 한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을 그 사람 스스로 이해하는 방식과 가치관, 행동하는 방식 등이 그 사람이 쓰는 특정한 언어의 문법적 체계와 관련이 있다는 사피어-워프의 가설이 있는데, 이 가설을 빌리면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의 귀천의식과 엄격한 수직적 상하관계의 가치관이 존비어 체계를 발달시켰으며, 그로 인해 발달된 존비어 체계가 현재 한국에서 시대가 지나며 완화되는 상하관계를 다시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항공대학교 최봉영 교수는 한국 사회의 '차별과 억압'이라는 책을 통해, 한국어의 높임말과 낮춤말, 호칭 구분이 엄격히 나뉜, 존비어 의사 소통 체계때문에, 신분제가 폐지된지 100년이 더 지난 현대에도 한국인들은 유사 신분제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그것을 제대로 자각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처음 만날 때마다, 그리고 대화를 할 때마다 존중어를 해야 할지, 평어를 해야 할지, 높임말을 들으며 존대받는 입장이 될지, 낮춤말을 들으며 하대를 받는 입장이 될지 극명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높임말을 받는 입장이 되고, 자신은 편하게 낮춤말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에 과잉 권력욕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잉 권력 욕구' 상태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직업과 직급은 정말 몇 개 안되기 때문에 많은 갈등이 유발된다고 말합니다.

 

그럼 과연... '나이를 무시하는 문화'를 만든다고 해서 이 모든 것이 이 모든것이 해결될까요?? 당신의 고용주라고 해서, 또는 직급 높은 사람이라고 해서 당신에게 '낮춤말'을 사용하는건 어떤가요? 그래도 괜찮은가요? 

결국에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것은 우리나라의 존비어 체계에서 높은 위계에 있는 사람이 '낮춤말'을 사용하는 것이지. '나이많은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아니라고 봅니다..